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마를수록 커지는 업비트…빗썸은 ‘고립무원’

김민희 기자 (minimi@dailian.co.kr)

입력 2026.07.29 07:07  수정 2026.07.29 07:07

코인 거래량 17% 줄 때 점유율 67%로 뛴 업비트

코인원·코빗·고팍스는 외부 기업과 돌파구 모색

확정된 파트너 없는 빗썸, 새 성장동력 마련 과제

거래 가뭄 속 업비트 쏠림이 심화되는 가운데, 금융·가상자산 기업과 손잡은 중소 거래소들과 달리 빗썸은 뚜렷한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해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해졌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국내 가상자산 시장 거래가 위축되는 가운데 거래 물량이 '1위 사업자' 업비트로 쏠리면서 독주 체제가 한층 공고해지고 있다.


반면 시장 2위 빗썸은 거래량과 점유율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하며 업비트와의 격차가 벌어졌다.


중소 거래소들이 대형 금융·가상자산 기업과 손잡고 돌파구를 찾는 것과 달리 빗썸은 아직 뚜렷한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시장 내 입지가 더욱 애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 자료를 집계한 결과,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의 누적 거래량은 약 17조3424억원으로 전월 같은 기간보다 16.9% 감소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 누적 거래량은 약 20조8597억원이었다.


일평균 거래량도 7726억원에서 6423억원으로 약 1303억원 줄어드는 등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 부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실제 업비트의 거래량은 지난달 약 12조9970억원에서 이달 약 11조6943억원으로 10.0% 감소했다.


반면 빗썸은 6조4105억원에서 4조7071억원으로 26.6% 줄며 업비트보다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중소 거래소의 감소세는 더욱 가팔랐다.


코인원은 1조1413억원에서 7500억원으로 34.3%, 코빗은 2917억원에서 1804억원으로 38.2% 감소했다.


고팍스도 193억원에서 106억원으로 45.3% 급감했다.


주요 거래소의 거래량이 일제히 줄었지만 감소 폭은 업비트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시장 위축 속에서도 유동성과 이용자 기반이 탄탄한 업비트로 거래 수요가 쏠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62.3%에서 이달 67.4%로 5.1%포인트(p) 상승했다.


국내 원화 거래의 3분의 2 이상이 업비트 한 곳에서 이뤄진 셈이다.


빗썸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30.7%에서 27.1%로 3.6%p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업비트와 빗썸의 점유율 격차는 31.6%p에서 40.3%p로 한 달 만에 8.7%p 확대됐다.


빗썸은 그동안 수수료 이벤트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업비트를 추격해 왔다.


그러나 전체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이 같은 전략만으로 점유율 경쟁을 이어가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수수료 부담을 낮춰 거래를 끌어오면 단기적으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지만 거래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점유율이 낮은 중소 거래소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코인원·코빗·고팍스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달 7.0%에서 이달 5.4%로 줄었다.


세 거래소의 거래량을 모두 합쳐도 전체 시장의 6%에 미치지 못한다.


낮은 점유율은 단순히 거래 규모가 작다는 데 그치지 않고 유동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거래량이 줄어들면 매수·매도 호가 간격이 벌어지고 대규모 주문을 원하는 가격에 체결하기도 어려워진다.


이처럼 거래 여건이 나빠지면 이용자들은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 거래소로 이동하게 되고, 이는 다시 중소 거래소의 거래량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체적인 이용자 기반만으로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어려운 중소 거래소들은 금융회사나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과 손잡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코빗은 미래에셋그룹에 편입돼 ‘Digital X(디지털 엑스)’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에 나섰다.


미래에셋은 코빗을 실물연계자산(RWA)과 토큰증권(STO), 스테이블코인 등을 아우르는 디지털자산 플랫폼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코인원은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를 주요 주주로 확보했다.


최근에는 코인원 애플리케이션에서 국내 주식 정보를 확인한 뒤 한국투자증권의 웹트레이딩시스템(WTS)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연계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팍스도 고파이 미상환 문제와 경영 정상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바이낸스의 자본력과 가상자산 사업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빗썸은 국내 시장 2위에 해당하는 이용자 기반을 갖췄음에도 아직 확정된 금융사 파트너가 없다.


키움증권 등과의 협력이나 지분 투자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는 상태다.


업비트가 압도적인 유동성을 기반으로 독주 체제를 강화하고 중소 거래소들이 외부 기업과의 결합을 통해 생존 기반을 마련하는 사이 빗썸은 독자적인 성장 방향을 확정하지 못한 셈이다.


빗썸으로서는 업비트와의 점유율 경쟁을 이어가는 동시에 금융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에 대응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수수료를 낮추고 마케팅을 확대하는 방식만으로는 거래 가뭄을 버티거나 업비트와의 유동성 격차를 좁히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향후 거래소 경쟁의 무게중심이 개인 고객의 단순 매매에서 법인 거래와 수탁,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 유통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빗썸에는 부담이다.


이들 사업은 금융회사와의 협업 여부는 물론 자본력과 규제 대응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이 줄어들수록 이용자들은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 거래소를 선호하기 때문에 업비트 쏠림 현상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단순한 수수료나 마케팅 경쟁을 넘어 금융사와의 협업을 통해 법인 거래와 수탁,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지가 거래소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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