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뒤 현장 혼란 확산
산재 감소 여부에 엇갈린 평가
노동개혁 속도전…입법 과제도 산적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을 만나 고용노동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 고용노동부가 출범 1년간 노란봉투법 법제화, 역대급 근로감독관 증원 등 굵직한 정책을 추진한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는 성과와 과제가 엇갈렸다.
노동부는 지난해 6월 출범과 동시에 강한 친노동 기조를 예고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김영훈 장관 취임은 그 자체로 전례 없는 신호였다.
김 장관은 취임 직후 부처 약칭도 기존 ‘고용부’에서 ‘노동부’로 바꿨다. 이후 노동부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법제화, 임금체불 근절 대책 공표, 대통령의 산재 사업장 현장 점검 등 이전 정부 기조와 대비되는 정책을 잇달아 추진했다.
산재 연간 통계 악화됐지만…올해 1분기엔 반전
산업안전 분야 지표는 시점에 따라 엇갈린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산업재해 전체 사망자는 2248명으로 전년 대비 150명(7.1%) 증가했다. 사고 사망자만 따져도 872명으로 45명(5.4%) 늘었다. 전체 재해자 수도 10만995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40명(4.6%) 많아졌고 사망만인율도 상승했다.
반면 올해 들어서는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김 장관은 27일 출입기자단 차담회에서 “올해 1분기 산재 사망 사고율이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고 중대재해처벌법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라고 밝혔다.
지난해 통계와 최근 분기 흐름이 엇갈리는 만큼 추세가 실제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노동부는 산재 예방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근로감독관 대규모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산업안전감독관 300명 긴급 증원에 이어 연말 700명을 추가해 올해만 1000명을 늘렸고, 내년까지 총 2000명 증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양적 확대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도 만만치 않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2026년도 노동부 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신고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업무체계 개선 조치 없이 근로감독관만 늘리면 증원된 감독관이 다시 신고사건 처리에 투입될 수 있다”며 “사후시정에만 집중할 뿐 당초 의도한 예방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근로감독관의 약 80%가 임금체불 등 신고사건 처리에 쏠려 있고, 2016년 이후 954명이 증원됐지만 신고사건 처리 업무 비중은 증원 전후 유사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내부 기피 현상도 문제다. 2025년 10월 노동부에 신규 배치된 국가직 9급 공무원 249명 중 97명(38.9%)이 임용을 포기했다. 격무 대비 승진 적체가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노사대립 진원 ‘노란봉투법’…제동걸린 노동정책 ‘수두룩’
노란봉투법은 성과인 동시에 현장 혼란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세부 시행령이나 지침 없이 법이 먼저 시행되면서 마찰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노동부는 시행령 입법예고 후 노사 양측의 반발을 사 이를 수정해 재입법예고해야 했다. 시행 3개월 전부터 현대제철, 한화오션 등 하청노조가 노동위원회에 ‘원청이 사용자인지 당장 판단해달라’며 법적 선점에 나섰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월 시행 후 한 달간 하청 노동조합·지부·지회 1011곳이 원청 사업장 372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조합원 규모는 14만6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교섭 절차에 실제로 들어간 원청은 33곳에 그쳤고, 교섭 노조가 확정된 곳은 19곳, 실제 교섭에 착수한 사례는 한동대학교 단 1곳뿐이었다.
핵심 쟁점은 ‘사용자성’ 판단 기준의 모호함이다. 재계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배경으로 노란봉투법을 지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판을 키웠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노란봉투법은 정규직 중심의 배타적 노동운동이 아니라 기업 내 원·하청이 함께 살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액 5000억원 이상 1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7%는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고, 가장 큰 리스크로 ‘법적 분쟁 급증’을 꼽았다.
이같은 상황은 이재명 노동부 2년차 과제의 무게를 키운다. 실 근로시간 단축 로드맵은 연구용역 단계에 머물러 있고, 정년연장·노동법원 설립·5인 미만 사업장 노동관계법 적용 확대 등 핵심 과제도 아직 입법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근로자추정제와 일터기본법은 노사 양측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상태로, 노동부는 비공개 간담회를 통한 설득을 거쳐 정기국회 통과를 재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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