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급등에 세트 원가 부담…패널 물량·판가 동시 압박
삼성D·LGD, 차량·휴머노이드 OLED로 수요처 확대
하반기 전망 엇갈려도 고부가 시장 전환엔 한목소리
삼성디스플레이가 'K-디스플레이 2026'에서 선보인 6.9형 휴머노이드용 디스플레이(좌). LG디스플레이가 같은 행사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용 P-OLED(우).ⓒ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에서 시작된 '칩플레이션'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사업 재편을 재촉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정보기술(IT) 기기 제조사의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생산량이 줄고 부품 전반에 대한 가격 인하 압박도 확대돼 패널 업체들이 물량과 가격 양쪽에서 부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 D램 수요 확대로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서 스마트폰·PC 등 완제품 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가격 급등이 제품 가격과 소비 수요에 부담을 주면서 올해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이 전년보다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국내 완제품 업체의 원가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 DX부문의 올해 1분기 모바일용 메모리 평균 가격은 지난해 연평균보다 약 107% 뛰었다. 반면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평균 가격은 약 4% 하락해 주요 부품 사이에서 상반된 가격 흐름이 나타났다.
LG전자에서도 반도체 원가 부담이 커졌다. TV 등 디스플레이 기반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의 올해 1분기 영상기기 부품용 반도체 평균 가격은 지난해 평균보다 33.1% 상승했다. 관련 매입액은 23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4% 늘었고, MS사업본부 원재료 매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7%에서 9.1%로 높아졌다.
이처럼 메모리 가격 상승은 세트 업체의 원가와 생산계획에 부담을 주고 있다. 그 여파로 스마트폰과 IT용 패널 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업계가 받는 가격 인하 압박도 커지고 있다. 메모리 업체에는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 요인이지만 같은 전자산업 공급망에 속한 디스플레이 업체에는 물량과 판가를 동시에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좌).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우).ⓒ연합뉴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K-디스플레이 2026'에서 "칩플레이션으로 고객사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스마트폰과 IT 기기 물량이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 업계에도 가격적으로 큰 압박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역시 메모리 가격 상승에 대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원가 개선을 통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계절적 성수기인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다소 개선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 업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렸지만 양사의 중장기 전략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TV 등 기존 주력 시장의 회복만 기다리지 않고 높은 신뢰성과 맞춤형 설계가 필요한 자동차와 AI 기기, 휴머노이드 로봇 등으로 OLED 활용처를 넓혀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양사는 올해 'K-디스플레이 2026'에서도 차량용과 휴머노이드 로봇용 패널을 나란히 전면에 내세우며 향후 공략할 신규 시장을 구체화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시선 추적 기능을 적용한 6.9형 휴머노이드용 OLED를 선보였다. 차량 분야에서는 카메라와 센서 설치 공간을 패널에 정밀하게 가공하는 '빅 홀' 기술을 비롯한 자동차용 OLED 기술을 내세웠다. 회사는 최근 페라리 등 글로벌 차 업체에도 OLED 공급을 확대하며 차량용 사업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차량용으로 축적한 플라스틱 OLED 기술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확대하고 있다. 회사가 국내에서 처음 공개한 휴머노이드용 P-OLED 솔루션은 얇고 가벼운 데다 영하 30도부터 영상 85도까지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진동과 충격, 급격한 온도 변화에 노출되는 자동차와 로봇 시장에서 공통으로 요구되는 내구성을 앞세운 것이다
차량용 패널은 소비자용 IT 제품보다 개발과 인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공급이 시작되면 거래가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고객별 맞춤형 제품 비중도 높다. 내구성과 저전력, 곡면 설계, 센서 결합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단순한 패널 면적과 가격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날 여지가 크다.
로봇용 패널은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디스플레이가 사람과 기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중소형 OLED 수요처로 주목받고 있다. 로봇의 표정과 상태를 표시하는 화면을 넘어 시선 추적과 터치, 센서 연동 기능까지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기존 주력 시장에서도 기술 차별화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폴더블 기기 확대에 대응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는 TV와 IT 기기에 적용한 탠덤 OLED 기술을 스마트폰으로 넓힐 계획이다. 범용 패널보다 고객 맞춤형 설계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 비중을 높여 가격 결정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완제품 업체는 다른 부품에서 비용을 줄이려 할 수밖에 없다"며 "디스플레이 업체로서는 스마트폰과 IT 패널의 물량 회복에만 기대기보다 자동차와 로봇 등 가격보다 기술과 신뢰성이 중요한 시장을 넓혀야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