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사고(Groupthink)에 빠져 더 강경해지는 이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7.24 07:00  수정 2026.07.24 07:00

서로서로 강경한 입장을 부추기는 집단사고에 빠진 이란혁명수비대

합리적 대응 외침에도 핵심 의사결정에서 소외된 페제시키안 대통령

이란 수뇌부가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합리적 의사결정 기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걸프 국가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다시 불을 뿜고 있다. 휴전 양해각서(MOU)를 맺었으면 서로 지켜야 하는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을 공격한 것을 빌미로 분위기는 다시 험악해졌다. 미국은 열흘 넘게 이란을 공격하면서 핵 시설이 있는 곡괭이 산을 공습하겠다고 예고했고 이란은 미군 기지가 있는 중동 각국을 공격하고 후티반군을 시켜서 홍해를 봉쇄토록 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이란이 바보가 아닐 텐데 굳이 미국과의 대결 국면을 자꾸 악화시키는 이유가 궁금하다. 문제는 이란 내부의 최고 의사결정 과정이다.


37년간 이란을 신정체제로 통치하던 라흐바르(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뒤 이란은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제3대 최고지도자로 내세웠다. 하지만 모즈타바가 얼굴과 다리에 중상을 입었다는 소문이 계속되면서 아직 모습은 드러내지 않은 채 메시지 정치만 하고 있다.


현재 이란의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하는 군·안보 엘리트들이 집단적으로 행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IRGC 최고지휘부는 국가 전반의 군사력, 미사일과 드론 관련 통제, 정보기관 운용, 다수의 국경 기업체 경영, 해외 친(親)이란 무장세력과 연결 등의 업무를 모두 맡고 있다. 현재 이들이 최고지도자의 승인을 받는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최고국가안보회의(Supreme National Security Council·SNSC)를 대표 의사결정 기구라고 말한다. 1989년 헌법 개정으로 설치되었으며 규정상으론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최고지도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회의에는 대통령, 국회의장, 사법부 수장, 외교장관, 내무장관, 정규군과 IRGC 최고지휘부, 정보기관 등이 참석한다. 현재 공식 의장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맡고 있지만, IRGC 부사령관 출신인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가 회의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으로 실권을 쥐고 있다는 평가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합리적 온건파로 알려진 그는 최근 연설을 통해 "최고지도자가 사실은 미국과의 전쟁 상태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전문적이고 부당한 말로 미국과의 협상 성과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미국과 MOU를 맺을 때 우리의 권리나 원칙은 후퇴하지 않았다", "미사일 전쟁 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며 경제와 국민생계가 더 중요하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과 협상을 진행했던 외교 인력도 대체로 대통령과 입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지금 이란에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말은 그다지 위력이 없다. 지금 이란은 IRGC와 일부 기관, 또는 IRGC 내에서도 여러 명이 의사결정에 나서는 일종의 '집단 지도체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집단 지도체제는 여러 문제점이 있는데, 무엇보다 강경파의 '집단사고(Groupthink)'가 가장 우려스럽다. 사회심리학에서 집단사고란 '집단적인 의사결정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집단의 응집력과 획일성을 강조하고 반대 의견을 억압하여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의사결정 양식'을 가리킨다. 이름은 집단 지도체제이지만 그렇다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슷한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그 중에서 강경론이 힘을 얻고 현실은 과소평가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지금 IRGC는 집단사고에 빠져 있다. 이들은 미국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억지력(deterrence)이 유지되며 외교적으로 양보하면 오히려 미국의 추가적인 압박을 부를 수 있다고 판단한다. IRGC와 강경파 시아파 성직자들은 "우리가 버티면 미국은 결국 물러설 것이다", "이스라엘은 장기전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국민이 견딜 것이다" 등의 가정을 충분한 반론없이 받아들이고 실제 그렇게 움직인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지난 2월13일 이란혁명수비대(IRGC) 해군 장비를 둘러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집단사고는 조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대목이다. 지난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국내에서 집단사고가 초래한 최악의 참사로 꼽힌다. 백화점 간부들 사이에는 강력한 집단 응집력이 있었다. 대부분 회장의 친인척이었고, 이들은 조직의 최고지도자인 회장이 걱정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건물 붕괴의 위험성을 보고 받고도 영업 중지를 건의하지 못했다. 그저 백화점의 보수 시기와 방법 만을 탁상 논의하다가 결국 붕괴에 이르게 되었다.


지난 1941년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벌인 것도 대표적인 집단사고 사례로 꼽힌다. 당시 일본의 지도부는 미국과 전쟁을 하면 장기적으로 승산이 낮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 싸우지 않으면 더 불리해진다"는 논리에 모두가 동조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반대 의견이 점차 사라졌고 군부의 선동적인 분위기에 정치인들이 끌려갔다. 서로가 서로의 잘못된 판단을 강화해주는 집단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무모한 진주만 공격은 미국의 참전을 이끌었고 결국 일본의 패전으로 연결됐다.


이란 역시 집단사고에 빠져 안보나 혁명이념 같은 이슈만 중시하다 보니 경제 회복, 투자 유치, 제재 완화 등의 키워드보다는 체제 유지, 억지력 유지, 대외 강경노선 등에 더 우선을 둔다. 그래서 국민 경제가 날로 악화되어도 정책 수정은 쉽지 않다.


다수가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누구도 단독으로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강경한 의견을 주장하는 바람에 이란과 미국의 대화 가능성은 매우 불안한 상태가 되었다.


일단 조직이 집단사고에 들어가면 온건론은 힘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교훈이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외부의 군사적 압박이 커질수록 IRGC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는 국민들에게 '국가와 혁명을 지키는 지도부'라는 선명 이미지를 강조하려 한다. 미국에 양보하는 모습은 내부 강경파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도 강한 발언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외교적 타협의 공간은 더욱 좁아졌다.


다만 일말의 희망은 IRGC 내부에서도 공개 발언은 매우 강경하지만 물밑에서는 중재국을 통한 미국과 협상을 늘 카드로 쥐고 있다는 점이다. '발언은 강력하게, 행동은 계산적으로'라는 이중 전략이다.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미국으로부터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얻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란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기대한다.


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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