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2030 SNS전략 대성공…'진영' 아닌 '일상'으로 소통하며 5400만 뷰 돌파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6.06.10 06:00  수정 2026.06.10 06:00

정원오 캠프 300만회 대비 18배 차이…기존의 관념 과감히 깨고 전략적 선택

후보 중심의 일방적 소통 배제…상호 공감할 수 있는 '유권자' 중심 콘텐츠로

현실 이슈를 청년세대 언어로 풀어내며 '짧지만 명확한' 메시지로 공감

6·3 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 중 오세훈 후보 인스타그램ⓒ인스타그램

진보 진영이 SNS를 통한 홍보와 소통에 강하다는 통념이 있다. 보수 진영은 SNS에서마저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콘텐츠만을 내놓는다는 고정관념도 있다.


그러나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후보 캠프의 인스타그램은 이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선거일 전까지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한 한 달여간 릴스 누적 조회수 5400만 회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300만 회 수준에 머문 정원오 후보 측을 무려 18배 차로 압도했다.


보수 후보의 SNS가 진보 후보를 이 정도 격차로 앞선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선거기간(4월27일~6월3일) 38일 동안 오세훈 후보의 인스타그램 총게시물은 190개, 그중 '좋아요' 합계는 216만1,896개(게시물당 평균 1만1378개), '댓글' 합계 9만1918개(평균 484개), '공유' 합계 69만9424개(평균 3681개)이다.


6·3 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 오세훈 후보 인스타그램 게시물. 특정한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현장 소통, 애니메이션, 토론회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된 게시물을 볼 수 있다.ⓒ인스타그램
◇일방적인 후보 일정 알림 의도적 배제…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에 집중


이 성과는 우연도, 후보 인지도 덕도 아니다. 철저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다. 오 후보 측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선거를 맞이해 오 후보 측 인스타그램 운영에서 가장 먼저 버린 것은 '기록형 포스팅'이었다. 정치인 SNS의 상당수는 후보의 일정을 받아쓰기처럼 올리는 데 쓰인다. 어디를 갔고, 누구를 만났고, 어떤 행사에 참석했다는 식이다. 캠프는 이런 의전·동선 중심의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청년 유권자는 후보의 하루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모든 영상은 2분 미만으로 제작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어떤 사안이든, 어떤 토론이든, 2분 안에 정리되지 않으면 올리지 않는다. 2시간짜리 토론회 영상도 청년이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잘라낸다. 후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시민이 듣고 싶은 말, 알아야 할 말이 우선이다. 후보의 노출을 줄여야 후보의 메시지가 닿는다는 역설이 작동한다.


여기에 더해진 것이 '영상 문법의 번역'이다. 부동산, 일자리, 교통, 돌봄처럼 다루기 어려운 정치 이슈를 청년 세대의 언어와 호흡으로 풀어낸다. 그리고 그 메시지의 끝은 늘 같은 자리로 수렴한다. "이것은 오세훈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서울시민의 문제다." 후보를 앞세우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후보의 아젠다가 청년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구조다.


또한 AI를 활용해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정을 운영하며 겪었던 난관과 해법을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제작한 것 역시 대성공이었다. 애니메이션 매 회차가 공개될 때마다 '다음 편이 기다려진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고 시리즈가 거듭되며 오세훈 후보에게 하나의 서사를 완성시켜 나갔다.


◇후보가 직접 발로 뛰며 만난 시민들과의 시간 빠짐없이 공유하며 소통


콘텐츠의 방향만큼이나 중요했던 것은 '소통의 방식'이었다. 캠프는 사진을 일방적 홍보물이 아니라 쌍방향 관계의 매개로 활용했다. 오세훈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은 시민, 감사의 정원과 한강버스를 직접 이용하고 그 경험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시민들의 게시물을 후보의 스토리에 빠짐없이 공유했다. 후보가 시민을 향해 말하는 구조가 아니라, 시민이 먼저 올린 일상을 후보가 받아 안는 구조였다.


