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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조국의 길 가고 있다


입력 2022.08.14 07:12 수정 2022.08.14 07:12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기 허물은 절대 함구, 오직 남 탓으로 피해자 행세

윤석열의 ‘새끼’ 폭로, 그럼 ‘저거 곧 정리된다’는?

‘정적’(政敵) 안철수에게 ‘병신 새끼’라고 한 것은?

‘조직에 충성하는 국힘 불태워야’도 어불성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어디선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누차 나를 ‘그 새끼’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래도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내가 참아야 한다고 크게 ‘참을 인’ 자를 새기면서 발이 불어터지도록 뛰어 다니고 목이 쉬어라고 외쳤던 기억이 떠오른다.”

‘청년 정치인’ 38세 이준석은 노회(老獪, 경험이 많고 교활)하다. 그러나 그 노회함은 학생, 청년들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어른들을 완전히 속이진 못하는 깊이와 수준을 보인다. 한국에서 대학을 안 다닌 그는 비문(非文)이 많고, 사용하는 용어(형용모순, 삼성가노 등)나 수식어도 인터넷 유행어 사용이나 만화 같은 데서 보고 들은 말로 유식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짙다.


그가 13일 토요일을 ‘폭로’ 기자회견 날짜로 잡은 것은 기사가 없는, 자기 말이 크게 실릴 주말을 택일(擇日)한 것이다. 그의 예상과 기대대로 거의 모든 매체들이 그의 일방적 주장과 ‘폭로’를 머리기사로 취급하면서 눈물 짜는 사진을 실었다. 제목은 어디서 많이 본, 감상적이고도 유치한 ‘10분간 말을 잊지 못했다’......


이준석의 택일은 운도 따랐다. 때마침 김성원이라는 ‘듣보잡’ 국회의원이 “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왔으면”이란 패가망신급 실언을 해 ‘이준석 없는 국민의힘은 더 가망 없는 당’이라고 준빠들이 득의양양(得意揚揚)해 한 시점이었다.


저 위 인용 문장의 ‘참을 인’(忍)은 그의 윤리위 징계가 측근 대변인이 (감히) 대통령을 비판, 윤석열이 격노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추측하고 비판한 한 유명 신문의 칼럼 제목이다. 그는 그 칼럼에 감명을 받아 그 표현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그 글로 대통령 공격용 미사일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인용문에서 참을 인 자보다 더 중요한 건 ‘새끼’다. 친(親) 이준석 성향을 은근히 유지해 온 보수적 언론 매체들도 이번에는 ‘XX’ 대신 ‘새끼’라고 표기했다. 대통령이 당 대표에게 그런 비속어를 (충격적으로) 썼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80세 예언가’ 박지원이 ‘대포가 터질 것’이라고 사전에 분위기를 띄우고 이준석 본인도 할 말 못할 말 없을 것이라는 듯 호언했던 기자회견 발언의 하이라이트였고, 그것이 ‘폭로’의 사실상 전부였다. 결과는 이준석의 옹졸한 그릇과 ‘내로남불’ 선전이었다. 조국의 판박이다.


그는 그동안 언론에서 수없이 반복 인용된 ‘저거 곧 정리된다’ 발언의 주인공이다. 정권교체 열망자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던 윤석열을 무시하고, 그보다는 다른 사람, 즉 자신의 멘토 유승민이 자기 당 대선 후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군소 후보 원희룡과 통화에서 믿을 수 없는 막말을 하게 한 것이다.


원희룡의 폭로 이후 그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는 반박을 단 한 번도 못했다. 녹취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한 극우 인사 유튜브에 출연해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고도 했다.


이준석은 이 말에 대해서도 부인을 못 한다. 유튜브 게시물이 있어서다. 그는 자기 허물(잘못)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닫는 버릇이 있다. 자녀 입시 부정이나 청와대 수석 시절 의혹들과 관련해서는 침묵하면서 엉뚱한 데다 과녁을 걸어 놓고 온갖 피해자 코스프레(행세)를 하는 조국과 여러 가지로 닮았다.


성 상납(접대) 사실과 측근을 새벽에 내려 보내 접대 담당에게 ‘7억 투자 각서’를 써 준 일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다. 이게 당 윤리위의 ‘품위 손상’ 징계의 핵심 사유인데도 말이다. 그저 윤핵관 타령을 하다 이젠 윤석열 타령으로 막 가고 있다.


회견장의 기자들도 그런 의혹들에 대해서는 일체 질문이 없어 이준석이 오히려 묻지도 않은, 준비해 온 답변을 막판에 뜬금없이 끼워 넣어야만 했을 정도다.


“나는 공직 월급을 받은 적이 없으니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말을 보니 뇌물(‘여대생’의 성과 화장품 등)을 받긴 받은 모양이다. 이렇게 뻔뻔스러운 자가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과 정권교체에 보탬이 되어 주길 바라는 염원으로 당 대표가 되었다가 축출되자 청년 정치, 혁신 보수 세력이 부당하게 압살 당했다는 식으로 눈물 바람을 하고 있다.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은 불태워 버려야 한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조직’이란 게 ‘사조직’(윤핵관)을 의미한 것이라면 잘못된 용어 구사다. 부정확한 단어 실력이다. 이익단체인 정당은 조직에 충성해야 일사불란하게 그 이익(정권 획득)을 위해 움직일 수 있다. 조직 아니면 윤석열 말대로 ‘내부총질이나 하는’ 청년 당 대표에게 충성하라는 말인지 도무지 어불성설이다.


욕은 당사자가 없을 때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자당의 유력 대선 후보를 깔보고 능멸하다 그가 후보가 되고 나서는 자기 뜻대로 안 한다는 불만으로 2번이나 가출, 선두 주자 지위를 흔드는 분탕질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 대표가 하는데 그 피해자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이준석 본인은 정작 자신의 아버지뻘 ‘정적’(政敵) 안철수에게 ‘병신 새끼’라고 하며 한 자리에서 2시간 동안 그를 욕하고 깎아내린 적이 있다. 내로남불이란 말도 아까운, 상놈 수준의 인격과 인간성이다. 자기는 윤석열과 안철수에게 한 행동에 사과도 해명도 안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과 원내대표가 자기를 씹어 돌려놓고 사과도 해명도 않는다.”

말도 상스럽지만, 자기만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이 꼭 조국이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들로 당 대표 지위를 잃은 ‘청년’이 ‘대통령 지도력 위기’를 말하고 ‘대통령을 만날 이유가 없다’고 콧방귀를 끼면서 저렇게 또 분탕질을 치는데, 대통령실이란 곳은 또 이 말 한 마디 준비해 놓고 끝이다.


“할 얘기가 없다. 따로 낼 (공식) 입장이 없다.”

‘거리 두기’는 점잖고 무게 있는 언급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걸 피한 무능과 무사안일(無事安逸)은 안타깝다. 쇄신(刷新)이 임박했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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