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2명에 각 3800만원…청구액 16% 인정
유족 "30년 사회적 낙인" 호소…항소 예고
1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춘재 살인누명 국가배상소송 1심 선고가 끝난 후 허위 자백을 강요당했던 고 홍성록씨의 자녀 측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강압 수사를 받은 고(故) 홍성록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그러나 인정된 배상액이 청구액의 16%에 불과해 유족 측은 항소를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06단독 안동철 부장판사는 15일 홍씨의 자녀 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 3857만1428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유족 측은 총 4억7000만여원을 청구한 바 있다.
홍씨는 1987년 5월 화성 연쇄살인 3·5·6차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영장 없이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이후 6일간 외부와 단절된 채 감금돼 19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으며, 형사들로부터 서류철로 머리를 맞는 등 폭행을 당한 끝에 8차례 허위 자백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홍씨의 이름과 얼굴, 직장과 가족관계를 언론에 공개했고, 언론은 홍씨를 정신이상자·변태성욕자로 보도하기도 했다. 검찰이 물증 부족을 이유로 영장 청구를 반려하면서 홍씨는 풀려났지만, 경찰의 감시와 탐문수사는 이후에도 수년간 이어졌다고 한다.]
홍씨는 사회에서 고립돼 알코올에 의존하다 간경화 및 간암을 진단받고 2022년 3월 사망했다. 2019년 이춘재가 사건 진범으로 밝혀졌으나 생전 명예를 회복하지는 못한 것.
재판 과정에서 국가 측은 "구금 기간이 6~7일에 그쳐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주장했지만 유족 측은 "단순 구금이 아닌 30년간의 사회적 낙인까지 배상해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지난 3월 국가가 각 1억8000만여원을 지급하라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으나, 국가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날 선고로 이어졌다.
유족 대리인 박준영 변호사는 선고 직후 "사과 한마디 없이 낙인 속에서 살아온 당사자와 가족의 피해에 국가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지만 그 기대와 거리가 먼 판결"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화성 사건으로 억울하게 수사받은 분들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는 2022년 국가로부터 총 21억7000만을 배상받았으며, 9차 사건 피해자 고 윤동일씨의 유족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 소송도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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