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에 있는 신경절, 화살벌레 종특
북그린란드에서 새롭게 발견한 넥토그나투스의 모식표본. ⓒ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이하 극지연)는 세계 최북단 북그린란드에서 확보한 약 5억2000만 년 전 ‘넥토카리디드’ 화석을 분석해 해당 생물군이 기존 해석과 달리 원시 화살벌레의 일종이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31일 밝혔다.
극지연에 따르면 넥토카리디드(Nectocaridid)는 고생대 초기 바다에서 서식했던 동물이다. 1976년 캐나다에서 처음 발견한 이후 절지동물, 척삭동물, 연체동물 등 다양한 계통으로 해석해 왔다. 곤충과 문어, 물고기 등 현생 어느 동물의 조상이었는지조차 의견이 엇갈렸을 만큼 계통 분류가 난제였던 생물이다.
2010년 캐나다에서 다수 화석이 발견되면서 두 개 촉수 같은 다리를 지닌 원시 두족류 연체동물이라는 주장이 과학 저널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
박태윤 극지연구소 박사와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야콥 빈터 박사는 덴마크 연구팀과 함께 북위 82도 북그린란드 시리우스 파셋에서 신종 넥토카리디드인 넥토그나투스 에바스미싸이 화석 11점을 발견하고, 정밀 형태 분석을 수행해 이 동물이 원시 화살벌레라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넥토카리디드 화석 몸통 중앙에서 한 쌍의 신경절을 확인했다. 크고 명확한 신경절이 머리 대신 몸통 중앙에 위치하는 형태는 동물 전체를 통틀어 오직 화살벌레에만 나타나는 해부학적 특성이다. 이는 넥토카리디드가 원시 화살벌레였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신경 구조 검출에는 극지연구소가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EPMA(전자 프로브 미세분석기) 기반 화석 분석 기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해당 기술은 기존 기술(에너지 분산형 X선 분광법)보다 화석 표면에 존재하는 탄소를 비롯한 원소의 분포를 더 정밀하게 파악해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구조까지 밝혀낼 수 있다.
극지연구소 이미리내 박사는 신경절에서 양쪽 지느러미줄기로 이어지는 신경 섬유까지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문 사례이다. 현재 이 기술은 여러 해외 연구기관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극지연구소가 개발한 기술로 세계적 학술 논쟁을 종결한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박태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북극 오지 현장 조사는 쉽지 않았지만, 초기 동물 진화의 비밀을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시리우스 파셋은 5억 년 전 고생대 화석이 남아 있는 전 세계에 손꼽히는 화석 산지다. 현재 이 지역을 현장 조사할 수 있는 기관은 사실상 극지연구소가 유일하다. 2022년에는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에서 ‘세계 100대 지질유산’으로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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