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쥔 아이들, 말랑이 만지는 어른들…주인 바뀐 ‘장난감 나라’? [말랑한 어른들③]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7.24 06:06  수정 2026.07.24 06:06

30·40대도 키링·팬시 구매…완구, 놀이 도구에서 취향 상품으로

최근 개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5’에서 장난감들이 새롭게 맞닥뜨린 경쟁자는 또 다른 인형이나 로봇이 아니다. 개구리 모양의 어린이용 태블릿 ‘릴리패드’다. 여덟 살 보니는 릴리패드를 통해 또래 아이들과 대화하고 게임을 즐긴다. 보니 친구들 역시 장난감보다 화면을 바라보는 데 익숙하고, 보니는 자신이 이제 장난감을 갖고 놀기에는 너무 큰 것이 아닌지 고민한다. 영화는 아이들의 놀이가 실물 완구에서 디지털 화면으로 이동한 현재를 장난감과 태블릿의 충돌로 압축한다.


‘토이 스토리5’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런데 여덞 살 보니 이야기인 이 영화를 찾은 관객은 어린이보다 성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CGV가 제공한 지난 15일 기준 연령별 예매 분포를 보면 30대가 30%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29%, 40대가 26%로 뒤를 이었다. 20~40대가 전체 예매의 85%를 차지한 반면 10대는 7%에 그쳤다. 예매 계정의 연령을 기준으로 한 수치여서 부모가 자녀의 표를 함께 구매한 사례도 포함됐을 수 있지만, ‘토이 스토리’ 시리즈와 함께 성장한 성인 세대의 관심이 영화 소비를 떠받치고 있다는 점은 읽을 수 있다.


영화 속 아이들은 장난감에서 점차 멀어지고, 영화 밖 어른들은 장난감의 이야기를 다시 찾아온 셈이다. 이 같은 역전은 최근 완구·팬시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아이들의 놀이가 화면으로 확장되는 사이 말랑이와 클리커, 키링과 팬시 상품은 성인들의 취미와 취향을 드러내는 상품으로 다시 소비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완구거리를 방문했을 때 오뚜기 상무완구 직원 B씨는 “말랑이와 스퀴시가 유행하면서 원래 팔던 장난감은 거의 안 팔린다. 아이들이 많이 오지 않다 보니 완구 거리 매장들이 다 유행을 따라 말랑이와 스퀴시 위주로 진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완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완구를 구매하는 연령과 상품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창신동 완구 거리에는 말랑이와 스퀴시를 찾는 20대 손님이 몰리고, 생활용품점과 팬시 매장에서는 키링·데코스티커·클리커·키캡형 상품이 성인의 취미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팬시용품 전문점 핫트랙스 자체 판매 데이터에서도 특정 촉감형 상품의 성장세가 확인된다. 핫트랙스가 클리커와 말랑이 두 상품군 일명 ‘어른이들’ 문구 상품의 구매 신장률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분기 대비 증가율은 2025년 3분기 92.4%, 4분기 398.3%를 기록했다. 2026년 1분기에는 953.7%, 2분기에는 1365.7%로 올랐다.


소비 연령도 20대에만 머물지 않는다. 생활용품 판매점 다이소가 멤버십 데이터를 토대로 2026년 상반기 키링류와 팬시 상품 판매를 분석한 결과 키링과 포토카드 앨범, 디자인테이프, 데코스티커 등에서 30~40대 고객의 구매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키덜트 소비가 2030세대는 물론 40대까지 확산되며 하나의 일상적인 취향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피규어나 프라모델 등 일부 마니아층의 취미로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슬라임을 비롯해 키캡, 가방 키링처럼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을 즐기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촉감 완구들.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과거에는 어린이 프로그램과 TV 광고가 완구 유행을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쇼츠와 릴스, 틱톡 영상이 상품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킨다. 제품을 개봉하고 누르고 꾸미는 모습이 콘텐츠가 되고, 영상에서 시작된 관심은 매장 문의와 품절로 이어진다. 어린이에게 상품을 보여주던 광고의 자리를 성인이 직접 제작하고 공유하는 짧은 영상이 일부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장난감이 어린이의 물건에서 성인의 전유물로 완전히 넘어간 것도 아니다. 아이에게 장난감은 상상놀이와 또래 관계를 만드는 매개다. 성인이 된 뒤에는 유년기의 기억과 익숙한 감각을 불러오는 물건이자, 책상 위에 두거나 가방에 달고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는 문화상품이 된다.


‘토이 스토리5’도 장난감이 디지털 기기에 밀리는 장면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보니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새 친구와 만나 장난감을 매개로 놀이를 시작한다. 카우걸 인형 제시가 과거 주인 에밀리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도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제시는 에밀리가 자신을 잊지 않았으며 자신의 딸에게까지 ‘제시’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가 성장해 장난감을 내려놓더라도 장난감이 만들어낸 기억과 감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어린이 역시 장난감에서 영원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놀이는 디지털기기와 실물 완구가 함께 섞이는 방식이 될 것이다. 화면 속 캐릭터를 실물 굿즈로 소유하고, 실물 장난감을 활용한 놀이를 다시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는 식이다. 장난감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아이와 어른이 장난감과 관계를 맺는 방식, 그리고 장난감을 소비하는 시간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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