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카르페 디엠'이라는 한마디로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죽은 시인의 사회'가 연극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연정훈·차인표·오만석ⓒ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프레스콜이 열렸다. 하이라이트 시연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조광화 연출, 이동준 음악감독, 배우 차인표, 오만석, 연정훈, 남경읍, 박지일이 참석했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59년 미국, 엄격한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로, 새로 부임한 영어 교사 ‘존 키팅’이 입시와 성공만을 강요받던 학생들에게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벌어지는 변화를 다룬다.
1989년 개봉 당시 ‘한 세대의 영혼을 흔든 문학적 선언(뉴욕 타임즈)’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아카데미 각본상을 거머쥐었던 톰 슐만의 원작 극본을 바탕으로 한 단 하나의 오리지널 정식 라이선스 프로덕션이다.
조광화 연출은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을 생각하면서 이 시대에 어떤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만들진 않았다. 최근에 ‘참교육’이 구체적인 교육 현실을 다뤘지만, 우린 제한되길 원하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학교에는 선생님이 있지만, 회사에도 상사가 있고 군대에서 선임이 있다”면서 “‘죽은 시인의 사회’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면서 나의 스승님들의 언행에 깊은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조광화 연출은 작품을 특정 시대의 교육 현실에만 한정해 해석하고 싶지 않았다며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생각하면서 이 시대에 어떤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만든 것은 아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학교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회사에는 상사가 있고 군대에는 선임이 있듯 누구나 인생에서 만나는 관계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살면서 만난 스승들의 언행이 시간이 지나 깊은 의미로 다가왔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의 중심인 존 키팅 역은 오만석, 차인표, 연정훈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세 배우 모두 서로 다른 색깔의 키팅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만석은 "30여 년 전 연극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 학원에 등록했는데 당시 선생님이 남경읍 선생님이었다. 답을 알려주기보다 좋은 질문을 많이 던져주셨다. 그 질문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며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좋은 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께 키팅을 연기하는 배우들에 대해서도 애정을 드러냈다. 오만석은 "세 배우는 정말 다르다. 연정훈은 얼굴만 봐도 다정함이 느껴지고 그게 몸에 배어 있다. 차인표 선배는 연습 기간 내내 학생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씩 밥을 사주실 정도로 아이들 중심으로 이끌어주셨다"면서 "저는 그 중간쯤에서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웃었다.
데뷔 34년 만에 처음으로 정식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차인표는 실제 삶의 경험이 이번 역할에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원작 속 키팅은 30대지만 저는 59세다. 키팅이 살아보지 못한 20년을 더 살아보니 작품 속 말들이 맞다는 걸 느끼게 됐다"며 "삶은 각자가 써 내려가는 아름다운 시이고, 제가 살아온 시간이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키팅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저는 함께 살아가는 동료의 시선으로 바라보려 했다. 세상에는 하나의 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연정훈 역시 데뷔 28년 만에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선다. 그는 "한 역할에 트리플 캐스팅된 것도 처음이고 10여 년 만에 막내가 됐다"며 "형님들 연기를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세 명의 키팅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점이 오히려 작품의 강점이 될 것 같다. 오늘도 굉장히 떨렸다. 많은 관객과 함께한 이 시간이 제 연기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될 것 같다"며 "'카르페 디엠'을 실천하며 공연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극 중 미스터 놀란과 페리 역을 맡은 박지일은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교육'보다 더 큰 틀에서 바라봤다.
그는 "이 작품은 교육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와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두 인물 모두 학생들을 위한다고 믿지만 결국 기존 가치관 안에서만 판단하고 억압한다. 사회가 원하는 성공만을 향해 설계하는 과정에서 정작 인간이 빠져 있다. 관객들이 우리 사회와 인간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품의 핵심 메시지인 '카르페 디엠'에 대한 배우들의 해석도 인상적이었다. 차인표는 "교육이란 각자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깨닫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참교육'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연정훈은 "'카르페 디엠'은 흔히 말하는 욜로가 아니다. 현재를 즐기라는 뜻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하고 후회하게 된다. 어떤 상황이든 지금을 살아내는 것이 '카르페 디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차인표는 "결국 '카르페 디엠'은 이미 붙잡고 있는 것을 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죽은 시인의 사회'에는 닐 페리 역에 김락현, 이재환(빅스 켄), 강찬희(SF9), 토드 앤더슨 역에 김태균, 문성현, 녹스 오버스트리트 역에 임지섭, 김주민, 찰리 달튼 역에 강준규, 이탁수, 리처드 카메론 역에 김재민, 시우, 스티븐 믹스 역에 하성훈, 전유호가 출연한다. 공연은 오는 9월 13일까지 서울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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