2030 세대를 노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하는 주체'로 세운 것이다. 화면 속에서 청년과 후보가 같은 자리에 서 있다는 감각, 그 누적이 곧 신뢰가 됐다. 반면 정원오 캠프는 이런 상호작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일정과 현장 사진, 유세 장면, 그리고 대통령의 '픽'을 강조하는 구시대적 방법론에 머물렀다. 권위에서 정당성을 빌려오는 방식은, 권위 자체에 피로를 느끼는 청년 세대에게 닿지 않았다.


가장 과감했던 선택은 '정당 색채의 제거'였다. 오세훈 후보의 인스타그램에서는 선거철이면 으레 등장하는 국민의힘 로고도, 후보 기호번호도, 빨간색 톤의 정형화된 카드뉴스도 찾아볼 수 없다. 의도된 부재였다.


6·3 지방선거 선거운동기간 정원오 후보 인스타그램. 대부분의 게시물이 후보와 정당을 전면에 내세우는 구조로 기획돼있다.ⓒ인스타그램

오세훈 캠프는 정당의 상징을 전면에 내세우는 순간 콘텐츠가 '진영의 것'으로 분류되고, 진영 밖 청년에게는 자동으로 차단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국민의힘이라는 간판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그 자리를 '오세훈이라는 인물'로 채웠다. 정당이 아니라 사람을, 기호가 아니라 서사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여줄 것인가, 이것이 운영의 핵심 축이었다. 진영의 외피를 벗자, 역설적으로 더 넓은 청년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의사결정은 신속하지만 일관되게, 진영보다 인물과 일상 부각


이 모든 선택을 가능하게 한 것은 결국 의사결정 구조였다. 정원오 캠프는 여러 세력이 결합한 빅텐트였던 만큼 미디어 의사결정 역시 여러 갈래로 분산돼 있었다. 콘텐츠 하나를 내보내는 데도 합의해야 할 주체가 많았고, 그 과정에서 속도와 일관성이 모두 무뎌졌다.


반면 오세훈 캠프의 뉴미디어 의사결정은 단일했다. 서울시청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소수 전담팀이 모든 콘텐츠를 총괄했고, 그들에게는 충분한 자율성이 보장됐다. 무엇을 자르고 무엇을 살릴지, 어떤 톤으로 말할지를 현장에서 즉시 판단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숏폼은 속도와 일관성이 생명인 영역이다. 매일 같은 문법, 같은 톤, 같은 기준으로 콘텐츠가 쏟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산되지 않은 결정권과 신뢰받는 팀이 있었다.


그리고 이 전략의 효과는 가장 결정적인 지점에서 확인됐다. 인스타그램 중심의 소통은 2030 남성을 넘어 2030 여성에게까지 파급됐다. 여성 이용자 비중이 높은 인스타그램의 특성상, 정당 색을 덜어내고 인물과 일상으로 다가간 콘텐츠 문법은 그간 보수 후보가 좀처럼 끌어오지 못했던 청년 여성층에 효과적으로 스며들었다.


그 결과 캠프가 압도적으로 승리했던 2022년 지방선거 때보다도 더 높은 비율의 2030 여성 표가 오세훈에게 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 후보에게 가장 멀게 여겨졌던 인구집단의 표심이 움직였다는 것, 이것이 이번 선거의 승부를 가른 결정적 변수였다.


결국 선거 과정에서 오세훈 캠프 인스타그램의 5400만 뷰는 "보수가 SNS에서 약하다"는 오래된 명제가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문법의 문제였음을 증명한다. 청년의 시간을 존중하고, 청년의 언어로 말하고, 청년을 주체로 세우며, 진영의 색을 덜어낸 캠프가 결국 청년의 시선을, 그중에서도 가장 얻기 어려웠던 청년 여성의 표심을 얻었다. 그리고 그것을 끝까지 가능하게 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단일한 의사결정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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