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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솔비만 나왔다 하면 발끈…방종에 빠진 현직 화가들


입력 2021.12.13 08:00 수정 2021.12.12 17:2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아트페어 폄하·표절 의혹...솔비 수상 여부 둔 비판 잇따라

"일반 작가에 비해 높은 가격 책정...그만큼 책임·부담 뒤따라야"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한 앙리 루소, 장 미쉘 바스키아는 아카데믹한 미술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화가다. 고갱과 고흐도 아마추어 화가 출신이다. 미술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은 이 작가들은, 결코 ‘대학’ ‘정통미술교육’이 훌륭한 작가로서 갖춰야할 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엠에이피크루 ⓒ엠에이피크루

국내에서도 꼭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가치 있는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는 연예인들이 있다. 그런데 국내에선 유독 셀럽 출신 작가들의 미술활동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대부분 이 모진 평가는 대학교에서 정통 미술 교육을 받은 현직 화가들에게서 나온다.


최근 가수 겸 화가 솔비(본명 권지안)의 소속사 엠에이피크루는 솔비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 아트페어(FIABCN)에서 진행된 ‘2021 바르셀로나 국제 예술상’(PIAB21)에 참석해 대상 ‘그랜드 아티스트 어워드’를 받았다고 전했다. 솔비는 ‘저스트 어 케이크’(Just a Cake) 시리즈의 ‘피스 오브 호프’(Piece of Hope) 작품 총 13점을 선보였다.


이와 관련해 현직 화가이자 유튜버인 이진석 씨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작가한테 부스비, 참가비를 뜯어내 딱 전시 이틀하고 주는 상이 무슨 권위가 있겠느냐”며 “솔비가 시상식에 출품한 작품 역시 해외 작품을 베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아트페어 자체를 폄하하고 솔비의 작품도 ‘표절작’으로 단정 지은 것이다.


FIABCN은 첫날만 10유로(1만 3260원)의 관람료를 받았고, 둘째 날에는 돈을 받지 않고 누구나 입장할 수 있게 했다. KIAF의 첫날 관람료가 최대 30만원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국제 아트페어라는 이름값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다. 또 FIABCN 측은 참가자에게 부스 등을 빌려주고 대여료로 최소 900유로(120만원)와 함께 참가비 550유로(75만원)를 받고 있다. 참가비를 내면 시상식 후보로 등록해준다.


그렇다고 이 아트페어 자체를 폄하하긴 어렵다. 소속사에 따르면 바르셀로나 국제 예술상(PIAB)은 FIABCN 행사 기간 중 상을 주는 어워즈로 FIBCN의 주최 측이 아닌 또 다른 협회에서 주는 상이다. 특히 심사위원 7명 중 로베르트 이모스(Robert Llimos) 작가는 바르셀로나 해안가에 가면 떠있는 조각들, 올림픽 조각상 등 스페인에선 아주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씨의 말처럼 솔비가 받은 상이 “대단한 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의 크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생각을 독창적으로 그림에 담아내고, 그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연예인 작가들의 일이다. 그리고 수상은 누군가에게 그 진심이 전달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솔비는 사실상 연예계 활동의 비중을 크게 줄이고, 미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미술과 관련한 이슈가 다른 연예인들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소속사 입장에서 소속 아티스트의 수상이나, 활동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온갖 그럴듯한 수식어를 붙여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 기획사 홍보팀의 업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유독 솔비에게 현직 작가들의 비판이 집중된다.


앞서 솔비는 지난 3월에도 한 차례 표절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그의 작품 ‘저스트 어 케이크’가 현대미술의 대가 제프 쿤스의 작품 ‘play-doh’와 유사하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솔비는 “영감을 받아 오마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5월엔 홍대 이작가가 팟캐스트에서 솔비의 작품을 “미대 가고 싶은 학생 수준”이라고 공개적으로 저격하기도 했다.


비단 솔비의 문제만은 아니다. 홍대 이작가는 솔비는 물론 구혜선에 대해서는 “취미미술 수준”, 하정우에 대해서는 “스스로 미술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란 발언으로 논란을 산 바 있다. 사실 그들의 지적은 단순히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보단, 상대적 발탈감이나 질투에서 비롯된 부분이 꽤나 많아 보인다. 이들의 비판에서 객관적 평가는 결여돼 있다. 비용적인 문제나 이름을 알릴 기회가 적은 현 미술 시장에서 연예인 화가들이 단번에 주목을 받고, 작품이 고가로 팔려나가니 그들 입장에선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만도 하다.


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나모씨는 “많은 연예인 작가들의 작품이 테크닉적인 부분에서 엉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현대미술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테크닉으로만 이들의 작품을 평가할 순 없다”면서 “현직 작가들이 무작정 비판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창작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개그맨과 배우가 음반을 내고, 가수나 모델이 연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예인이 그림을 못그릴 것도 없다. 예술 장르의 벽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라고 말했다.


또 나씨는 “이미 팬덤이 형성돼 있는 만큼 작품이 팔리고,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건 허무하고 질투가 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 “다만 연예인들은 쉽게 이슈가 되고,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이 따를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술 활동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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