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실눈 뜨고 보게 되네"…'미래시'가 보여준 '캐릭터 차력쇼' [TGS 2026]

박상준 기자 (psj96@dailian.co.kr)

입력 2026.09.19 16:47  수정 2026.09.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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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라 아트 앞세운 남성향 서브컬처 RPG…3D 모델링도 1년 새 개선

전투 중에도 시간 멈추고 캐릭터 확대·촬영해 '피규어'로

'미래시' 부스에서 '이치카' 코스튬을 입은 전문 코스플레이어가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여기를 봐도 살색, 저기를 봐도 살색이다. 지난 18일 방문한 스마일게이트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 부스의 첫인상이다.


부스 초입부터 거대한 LED 타워에 게임 내 여성 캐릭터들의 키 비주얼과 3D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었다. 문제는 김형섭(혈라) 아트디렉터 특유의 화려한 작화에 상당히 과감한 캐릭터들의 의상까지 더해지면서, 몇몇 이미지는 기사 사진으로 쓸 수나 있을지 고민될 정도였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유교보이'로서 애써 외면하면서도, 한 명의 사나이로서 자꾸 실눈을 뜨고 슬쩍슬쩍 보게 된다. 어느새 홀린 듯 직접 시연 빌드까지 플레이하게 된 처지다.


어느새 시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미래시는 컨트롤나인이 개발하고 스마일게이트가 퍼블리싱하는 서브컬처 수집형 RPG다. 주인공은 멸망한 세계선인 '1시대'의 최후 생존자이자 사람들의 염원으로 선택된 '의원'이다. 시간을 되돌려 여러 시대를 오가며 세계의 멸망을 막고, 조력자이자 전투원인 소녀들의 운명에 개입한다.


직접 게임을 접해보니 개발진이 '대놓고 노렸다'는 것이 확실히 와 닿았다. 혈라 AD 특유의 독특하고 과감한 그림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메인 캐릭터 3인방. 저마다 다른 시간대와 세계에서 온 전사들이라는 콘셉트로, 각기 다른 스타일을 자랑한다. 개발사가 "이들 중 하나 정도는 네 취향이 있겠지"라고 말하는 듯 하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일단 캐릭터를 참 집요하게도 보여준다. 물론 많은 서브컬처 게임들이 캐릭터 비주얼을 적극 강조하고, 각종 관찰 기능이나 호감도 등 관계 형성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미래시는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간다. 게임 핵심 소재인 '시간'을 적극 활용하면서다.


플레이어는 전투 중 원하는 타이밍에 시간을 멈출 수 있다. 정지된 화면에서 카메라만 움직여 캐릭터를 확대하거나 각도를 바꿀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순간을 촬영할 수 있다. 그렇게 남긴 장면을 인게임 '피규어'처럼 저장해 다시 감상하는 기능까지 마련했다. 공격 중인 자세든, 맞고 있는 순간이든 이용자가 원하는 찰나를 포착하고 소장한다는 발상 자체가 범상치 않았다.


해당 기능을 접하자 마자 GIF를 만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주인공의 사적 공간 '의원실'에서는 캐릭터를 한 명씩 불러 대화를 나누거나 쉬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캐릭터마다 소파에 앉아 있는 자세와 행동도 제각각인데, 상당수가 의도적으로 시선을 끌도록 구성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남성향 서브컬처 게임 이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맞추기 위해 개발진이 깊게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의원실로 이치카를 호출해봤다. 자연스레 실눈이 떠진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지난해 TGS에서 지적받았던 3D 모델링도 많이 나아졌다. 2D 일러스트의 강렬한 인상을 3D로 완전히 옮겼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캐릭터 얼굴과 셰이딩, 카메라 각도에서 이전보다 안정감이 생겼다. 여전히 개선할 부분은 남아 있지만 적어도 일러스트와 인게임 캐릭터 사이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은 줄었다.


전투 시스템 역시 비주얼 못지않게 특이하다. 캐릭터들은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공격하지만, 각자의 행동 순서가 돌아오면 시간이 멈춘다. 이용자는 이 순간 이동이나 공격, 궁극기 등을 선택한다. 적의 공격 범위와 장판, 다음 행동 순서를 보면서 미리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위험한 위치에 선 캐릭터를 빼거나 행동 순서를 앞당기고, 다음 몇 수를 생각하며 움직이는 식이다.


미래 예측에 실패해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제한적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도 있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처음에는 실시간 전투임에도 턴을 기다려야 하는 전투 구조가 다소 낯설었다. 대신 전투가 복잡해질수록 시간을 멈춰 전장을 들여다보고 다음 수를 정하는 전략 요소가 힘을 발휘할 가능성도 보였다. 개발진 역시 낮은 난도의 반복 전투는 자동화하고, 이용자가 직접 머리를 써야 하는 고난도 콘텐츠에서 이 시스템을 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히 캐릭터를 예쁘게 그린 서브컬처 게임은 넘쳐난다. 미래시는 작화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데만 만족하지 않고, 그 작화를 게이머가 더 오래, 더 가까이 보게 만들 수 있도록 고민했다. 이번 TGS 시연 빌드에서는 그 고민에 대한 답을 내놓은 셈이다. 여기에 시간과 관련된 세계관과, 시간 정지를 골자로 한 전투 기능으로 설득력까지 부여했다. 적어도 미래시가 '누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 게임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직 CBT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은 개발 단계지만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 새삼스레 다시 한 번 부스 근처를 기웃대며 실눈을 떠본다.


별점: ★★★☆


한줄평: 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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