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도 아쉽다…tvN 토일극, 신선한 설정 이후의 숙제 [D:방송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5.20 11:14  수정 2026.05.20 11:15

‘미쓰홍’은 설정과 메시지 끝까지 연결, ‘건물주’는 장르 혼선 아쉬움

‘은밀한 감사’ 시청률 성과에도 초반 기획의 힘 이어갈지 과제

2026년 tvN 토일드라마는 익숙한 장르 안에 낯선 설정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레트로 오피스 코미디부터 부동산 블랙코미디, 사내 감사 로맨스까지 소재의 외연을 넓히며 차별화를 꾀했다. 신선한 기획은 초반 화제성을 만드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그 설정을 중후반까지 일관되게 끌고 가는 힘에서는 작품마다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은밀한 감사’ 스틸컷 ⓒtvN

tvN 토일드라마는 올해 초 ‘언더커버 미쓰홍’(이하 ‘미쓰홍’)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하 ‘건물주’), 현재 방영 중인 ‘은밀한 감사’까지 낯선 설정을 앞세운 작품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세 작품 모두 초반 설정만큼은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됐다. ‘미쓰홍’은 레트로 감성에 오피스 활극을 결합했고, ‘건물주’는 부동산 욕망과 생계형 가장의 현실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내려 했다. ‘은밀한 감사’ 역시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사적인 문제를 감사팀이 조사한다는 설정으로 초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가운데 ‘미쓰홍’은 신선한 설정을 작품의 메시지와 끝까지 연결한 사례로 꼽힌다. ‘미쓰홍’은 회사 비리, 여성 노동자들의 생존, 시대적 공감대를 빠른 전개 안에 녹이며 극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유지했다. 1990년대 후반이라는 시대 배경은 단순한 복고 장치에 머물지 않았고, ‘미쓰’로 불리던 여성 사원들의 위치와 차별, 생존 방식은 극의 메시지와 맞물렸다. 익숙한 언더커버 설정이었지만, 인물들이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지가 분명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몰입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반면 후속작들은 신선한 설정을 끝까지 밀고 가는 힘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건물주’는 빚에 허덕이는 생계형 건물주가 가족과 건물을 지키기 위해 가짜 납치극에 가담한다는 설정으로 출발했다. 부동산 욕망과 중년 가장의 현실이라는 소재는 공감대를 만들 여지가 충분했다. 그러나 회차가 진행될수록 납치, 감금, 살인 등 장르적 자극이 강해지며 현실 블랙코미디와 스릴러 사이에서 초점이 흐려졌다. 결국 부동산 현실극으로서의 날카로움도,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tvN 토일극의 흐름에 대해 “장르물이 과거보다 많아진 상황이고, 케이블 채널에도 점점 많이 포진되고 있다”며 “장르물에 기존 코드를 섞은 퓨전화된 경향이 최근 작품들에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OTT 이후 달라진 제작 환경과 영화·드라마 제작 인력의 결합, 웹툰식 상상력의 확장을 짚었다.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스틸컷 ⓒtvN

다만 신선한 설정이 곧 완성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 평론가는 ‘건물주’에 대해 “부동산은 굉장히 참신한 소재였지만, 반전에 대한 강박이 심했다”며 “계속 반전에 반전을 하다 보니 너무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화는 2~3시간 안에 끝나기 때문에 반전이 많아도 괜찮지만, 시리즈는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중간에 이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방영 중인 ‘은밀한 감사’도 비슷한 질문을 남긴다. 물론 ‘은밀한 감사’는 최고 시청률 9.4%를 기록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초반부터 사내 풍기문란을 조사하는 감사팀이라는 설정은 자극적이면서도 신선했고, 신혜선·공명·김재욱 등 배우들의 존재감도 관심을 끌었다. 회사 안의 사적인 관계와 윤리 문제를 감사 대상으로 삼는다는 설정은 직장물의 새로운 변주로 읽힐 수 있었다.


그러나 회차가 진행될수록 초반 설정이 지닌 직장물적 재미가 다소 옅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감사팀이 사건을 추적하고 조직 내부의 문제를 파헤치는 구조보다 신혜선, 공명, 김재욱의 관계와 러브라인, 개별 인물 서사에 무게가 옮겨가면서다. 초반에는 ‘사내 풍기문란을 감사한다’는 독특한 설정 자체가 극을 움직이는 동력이었지만, 중반 이후에는 인물 간 감정선과 관계 변화가 전면에 놓이며 출발점의 신선함이 다소 흐려졌다는 지적이다.


정 평론가는 “실험은 계속해야 하고 시행착오도 겪어야 한다”면서도 “시리즈는 길기 때문에 장르 운용을 잘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더 이상 이야기 진전이 잘 안 되는 순간에 편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생기는데, 멜로로 흘러가는 것이 그런 경우”라며 “멜로는 기본 코드들이 다 나와 있기 때문에 시간을 끌기 편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신선한 소재와 유명 배우의 조합만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담보하기는 어렵다. 배우의 이름값은 첫 관심을 끌 수 있고, 자극적인 전개는 순간적인 화제성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드라마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없다. ‘미쓰홍’이 레트로 오피스 코미디라는 틀 안에서 여성 연대와 회사 비리 고발이라는 메시지를 끝까지 밀고 가며 호평을 얻은 것처럼, 후속작들도 자신이 출발한 설정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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