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병원의 상급종합병원 도전…공공의료 새 기준 될 것" [인터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8.03 14:08  수정 2026.08.03 14:29

송경준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장 인터뷰

상급종합병원 추진 속 공공성·접근성 함께 강화

지속가능한 경영 기반 마련…돌봄 중심 공공의료 체계 구축

현장 경험 바탕으로 병원 혁신·조직문화 변화 추진

송경준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장이 7월 28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응급실에서 수십 년간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을 치료했던 의사는 이제 병원 전체를 책임지는 병원장이 됐다. 하지만 자리가 바뀌어도 그의 시선은 여전히 ‘현장’을 향하고 있었다. 지난 6월 취임 후 가장 먼저 미화·환자이송 직원과 원무창구 직원들을 찾아간 것도 같은 이유다. 병원의 경쟁력은 결국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송경준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장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병원의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직원들과 함께 답을 찾는 병원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공공성과 경쟁력, 두 과제를 품다

그는 병원장이 되기 직전까지도 야간 당직을 서며 중환자를 직접 진료했다.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은 병원장이 된 지금도 그의 경영 철학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병원 운영의 해답 역시 책상이 아닌 현장에 있다는 것이다.


송 병원장은 “현장을 알아야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보인다”며 “응급실에서 병원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지금도 병원을 운영할 때 가장 먼저 현장을 떠올린다”고 설명했다.


병원장이 된 그가 세운 최우선 목표는 ‘지속 가능한 경영’이었다. 적정진료를 기반으로 공공 의료기관의 역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병원 운영 기반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송 병원장은 “정부는 (보라매병원이) 서울시가 지원하는 병원이라는 이유로, 서울시는 다양한 정책 우선순위를 이유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 같은 여건에서도 공공 의료기관이 적정진료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경영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 취임 후 가장 먼저 든 생각도 ‘이 좋은 병원을 어떻게 하면 살림 걱정 없이 운영할 수 있을까’였다”고 털어놨다.


송경준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장이 7월 28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이 같은 고민은 보라매병원의 상급종합병원 도전으로 이어진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중증진료 역량을 인정받는 것은 물론 연구·교육 기능을 강화하고 병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병원장 역시 이를 공공 의료기관이 안정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기반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급종합병원 추진을 두고는 공공병원의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증환자 중심의 진료체계가 강화되면서 취약계층이나 경증 환자의 진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송 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증진료 역량은 강화하되 취약계층 진료는 지금처럼 유지하는 것이 보라매병원이 추구하는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를 많이 진료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경증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약계층 환자를 외면하는 것은 공공 의료기관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의료전달체계에 따라 경증환자는 1·2차 의료기관을 이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취약계층은 상황이 다르다. 동네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더 큰 부담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보라매병원은 취약계층 진료를 유지한 채 상급종합병원에 도전할 것”이라며 “만약 이 때문에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 역시 공공 의료기관의 역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함께 고민해볼 문제”라고 짚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서울에서 가장 많은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던 경험도 언급했다. 송 병원장은 “가장 어려운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공공 의료기관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보라매병원은 그 역할을 꾸준히 수행해 왔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상급종합병원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정진료·통합돌봄…공공의료 새 모델 제시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전경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그가 말하는 공공의료는 병원 안에서의 치료에 머물지 않는다. 초고령사회에서는 퇴원 이후 환자의 삶까지 연결하는 의료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보라매병원은 전국 공공 의료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통합돌봄의료센터’를 조직했다. 퇴원 환자를 지역사회 돌봄과 복지서비스에 연계해 재입원과 응급실 방문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송 병원장은 “병원에서 치료가 끝났다고 의료가 끝나는 시대는 지났다”며 “퇴원 이후 돌봄이 제대로 이뤄져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체계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서울시와 함께 통합돌봄의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라고 밝혔다.


그에게 지속 가능한 경영과 공공성 강화, 의료의 질 향상, 통합돌봄 체계 구축은 서로 다른 과제가 아니었다. 공공 의료기관이 환자 곁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함께 갖춰야 할 요소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송 병원장은 “임기 동안 보라매병원이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며 “무엇보다 임기를 마칠 때 직원들에게 ‘현장을 가장 잘 이해했고, 우리를 잘 챙겨준 병원장이었다’는 평가를 듣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실에서 시작된 그의 ‘현장 중심’ 철학은 이제 병원 경영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더 높은 수준의 의료에 도전하고, 치료를 넘어 돌봄까지 책임지는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 송 병원장이 그리고 있는 보라매병원의 미래는 결국 환자와 직원이 있는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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