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와의 공존 꿈꾸는 지상파
아직은 가능성 타진 단계인 숏폼 드라마의 '현재'
“경쟁자가 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달리는 말에 올라탔다.”
제작사 스튜디오S의 홍성창 대표가 SBS 드라마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을 공유하는 미디어 데이에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진출’이 필수가 된 시대, 넷플릭스를 포함한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를 겨냥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SBS는 물론, 다수의 방송사와 제작사는 넷플릭스와 적극적으로 손을 잡으며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
SBS 드라마의 현재와 미래 분석한 스튜디오S 홍성창 대표SBS 김기슭 편성실·ⓒSBS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시장을 말 그대로 ‘장악’하면서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는 호소가 나오지만, 한국 콘텐츠 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스타 몸값 상승을 이끌어 제작비 상승을 초래하고, 결국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넷플릭스 쏠림 현상을 우려하게 했지만,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K-콘텐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달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았으며, 홍 대표가 언급한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도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저작권이 넷플릭스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넷플릭스만 좋은 일’이라는 비판받는 동시에, ‘오징어 게임’ 시리즈 이후 한국의 제작진, 배우들의 해외 진출의 문을 넓혔다는 반대의 평가도 존재한다. 배우 이정재는 디즈니+ ‘애콜라이트’에 출연하며 한국 배우 최초로 ‘스타워즈’ 세계관에 입성했고, 이 드라마로 처음 존재감을 드러낸 모델 출신 배우 정호연은 미국 3대 에이전시 중 하나인 CAA와 손잡았다.
직접 해외 시장에 뛰어드는 제작사도 있다. CJ ENM은 피프스 시즌(미국), 스튜디오드래곤 재팬(일본) 등을 통해 단순 수출을 넘어선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최근 ‘굿 닥터’,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한국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태국 드라마를 인도에 수출하면서 CJ ENM 홍콩 법인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아시아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이에 발맞춰 전략적 파트너십, 포맷 현지화 등 다각도의 콘텐츠 협업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진출은 여전히 일부 대형 제작사들에만 국한된 이야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콘텐츠 기업의 수출은 어떻게 시작되고 지속되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콘텐츠 수출액은 약 141억 달러(약 19조 원)를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149억 달러(약 21조 원)로 전년보다 5.9%(달러 기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실제 해외에 직접 수출하는 콘텐츠 기업은 전체의 약 20%에 불과하며, 수출을 시작한 기업의 약 3분의 1은 다음 해 수출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부 기업에만 국한된 기회이며 이마저도 꾸준히 지속해 나가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준익 감독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레진스낵
중소 제작사들은 숏폼(Short-form) 드라마로 눈을 돌린다. 세로 화면에, 1~2분 내외의 러닝타임으로 모바일 시청이 익숙한 젊은 시청자들을 겨냥한다. 한 작품 당 50~150부작으로 구성되지만 전체 제작비는 대작 드라마 한 편에도 못 미친다.
긍정적인 전망은 이어진다. 시장조사업체 미디어 파트너스 아시아에 따르면 글로벌 숏드라마 시장 매출은 2023년 50억 달러(약 7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20억달러(약 17조4000억원)로 증가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가능성이 있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국 65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숏폼 콘텐츠 플랫폼의 이용률은 92.3%에 달하지만, 드라마로 장르를 한정하면 그 비율은 높지 않다. 숏 드라마 전문 플랫폼 이용률은 9.7%였으며, 그중 유료 결제 경험 비율은 5.3%에 불과했다.
그래도 유명 감독과 배우들의 진입은 계속되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 ‘박열’을 만든 이준익 감독은 레진스낵의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을 연출했고,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도 같은 플랫폼에서 ‘애 아빠는 남사친’을 선보였다. 쇼박스는 숏폼 플랫폼 릴숏과 손잡고 ‘브라이덜 샤워: 사라진 신부’ 등을 준비 중이고, MBC는 ‘착한 아내는 끝났다’로 첫 숏폼에 나선다. KT스튜디오지니는 아예 투자·제작·유통을 내재화한 ‘숏폼 스튜디오’ 모델을 구축하겠다며 연간 56편, 매주 1편 이상의 오리지널 숏폼을 예고했다. 최근 공개한 ‘청소부의 두 번째 결혼’은 중국계 플랫폼 드라마박스와 릴숏에서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결국 글로벌 플랫폼과의 아슬아슬한 동거도, 도파민 가득한 숏폼도 아직은 정답이라기보다 임시방편에 가깝다. 이 시도들을 단단한 수익 모델로 키우는 것이 지금 드라마 시장의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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