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돌려차기 피해자도 여론전 동참
"권력자가 자신을 위해 국민 희생시켜"
여당 일부서도 '전면 폐지' 우려 목소리
국민의힘 "막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장윤기 사건이 드러낸 수사 공백과 보완수사권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막기 위해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당내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피해자 목소리를 고리로 압박에 나선 것이다. 여당은 일부 당내 우려에 숙의에 접어든 만큼, 국민의힘은 이틈을 노려 대국민 설득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14일 국회에서 '장윤기 사건이 드러낸 수사 공백과 보완수사권 필요성' 토론회를 개최해 검찰 보완수사권 필요성과 형사사법 체계 개선 방향 논의에 나섰다. 지도부를 포함해 당 소속 국회의원 30여명이 참석해 목소리를 냈을뿐 아니라, 법조계 인사와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까지 나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이 맞설 수 있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부재한 상태다. 장동혁 대표도 이날 토론회 마지막 발언으로 "민주당이 계속 밀어붙이려 하는데, 저희가 국민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토론회 밖에 할 수 없는 게 안타깝고 무기력하다"고 밝혔다.
다만 당은 국민 여론이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부작용 우려에 무게가 실렸다고 판단하는 만큼, 당 차원에서 목소리를 키우면 여당도 부담을 느껴 강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 차원에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여당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위해 계속 밀어붙일 텐데,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면서 "오늘 문제점을 알리는 토론회도 개최했지만,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법사위에 올리던 본회의에 상정하던 가서 규탄하는 등 법안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모두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은 보완수사권 폐지 부작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드러내며 여론전을 펼쳐왔지만, 이를 확대해 법조계와 실제 피해자의 목소리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이를 위해 이날 개최된 토론회에선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직접 나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증거를 통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2022년 발생한 이 사건은 검찰의 추가 수사를 통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혐의가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 미수 혐의로 변경됐고, 항소심 법원도 1심 법원보다 더욱 무거운 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가명)씨는 "처음 이 사건은 상해 사건으로 접수됐고, 제가 장애 진단서를 내고 나서야 중상해로 검찰에 송치됐다"며 "어느 한쪽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아닌, 보는 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사 단계에서 다른 기관이 한 번 더 검증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검찰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은 청바지 안쪽의 가해자 DNA를 찾아내 성범죄 혐의를 입증한 사례를 들어 "누군가는 찾아내지 못하고 누군가는 찾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한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검찰의 집념을 보여주는 바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책임은 반드시 민주당이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검찰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후폭풍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의도 때문에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장윤기 사건이 드러낸 수사 공백과 보완수사권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칸막이 안쪽으로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참석해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당초 '묻지마 폭행' 사건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성폭행을 목적으로 한 범행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종민 법무법인 MK 대표변호사는 "주말을 반납하고 야근을 불사하면서도 피해자를 보호하려고 했던 것이 78년간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사법의 체계 근본인데, 일부 정치 검사의 일탈 때문에 왜 송두리째 부정당해야 하는가"라면서 "장윤기 살인사건은 검찰개혁 대실패의 예고편인데, 변을 한 항아리 전부 퍼먹고도 보완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오만과 독선이 바로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보완수사권 폐지의 의미를 민주당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저보다 훨씬 출세한 많은 검찰 출신이 문제를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전권 송치가 없는 보완수사권은 의미가 없는데, 폐지를 주도하는 사람은 아마 일부 경찰대 출신 마피아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향해선 "검찰 개혁은 100% 실패할 것이고 민주당 정권은 몰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말하면, 당신들 마음대로 하라. 대신 결과에 대해선 목을 걸어야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최창호 법무법인 정론 변호사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를 한 다음 보완수사권이 유지 중인 지역구와 기본권 침해 통계를 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 변호사는 "1년 정도 시범 실시를 해서 해당 지역에서 국민 기본권이 더 보호되고 있는지, 보완수사가 이뤄지는 곳의 기본권이 보호되고 있는지 비교 평가한 이후에 결정해 달라"며 "1~2년이 지나면 폐해가 드러날 텐데, 피해자만 불이익을 입는 제도 변경이 과연 국가와 국민에게 해야 하는 입법의 방향인지 물어보고 싶다"고 비판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는 그들이 곧 가해자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인이 헤집어 놓은 일을 국민이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 검찰의 별건 수사로 피해를 입었다고 거론되는 정치인 대부분이 권력자인데, 자신들을 위해 국민과 피해자를 수사 절차에서 희생시키는 것이다. 존치되어야 피해자 권리 보호에 부합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대국민 여론전이 여당 내 일부 신중론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청취했지만, 10명 안팎의 의원들이 전면 폐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숙의 과정에 돌입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흔들리는 만큼 여론전을 통한 압박 수위를 높여 이재명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까지 끌어내겠다는 분위기다. 김미애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범죄피해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거부권을 반드시 행사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해 달라"며 "국민의 기본권보다 우선하는 정치적 명분은 있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한 원내 관계자도 "장윤기 사건으로 인해 현재 국민 여론은 '경찰한테 독점 수사권을 줄 수 없다'는 것에 무게가 실린 것 같다. 민주당도 이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여론 때문에 의견이 팽팽한 만큼, 정부도 부담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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