AI로 폐섬유화 진행 수치화…국내 연구진, 예후 예측 기준 제시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8.03 12:02  수정 2026.08.03 12:02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교수팀 연구 결과

AI 기반 소프트웨어 분석…특발성 폐섬유증 진행 정도 평가

“1년간 섬유화 점수 4% 이상 증가 시 폐 이식·사망 위험↑”

AI 기반 CT 정량 분석 기술로 섬유화가 진행된 폐 영역을 인식해 75세 남성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1년간 폐 섬유화 진행 정도를 비교한 모습. 첫 검사 당시 폐 섬유화 점수는 11.66%이었으나 1년 뒤 추적 검사에서 15.77%로 증가했다. ⓒ서울아산병원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폐 섬유화 진행 정도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치화하고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제시됐다. 연구결과, 1년 동안 폐 섬유화 점수가 4% 이상 증가한 환자는 폐 이식을 받아야하거나,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최주애·호흡기내과 김호철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이호연 교수팀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AI 기반 소프트웨어로 분석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질병 진행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기준값을 마련했다고 최근 밝혔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폐 조직이 점차 굳어 호흡 기능이 떨어지는 만성 진행성 질환이다. 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환자는 약 1만5000명으로 추산되며, 고령 인구 증가와 건강검진 확대 등의 영향으로 환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특발성 폐섬유증의 진행 정도는 노력성 폐활량과 일산화탄소 폐확산능 등 폐기능검사로 평가해 왔다. 하지만 폐기능검사는 폐 전체의 기능 변화를 보여줄 뿐 섬유화가 폐 어느 부위에 얼마나 진행됐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 CT 검사는 폐 내부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지만 의료진마다 판독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시간에 따른 미세한 섬유화 변화를 일관된 기준으로 정량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돼 왔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최주애 · 호흡기내과 김호철 교수,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이호연 교수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CT 영상에서 망상(그물 모양) 음영과 벌집 모양 음영 등 폐 섬유화 영역을 AI 기반 소프트웨어로 자동 분석해 수치화하는 정량 분석 기술을 활용했다. 동일한 기준으로 반복 측정할 수 있어 시간에 따른 섬유화 범위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에서 2011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특발성 폐섬유증을 진단받은 환자 가운데 첫 검사와 1년 뒤 추적 검사에서 CT와 폐기능검사를 모두 받은 524명의 기록을 분석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2008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같은 조건을 충족한 환자 224명은 외부 검증군으로 활용했다.


연구팀은 첫 검사와 1년 뒤 추적 검사에서 폐 섬유화 점수를 각각 산출한 뒤 1년간 변화량을 계산했다. 이어 노력성 폐활량과 일산화탄소 폐확산능의 변화량과 비교하고, 폐 이식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의 생존 기간을 기준으로 환자 예후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폐 섬유화 점수의 증가는 기존 폐기능검사에서 나타나는 질병 악화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 노력성 폐활량이 5% 감소한 환자는 폐 섬유화 점수가 2.72% 증가했고, 일산화탄소 폐확산능이 10% 감소한 환자는 4.52% 증가했다.


특히 1년 동안 폐 섬유화 점수가 4.05% 이상 증가한 환자는 폐 이식을 받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준은 외부 검증군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됐다. 외부 검증군에서 기준값을 넘은 환자의 폐 이식 또는 사망 위험은 기준값 미만인 환자보다 약 2.8배 높았다. 3년 예후 분석에서도 해당 기준값이 환자의 위험도를 구분하는 유의한 지표로 확인됐다.


기존의 성별, 나이, 폐기능검사 수치 기반 예후 예측모델에 첫 검사 당시의 섬유화 점수와 1년간 변화량을 추가하자 예측 정확도도 향상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제시된 정량 지표가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보조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주애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CT 영상을 육안으로 평가해 판독자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었고, 시간에 따른 폐 섬유화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섬유화 점수 변화의 기준값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호철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가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기 어려워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질병 진행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을 정립하고, 향후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영상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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