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진원, '2024년 12월 계엄' 거론하며 "시의성 적절" 평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어렴풋이 알려진 내용"으로 기술
평가위원 4명 중 법률 전문가 없음… 위험 적시 후 A 등급
정연욱 "이 평가가 어떻게 나왔는지 경위 밝혀야"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영화 '암살자(들)'에 7개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우수(A)' 등급을 매긴 것으로 확인됐다.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임에도 정치적 시의성을 높게 평가하고,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려진 내용"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콘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10월 27일 발급 콘텐츠가치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 세부항목 12개 가운데 10개가 A등급을 받았다.
콘텐츠가치평가는 투자기관 등에 보고서를 제공해 콘텐츠 투자와 연계하는 제도다. 해당 작품은 이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았지만, 정작 평가를 신청한 투자사는 최종적으로 투자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보고서는 작품의 '기획의 적절성'에 A등급을 주면서 "지난 24년 12월 계엄 선포 이전부터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시의성에도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콘진원이 콘텐츠의 기획 적절성을 평가하면서 당시 정치 상황인 '계엄'을 직접 언급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치적 상황을 작품의 투자 가치와 연결해 평가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1974년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과 관련해 저격범 문세광의 사형이 같은 해 12월 17일 대법원에서 확정되고 사흘 뒤 집행됐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를 "문세광의 자백, 사형 집행이라고 어렴풋이 알려진 내용"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 뒷배경을 파헤치는 기획이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과 사형 집행이라는 사법적 사실을 마치 불확실하게 알려진 내용인 것처럼 기술하고, 이를 작품의 기획적 장점으로 평가한 것이다.
법률 검토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정 의원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제작사의 법률 검토 절차를 현장실사 면담 시 확인함"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 실제 법률 검토 결과물이나 검토 내용이 확인된 기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당시 제작사는 자사 시대극에 대해 "역사적 사실로 인지하고 있는 내러티브나 서사의 사실성에 집중하기보다 서스펜스를 부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콘진원은 제작사의 이 같은 설명을 비즈니스 모델 평가에서 A등급을 주는 근거 중 하나로 활용했다.
그러나 해당 평가에 참여한 평가위원 4명 가운데 법률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작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SWOT 분석의 '위협' 항목에는 "제목에 내포된 의미가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시됐다. '약점'으로는 "감독의 정치 첩보 스릴러 영화적 완성도를 가늠하기 어려움"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감독 역량과 시나리오, 기획 등 주요 항목에는 모두 A등급을 부여했다.
특히 보고서 표지에는 "제작사가 제시한 자료의 정확성에 대한 추가 검증 업무는 수행하지 않았습니다"라며 "보고서를 근거로 한 이용자의 의사결정 결과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아니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정 의원은 이를 두고 "검증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겠다고 하면서 등급은 왜 주는가"라고 지적했다.
콘진원이 A등급을 부여한 것이 이례적인 평가였다는 점도 지적된다. 콘진원이 2022년 이후 평가한 영화 67편 가운데 A등급 이상을 받은 작품은 21편으로 31.3%에 그쳤다. 세 편 중 한 편꼴에 불과한 높은 등급을 이 작품에 부여한 셈이다.
정연욱 의원은 "창작은 자유다. 그러나 공적 기관이 매기는 등급은 무게가 다르다. 법원이 확정한 역사를 '어렴풋이 알려진 내용'이라 쓰고, 법률 검토는 제작사 면담으로 때우고, 그러고도 검증과 책임은 지지 않겠다고 한다. 이 등급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다룬 콘텐츠는 역사·법률 전문가 검증을 의무화해야 한다. 콘진원은 이 평가가 어떻게 나왔는지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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