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美서 조달한 돈 27조, 정부가 사들였다…왜?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9.02 20:06  수정 2026.09.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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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억 달러 조달액 중 200억 달러 외평기금이 장외 매입

전체의 약 4분의 3 흡수…원화 급등 막고 외화자산 확충

IMF "잦은 개입 땐 환헤지 유인 저하"…시장 위축 가능성도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서 조달해 국내로 들여온 달러 가운데 약 200억 달러(약 27조원)를 한국 외환당국이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가 막대한 달러를 한꺼번에 원화로 바꿀 경우 원화 가치가 급격히 오를 수 있어 정부가 시장 밖에서 달러를 받아준 것이다.


2일 로이터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외국환평형기금이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약 200억 달러를 장외거래(OTC)로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조달한 달러를 국내로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환류된 자금 대부분의 최종 매입자가 외평기금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에 따르면 지난 7월 ADR 발행 규모는 총 265억710만 달러다. 로이터가 보도한 외평기금 매입액 약 200억 달러는 전체 조달액의 약 4분의 3에 해당한다.


외평기금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고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이다. 외평기금이 SK하이닉스의 달러를 대규모로 사들인 것도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가 2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시장에서 직접 원화로 바꾸면 달러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 원화 가치가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외평기금이 장외거래로 달러를 사들이면 이 물량이 외환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번 거래는 최근 외환당국의 움직임과 정반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외환당국은 그동안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해왔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말 달러당 1550원 수준까지 치솟은 뒤 두 달 동안 원화 가치가 12% 넘게 반등했다.


반대로 이번에는 외평기금이 달러를 사들였다. 원화 가치의 급격한 상승을 완화하는 동시에 그동안 원화 방어 과정에서 감소한 외화 자산을 다시 채우는 효과도 있다는 게 로이터의 분석이다.


다만 외환시장 개입에는 시장 안정 효과와 함께 정책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12월 발표한 외환시장 개입(FXI) 관련 정책보고서에서 빈번한 외환시장 개입이 민간의 외환거래와 환헤지 유인을 떨어뜨려 외환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장 참가자들이 중앙은행이 환율 위험에 따른 손실을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할 경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번 SK하이닉스 관련 외평기금 매입에서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IMF 역시 시장 마찰이나 대규모 충격이 경제·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경우 외환시장 개입을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작은 변동까지 당국이 지속적으로 흡수하면 민간의 시장 참여와 현물시장 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개입은 제한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IMF의 설명이다.


이번 거래의 구체적인 매입 시점과 적용 환율 등 세부 거래 조건은 로이터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한국 정부가 외평기금의 정확한 자산 구성과 현재 규모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비슷한 규모의 기업 외화 환류가 발생할 경우 외환당국이 어느 수준까지 이를 흡수할지는 공개된 정보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의 지난 7월 ADR 발행은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주식 발행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조달 자금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공장과 장비 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은 이번 거래와 관련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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