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해외 매장 5년 새 24.8%↑
상표 무단선점 급증…“중소 브랜드 대응 부담”
지식재산처-프차협, 선제 출원·법률 지원 확대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서울 시내 한 식당가를 이용하고 있다.ⓒ뉴시스
글로벌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떠오르면서 국내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제3자가 국내 브랜드의 상표를 먼저 등록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상표권 분쟁이 해외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5년 외식기업 해외진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외식기업은 56개국에서 139개 브랜드, 해외 매장은 올해 4644개로 2020년보다 24.8%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에서 성장 여력이 제한되면서 해외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K-콘텐츠와 K-푸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가 확대된 점도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국내에서 검증된 운영 시스템과 메뉴 경쟁력을 기반으로 현지 사업을 비교적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해외 진출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특히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은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시장을 넓힐 수 있어 기업들의 선택이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지식재산권 분쟁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해외에서 무단 선점된 것으로 의심되는 K-브랜드 상표는 2023년 5015건에서 2024년 9520건으로 1년 만에 약 90% 급증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누적 건수만 3만841건에 달한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브랜드명과 상표, 간판, 포장 디자인 등 지식재산이 핵심 경쟁력이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통해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 수준을 판단하고 매장을 선택하는 만큼, 상표와 디자인은 본사의 인지도와 신뢰를 현지 시장에 전달하는 핵심 자산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러한 지식재산이 무단선점의 표적이 되고 있다. 현지 브로커나 예비 사업 파트너가 국내 브랜드의 상표를 선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명은 물론 매장 디자인과 콘셉트까지 모방한 유사 매장도 등장하면서 피해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상표 무단선점은 상표 브로커의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현지 유통업체나 사업 파트너가 수입·라이선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표를 먼저 확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최근 5년간 중국 및 동남아권 국가를 중심으로 ‘국내 프랜차이즈산업 기업의 상표 무단선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중국에서 무단선점 상표가 가장 많이 확인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이슈가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프랜차이즈협회
그나마 대형 프랜차이즈는 해외 법무 조직과 특허법인을 통해 국가별 상표를 선제적으로 출원하고 지식재산 관리 체계도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대응 여력이 있는 편이다. 상표를 무단으로 선점당하더라도 현지 법률 전문가를 통해 무효심판 등 법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다.
문제는 중소 브랜드들의 대응력이다. 통상 중소 브랜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지 상표가 해외에 이미 등록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는 경우가 잦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상표를 되찾기 위해서는 이의신청이나 협상, 소송 등 추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 중소 브랜드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결국 해외 진출 일정이 늦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브랜드명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부터 주요 국가에 상표를 선제적으로 출원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시장 공략이 본격화하는 만큼 지식재산권 확보가 K-프랜차이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이에 정부도 해외 상표권 보호 지원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식재산처는 지난 22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서 업계 현장소통 간담회를 열고 상표 권리화와 지식재산 분쟁 대응에 필요한 지원책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는 상표 브로커의 선출원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해외 상표 선점 예방 프로그램 구축 ▲진출 예정 국가에 대한 사전 출원 지원 확대 ▲상표 모니터링 및 조기경보 체계 강화 등의 정책 제안이 제시됐다.
현재 정부는 해외에서 상표가 무단선점 된 경우 ▲이의신청과 ▲무효심판 ▲취소심판 ▲협상 등 국가별 제도에 맞는 대응 방안을 안내하고,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을 통해 법률 자문과 분쟁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지원을 받은 한 프랜차이즈 식품기업은 중국에서 교육시설 관련 상표가 무단 출원된 사실을 확인한 뒤 이의신청과 상표 양도 협상 등을 병행했고, 이에 따라 상표(43류)에 대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성과를 거뒀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상표 무단선점은 사후 대응보다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며 “주요 진출 국가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상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해외 K-브랜드 보호 포털’을 통해 선점 의심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표를 등록한 뒤에도 존속기간 갱신과 실제 사용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무단선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사 상표권 확보 여부와 진출 시기, 상대방의 출원 목적 등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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