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메모리 품귀에 부품값 급등
완제품 원가·서비스 비용까지 연쇄 압박
반도체 호황 이면에 전자업계 비용 부담
ⓒ데일리안AI 이미지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러온 메모리 반도체 호황의 영향이 전자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D램과 낸드 가격 급등이 스마트폰과 PC, 가전 등 완제품의 원가 부담을 키운 데 이어 수리용 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다. 반도체 업체들은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완제품 업계와 소비자에게는 이른바 '칩플레이션'의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초 삼성전자서비스에 공급하는 수리용 자재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1월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다. 모바일경험(MX)사업부 제품의 수리용 자재 가격은 평균 5%, 생활가전(DA)사업부 제품은 평균 9%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와 패널뿐 아니라 가전에 들어가는 모터와 컴프레서 등 각종 부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영향이다.
수리 비용의 상당 부분을 자재비가 차지하는 만큼 소비자가 부담하는 서비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부품값 상승이 새 제품 가격을 넘어 기존 제품을 유지하는 비용까지 밀어 올리고 있는 셈이다.
가격 상승의 중심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있다. 지난달 PC용 범용 D램 DDR4 8Gb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1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낸드플래시 128Gb MLC 가격도 1년 전보다 9배 뛰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메모리 업체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PC와 각종 전자제품에 쓰이는 범용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진 영향이다.
원가 부담은 완제품 업체들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 1분기 매입한 모바일용 메모리 평균 가격은 지난해 연평균보다 107% 상승했다. LG전자 역시 영상기기 부품용 반도체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33.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은 제품 가격 인상과 라인업 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IT 제품 가격이 잇따라 오르는 한편 가전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모두 반영하기 어려운 보급형 제품은 축소 압박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소비 위축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가전제품 소매판매액은 3년 전보다 5.8% 감소했고 통신기기·컴퓨터 소매판매액도 같은 기간 4.2% 줄었다. 생활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전자제품 가격까지 오르면서 제품 교체를 미루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모리 업체에는 호재인 가격 상승이 완제품 업계에는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온도차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메모리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가격 상승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는 반면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에는 같은 부품 가격 상승이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업부별 실적 차이가 보상 격차로 이어지면서 내부 갈등도 커지는 모습이다. DX부문 조합원이 다수 참여하는 삼성전자노조동행은 지난 16일 수원사업장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DS와 DX부문의 보상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가 촉발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온기가 산업 전체에 고르게 퍼지는 것은 아니다. 메모리 업체에는 실적 호재가 되고 있지만 완제품 업체에는 원가 부담으로, 소비자에게는 제품과 서비스 비용 상승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하반기부터 전자산업 전반의 비용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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