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R 265억 달러 조달…200억 달러 장외매입 보도
외환보유액 143억 달러 늘고 환율 변동폭 45% 축소
40조원 실탄 용인·청주로…AI 메모리 투자 본격화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ADR 상장 기념 '오프닝 벨'(Opening Bell)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스퀘어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등 그룹과 회사의 주요 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SK하이닉스 공식 유튜브 생중계 화면=뉴시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 투자를 위해 미국 증시에서 끌어온 약 40조원의 자금이 국내 반도체 산업을 넘어 외환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로 유입된 달러 가운데 약 200억 달러를 외환당국이 장외에서 사들였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단일 기업의 자금조달이 국가 외환수급에 영향을 줄 만큼 막대한 금액이었던 셈이다.
SK하이닉스가 한국거래소에 공시한 발행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 ADR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265억710만 달러다. 납입일인 7월 14일 환율을 적용한 원화 환산액은 39조8905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보통주 1779만주를 기초로 ADR 1억7790만주를 발행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AI 메모리 시장 확대에 대응할 투자 재원을 세계 최대 자본시장에서 한꺼번에 마련한 것이다.
200억 달러 장외매입…외환시장까지 번진 파급력
40조원에 육박하는 달러가 국내로 들어오자 외환당국도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이달 초 사안에 직접 관여한 소식통을 인용해 외환당국이 SK하이닉스가 국내로 들여온 ADR 자금 가운데 약 200억 달러를 외국환평형기금을 통해 장외에서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달러가 한꺼번에 시장에 풀릴 경우 원화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상당 부분을 시장 밖에서 받아냈다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거래에는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는 동시에 외화자산을 확충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매입액은 SK하이닉스 전체 ADR 조달액의 4분의 3을 웃돈다.
다만 해당 거래는 당국이 공식 발표한 사안은 아니다. 로이터 보도 당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SK하이닉스는 외평기금의 약 200억 달러 매입 여부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이후 공개된 외환시장 관련 지표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79억5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5억9000만 달러 늘었다. 8월 말에는 4422억8000만 달러로 한 달 사이 143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
환율 변동성도 한층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17일 발표한 ‘2026년 8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의 하루 평균 변동폭은 7월 8.0원에서 8월 4.4원으로 45% 축소됐다. 일평균 변동률도 같은 기간 0.53%에서 0.31%로 낮아졌다. 원·달러 환율은 7월 말 1424.0원에서 8월 말 1368.6원으로 55.4원 하락했다.
다만 외환보유액 증가와 환율 변동성 축소가 모두 SK하이닉스의 ADR 자금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따른 외환수급 개선과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 증가, 외화자산 운용수익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가 해외에서 조달한 265억 달러 가운데 약 200억 달러를 외환당국이 시장 밖에서 흡수했다는 로이터 보도는 이번 ADR 발행의 이례적인 규모와 외환시장에 미친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나스닥에 상장한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타워 전광판에 SK하이닉스 상장 광고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외환시장 흔든 40조원, 다음 행선지는
SK하이닉스는 조달금을 AI 반도체 생산기반 확충에 투입한다. ADR 자금 전액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청주 P&T7 첨단 패키징 팹,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각 사업의 전체 투자 예정액은 용인 1기 팹 31조196억원, 청주 P&T7 19조원, EUV 장비 11조9497억원 등 약 62조원이다. ADR로 마련한 약 40조원은 이들 사업의 일부 재원으로 쓰이며 나머지는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차입 등으로 충당한다.
투자는 차세대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부터 첨단 패키징, 미세공정의 핵심인 EUV 장비까지 AI 메모리 생산 전반에 걸쳐 이뤄진다. 대규모 증설에 필요한 자금을 해외 자본시장에서 확보하면서 국내 생산기반 확충을 위한 재원도 마련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에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2기 팹인 Y2에 35조2000억원, 청주 M17에 19조1000억원 등 총 54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승인했다.
SK하이닉스의 ADR 발행은 AI 메모리 시장 선점을 위한 초대형 투자 사이클과 맞물려 있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약 40조원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외환시장에도 이례적인 자금 흐름을 만들었고, 이제 용인과 청주를 중심으로 한 생산기반 확충으로 이어진다. 미국에서 마련한 대규모 실탄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