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이끈 '폭풍 성장'… 한은, 올해 성장률 또 올렸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5.29 07:01  수정 2026.05.29 07:01

중동 대외 악재 뚫은 반도체 독주

일시적 아닌 상당 기간 지속될 것

물가는 유가 직격탄에 '비상'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중동발 공급 충격이라는 대외 악재 속에서도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으면서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고유가 여파를 반영해 함께 올려 잡았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8일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0.6%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기존 1.8%에서 2.1%로 높여 설정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물가상승 압력은 증대된 반면 성장세는 우려와 달리 예상보다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성장률 상향 조정을 이끈 핵심 원인은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와 IT 수출 호조다.


한은에 따르면 중동전쟁 장기화 등 대외 충격이 우리 경제성장률을 0.4%p 끌어내렸지만, 예상보다 강한 IT 수출 호조세가 성장률을 0.7%p나 밀어 올렸다.


특히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속보치)이 전기 대비 1.7%를 기록한 것에 대해 신 총재는 "GDP는 3.6% 성장한 반면 GDI(국내총소득)는 무려 12.3%까지 성장했다"고 짚었다.


그만큼 반도체 가격이 높았다는 뜻이라며 "단시간에 생산을 늘릴 수 없는 품목 특성상 이번 성장세는 일시적 현상보다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으로 1분기 재화수출이 전기 대비 5.6% 크게 늘어났고, 통관수출 금액 기준으로도 올해와 내년 모두 90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됐다.


내수 여건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출 호조에 따른 소득·자산 여건 개선으로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올해 2.0%, 내년 2.1%로 각각 상향됐다.


설비투자 또한 반도체 장비와 GPU 도입을 중심으로 올해 4.4%의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건설투자는 기존 전망보다 다소 낮은 0.6% 성장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압박 등의 영향이다.


수출 호황에 힘입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25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내수 양극화 우려에 대해 신 총재는 "임금이 구매력 증가를 통해 수요를 늘리면 물가 압력도 생긴다"면서도 "기업 수익 개선에 따른 법인세 증가 등 재정을 통해 국민 전체에게 돌아가는 낙수효과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물가는 비상등이 켜졌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0.5%p나 대폭 올렸다.


중동발 위기로 국제유가 전제치가 올해 배럴당 평균 93달러로 대폭 상승한 데다, 고유가 충격이 시차를 두고 여타 품목으로 파급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2.1%에서 2.4%로 상향 조정됐다.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이 파급되고 경기 개선세가 지속되면서 수요압력도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신 총재는 "물가는 중동 상황과 국제유가 움직임에 따라 공급충격의 물가 파급 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물가의 상방리스크 확대 가능성에 한층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조만간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 기조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성장은 견조한 개선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매파적 발언을 냈다.


특히 그는 현재의 정책 딜레마 상황에 대해 "보통 여러 목적이 상충돼 딜레마가 있지만, 이번에는 예외로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를 앞으로 인상함으로써 이런 여러 가지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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