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청계 반발'하던 선호투표제도 도입되자
鄭 "할 말 많지만 않겠다"…이성윤은 사퇴
청년최고위원 도입 불발엔 친명계 '극대노'
전당대회 룰 갈등 계파 전쟁으로 확전 조짐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이 8·17 전당대회 당권주자인 송영길 의원, 김민석 전 국무총리, 정청래 전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8·1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선호투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극심한 당내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심지어 청년최고위원제도 도입이 불발되자 당내 계파 간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규칙을 확정했음에도 당권주자 간 공방과 계파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지도부 책임론 등 후폭풍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대표 선거에서 선호투표제가 실시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결선투표 실시 방식으로 '선호투표·결선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명문화 하는 방식으로 당규를 개정하면서다.
당규 개정은 극심한 갈등을 수반했다. 그동안 선호투표제가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반대 의견을 피력해온 친청(친정청래)계 이성윤 최고위원이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와 사퇴를 선언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지난 일요일(12일) 저녁에도 느닷없이 당헌이 아니라 선호투표제를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드는 당규 개정안이 넘어와서 저는 수도 없이 반대했다"며 "개선되지 않는 측면을 용납할 수 없고 오늘 표결에도 참석할 수 없다"고 말하며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했다.
이 최고위원의 사퇴 직후 선호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당규 개정안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최고위원을 제외한 지도부 내 친청계로 분류되는 3명의 최고위원도 당규 개정에 구두로 동의하면서다. 이들이 표결 없이 당규 개정안을 의결한 이유는 전대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민주당은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8·1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선호투표제 실시를 위한 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오는 15일 최고위원회에서 지도부 선출 방법을 의결하면 선호투표제는 이번 전대부터 전격 도입된다.
선호투표제가 전대 국면에서 최대 논란으로 떠오른 건 정치적 유불리 때문이다. 선호투표제는 앞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지난 7일 회의를 통해 결정한 당대표 경선 방식으로 사전에 1~3위를 뽑는 방식이다.
1순위 개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바로 당선자가 결정되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하위 후보가 자동 탈락된다. 이때 3위 후보를 1순위로 뽑은 각 투표자가 '2순위'로 명시한 후보에게 표를 배분한다.
이를 두고 친청계는 정청래 전 대표가 친명계인 송영길 의원과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3강 구도로 맞설 경우, 당원들이 1순위가 누구든 2순위에는 친명계인 송 의원·김 전 총리를 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반발해왔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선호투표제 도입이 사실상 확정되자 정청래 전 대표는 묘한 뉘앙스의 메시지를 꺼내들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선호투표제 도입과 관련해 "당의 결정을 쿨하게 수용한다"면서도 "할 말은 많으나 말하지 않겠다. 제가 민주당을 지킬테니, 이제 당원들께서 정청래를 지켜달라"고 적었다.
더 큰 갈등은 그 이후 결정에서 터져나왔다. 선출직 청년최고위원제 도입안이 최고위에서 부결되면서다. 선출직 청년 최고위원제는 총 5명인 선출직 최고위원 중 1명을 청년 몫으로 분리해 선출하는 제도다.
청년최고위원 제도 도입 역시 친청계에서 반발해왔다. 이날까지 최고위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 중 '청년 후보'라고 할 수 있는 정민철 정책위원회 부의장,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등은 정 전 대표에게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한 인사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안정적인 지도부를 꾸리기 위해선 같은 계파로 최고위원을 채워야 하는데, 한 자리를 '반청(반정청래)'계에 떼어주게 되면 최고위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어서다. 이에 표결없이 통과됐던 선호투표제와 달리 청년최고위원제도는 최고위에서 표결에 부쳐졌지만 부결됐다.
이 같은 결과에 친명계와 당권주자들은 즉각 정 전 대표 측을 겨냥해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송영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특정 최고위원들의 자기 정치가 전당대회를 어지럽히더니, 끝내 청년의 자리까지 집어삼켰다"며 "(대표가 되면) 선출직 청년최고위원제를 당헌·당규에 새겨 넣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전 총리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청년 정치의 길을 넓히는 청년최고위원 도입이 특정 후보 측 반대로 무산돼 아쉽다"며 "당의 미래라는 대의보다 작은 이익을 앞세운 집단적 자기정치"라며 정 의원과 친청계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청년최고위원제 도입 불발에 대학생위원장이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사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봉건우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너진 20·30세대의 신뢰를 제고할 청년 최고위원 선출제가 무산돼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며 "20대 당원만이 직접 선출한 유일한 전국위원장으로서 당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며 선관위 사퇴를 선언했다.
당내에선 선호투표제와 청년최고위원제를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선호투표제 도입에 반발해 이성윤 최고위원이 사퇴 카드를 꺼내든 것을 두고도 정치적 셈법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선호투표제를 부결시키는 것에 진심이었다면 끝까지 최고위에 자리를 지키면서 반대표를 던졌어야 하는게 맞는 것"이라며 "(이 최고위원이) 전대에 최고위원 출마를 위한 포석으로 사퇴를 선언한 것 같은데 '끝까지 반대했다'는 명분을 쌓고 싶어서 이 시점에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모든 걸 정치적 유불리로만 따지지 말고 진짜 당원들이 원하는지 나아가 국민이 원하는지를 잘 봐야 하는데 이번 (전대 룰) 결정은 거기에 부합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한병도 원내대표가 최대한 원만한 합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벌써 갈등이 커지는 걸 보면 뜻한 바와 달리 더 큰 갈등의 씨앗이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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