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침묵·메시는 구토’ 월드컵 변수로 떠오른 고산병이란?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5.11 10:34  수정 2026.05.11 10:35

3000m 이상 고지대에서 본격적으로 고산병 발병

축구대표팀, 월드컵서 1500m 고지대서 2경기

고지대에서 힘을 쓰지 못한 손흥민과 LAFC. ⓒ REUTERS=연합뉴스

최근 손흥민(LAFC)이 멕시코 고지대 원정에서 '산소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고개를 숙였다.


LAFC는 지난 7일(한국시간) 멕시코 톨루카의 네메시오 디에스 레이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준결승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해발 2670m에 위치해 '악마의 집'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손흥민은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상대의 집중 견제도 원인이었지만, 무엇보다 평소의 70% 수준에 불과한 산소 희박 지대에서의 신체적 한계에 선수들 모두 발목이 잡혔다. 일명 ‘고산병’이다.


고산병(Acute Mountain Sickness, AMS)이란 저산소 상태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신체적 이상 증후군이다. 흔히 ‘심한 숙취와 어지러움이 동시에 찾아오는 느낌’으로 묘사된다.


고산병은 한라산 정상(1947m) 높이 정도만 돼도 예민한 사람들은 증상을 느낀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지만, 축구 선수처럼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하면 금세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3000m 미만에서는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로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하다.


3000m 이상 높이에서는 본격적인 발병이 나타난다. 이 고도를 넘어서면 두통, 구토, 불면증, 무기력증이 본격화된다. 해발 4500m에 도달하면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증상이 나타난다.


축구대표팀은 다가올 북중미 월드컵서 해발 1570m의 고지대 과달라하라에서 조별리그 2경기를 치른다. ⓒ AP=뉴시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고지대에서는 대기 밀도가 낮아 산소 분압이 떨어진다. 평지에서 100의 산소를 마셨다면, 고지대에서는 같은 호흡으로 70~80 정도밖에 흡수하지 못한다. 산소는 근육이 에너지를 만드는 핵심 연료다. 연료가 부족하니 심장은 더 빨리 뛰고(심박수 증가), 폐는 부족한 산소를 채우려 더 가쁘게 움직인다. 결국 젖산 수치가 급등하며 근육 피로가 평지보다 서너 배 빠르게 찾아온다.


고산병을 단순한 멀미 정도로 여겨선 안 된다. 증상이 악화되면 뇌에 물이 차는 '고소뇌부종'이나 폐에 물이 차는 '고소폐부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응급 처치와 즉각적인 하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히말라야 원정대원들이 목숨을 잃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고산지대는 축구공에도 변화를 가한다. 공기가 희박해 저항이 적다 보니 공은 평소보다 훨씬 빠르고 멀리 날아간다. 킥의 회전력(마그누스 효과)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감아차기'가 먹히지 않고 직선적으로 뻗어 나간다. 골키퍼와 수비수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환경이다.


고지대서 원정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9년 해발 3637m의 볼리비아 에르난도 실레스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른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이다. 결과는 1-6 참패. 당시 앙헬 디마리아는 실신했고, 리오넬 메시는 구토 증세를 보였으며 마스체라노는 코피를 쏟았다. 때문에 FIFA는 볼리비아에 국제 대회 개최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한편, 홍명보호는 이번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를 대비해 경기 장소와 같은 과달라하라(1570m)에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조금이라도 현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대표팀은 과달라하라에서 조별리그 2경기를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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