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파업, 정부 나서 성과급 타결로 봉합
현대차·기아 노조, 30% 성과급·정년연장 압박
파업은 멈췄지만 선례 남아…산업계 긴장 확산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왼쪽부터)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결국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나서 중재한 끝에 하루 전 멈춰 섰다. 노조는 원하던 걸 얻었고, 회사는 파업을 피했으며, 정부는 급한 불을 껐다. 겉으로 보면 모두가 한숨 돌린 모양새지만, 산업계에 긴장이 더 짙게 깔린 건 왜일까.
“사측은 삼성의 결단력을 배워라.” 기아 노조가 삼성전자 노사 타결을 두고 사측을 향해 한 말이다. 이 한마디는 올해, 그리고 앞으로 매년 일어날 수많은 기업들의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삼성전자 노조 사태는 대형 제조업 노사관계에 꽤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고 여론의 한복판에 서면, 회사뿐 아니라 정부까지 테이블에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더 유감스러운 것은 여론전 자체가 협상의 도구가 됐다는 점이다. 전국민의 입방아에 오르는 상황이 기업과 정부에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철저히 이용한 것이다. 관심과 우려가 커지면 커질 수록 강하게 밀어붙인 덕에 삼성 노조는 성과급만 최대 6억원이라는 합의안을 손에 쥐게 됐다.
국가 기간산업의 파업을 막았다는 점에서 정부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었지만,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고싶은 전국의 수많은 노조들에겐 그저 막강한 ‘성공 공식’이 생겨난 것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인상은 물론, 전년도 순이익 또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여기에 정년 연장, 고용 보장, AI·로봇 도입에 따른 노동조건 보장까지 얹었다. 단순히 임금을 더 달라는 수준을 넘어 회사의 미래 투자와 인력 운용, 생산 방식까지 교섭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노동자가 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면 그 성과를 만든 구성원에게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서 실질임금이 줄었다는 노동계의 문제 제기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그러나 요구의 크기와 시점은 별개의 문제다. 겉으로는 좋은 실적을 내는 것 같지만, 속사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다. 조금 잘 팔린다 했더니 없던 관세를 내라는 협박이 쏟아지고, 현지에 공장이 없으면 전기차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는 국가가 자꾸만 생겨나고 있다. 와중에 전기차는 기대만큼 팔리지 않고,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가는 곳 마다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노동권이 산업의 체력까지 소진시키는 방식으로 행사된다면 결국 피해는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기업이 투자 여력을 잃으면 미래 일자리는 줄어들고,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성과 배분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정년 연장과 고용 보장 역시 기업 경쟁력이 유지될 때 가능한 얘기다.
노동자의 정당한 목소리를 키워주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노조의 손에서 산업을 볼모로 잡는 결과를 낳았다. 매년 파업 직전 달려가 노조를 달랠 게 아니라면 노동권과 산업 경쟁력이 함께 설 수 있는 원칙을 다시 세워야하지 않을까. 삼성 노조의 파업을 막았다는 사실에 안심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올해를 보낸다면, 내년에는 더 지독하고 긴 파업의 계절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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