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수했지만 '사법리스크' 돌출
'무죄' 전까지 세력화도 일단 멈춤
대선 위해선 불확실성 해소가 관건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1심 선고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 김 씨에게 3300만 원 상당의 비용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로 1심 벌금 1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공동취재) ⓒ뉴시스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을 사수하며 국민의힘 대권주자 자리를 굳힌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무효형'이라는 돌발 변수를 맞이했다.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에 발목이 잡힌 탓에 당내 입지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22일 1심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서 정말 죄송하다"며 "10개의 공표·비공표 여론조사 중에 오늘 재판부에 의해서 5개가 유죄로 인정됐지만,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천하의 거짓말쟁이 명태균의 진술과 간접 증거만으로 선고됐다"며 "항소심에서 다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210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오 시장은 이 형이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는다.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은 지난 지방선거 내내 오 시장의 리스크로 평가됐지만, 오 시장은 "악질 특검인 민중기 특검에서 기소한 것 치고 유죄가 나온 게 있나. 저는 사기 피해자"라고 선을 그어왔다. 오 시장이 해당 의혹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선거 악재로 부상하진 않았지만, 이번 1심 선고를 기점으로 정치적 위기가 현실화됐다는 평가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선 항소심에서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분위기다. 재판부가 공소사실에 포함된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에 대해 오 시장 측(사업가 김한정씨) 의뢰와 김씨의 비용 대납 사실을 인정했지만, 명씨의 진술 전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부 신빙성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 내역, 여론조사 파일 전달 기록과 송금 내역 등 증거와 부합하는 부분은 신빙성을 인정했지만, 오 시장이 대납을 요청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
오 시장 캠프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10건의 여론조사 중 5건을 유죄로 인정했는데, 그 자체로 모순"이라면서 "직접 증거 없이 신뢰하기 어려운 증인의 주장만으로 유죄를 선고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오 시장이 대납을 요청했다는 직접 증거는 어디에도 없는데, 김한정씨의 해명이 믿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오 시장이 요청한 것'이라고 건너뛰었다"며 "남의 설명이 틀렸다는 것과 내 혐의가 증명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항소심에서 바로잡히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항소심에서 재판부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도 현재로선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오 시장은 지방선거에서 대역전극으로 서울을 사수한 이후, 대권주자로서 당내 입지 다지기에 집중할 정도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 등록 과정부터 시작된 장동혁 대표와의 각 세우기도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평가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오 시장은 '5선 서울시장'이라는 성과뿐만 아니라, 당내에서 제기되는 23대 총선 승리 발판인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오 시장을 뒷받침해 줄 당내 세력이 여전히 부재하다는 것이다. 당장 범여권은 이날 오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오 시장 방어에 나선 것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서울시장 캠프 출신 의원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안철수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 정도만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1심 선고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당내 일부에선 오 시장에 대한 선호도보다 정치적 이익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세력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 나아가 목소리도 내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이 연루된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 내외와 연동된 탓에 원론적인 입장을 내거나 침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서울시장으로서 당 공천권에 영향을 줄 수 없는 한계가 두드러지고, 서울시 인사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관망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한 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명태균 문제가 해소된다고 해도 당내 세력을 규합하기 어려운 구조인데, 공천권을 행사할 수도 없고 서울시에 자리를 나눠주는 것도 한정적이기 때문"이라면서 "아직 1심이기 때문에 지켜볼 여지는 있지만, 윤 전 대통령 내외와 연동된 문제이기 때문에 당내에서 쉽게 건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최근 중진 의원들과 접촉을 늘리며 세력화 부재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집중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기현·윤상현·안철수 등 중진과 잇따라 식사를 하거나, 지선 국면에서 여당의 총공세를 함께 방어하고 지원했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성평등위원회 등 3개 상임위 소속 의원들도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오 시장 입장에선 향후 대권주자로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중진 의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입지 강화에 집중한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우선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가 '무죄'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혐의에서 벗어난 이후에 세력화에 나서야 할 정도로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친윤(친윤석열)계가 '오동석'(오세훈·한동훈·이준석) 3자 구도를 비슷하게 만들어 가면서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도를 만들기 위해 오 시장과도 접촉면을 넓혔다"며 "오 시장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사실상 이 구도에서 낙마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 입장에선 대선까지 가는 데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버티는 것이 중요하지만, 세력화를 꾀하고 있던 상황에서 재판이 끝나기 전까진 움직이긴 어려울 것 같다. 현재 상당히 위험해진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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