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용혜인, 의원 계속하겠단 건 욕심"
최민희 "비례 사퇴는 법적 구속 사항 아냐"
친명 외연확장 vs 친청 진보결집 갈등 표출
박규환 "진보·개혁과의 통합 다 불편한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의원직 사퇴 거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가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명계는 용 후보자의 행태에 비판을 가하는 반면, 친청계는 적극 옹호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용 후보자를 두고 벌어지는 계파 갈등이 외연확장(친명)과 진보결집(친청)을 둘러싼 노선 갈등의 연장선이라 보는 시각이 나온다.
용 후보자는 2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의원직 사퇴 요구'에 대해 "청문회를 잘 준비하며 제 생각을 정리해 전달 드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고 청문회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용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와 함께 용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겠단 의견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용 의원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기본소득당의 의원이 저 혼자가 아니었다면 의원직 사퇴 여부를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가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적었다.
통상 장관직을 수락하는 비례대표 의원은 의원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관례였던 만큼, 정치권에선 금세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2030 세대의 지지율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민주당 내부에선 용 후보자의 모습이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단 우려가 분출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비례대표를 두 번 하는 것은 관례에 맞지 않는 일인데 장관을 시키는데 국회의원까지 계속하겠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욕심"이라며 "'동물의 왕국'을 보면 세렝게티 초원에서 누 떼들이 개울물을 건너갈 때 악어 떼의 습격을 다 막기는 어렵다. 지나가다 한 마리는 희생되는 경우도 있다. 민심이 (용 후보자를)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석 지도부에서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용우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비례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장관을 하는 경우가 없었고, 기본소득당의 특수한 사정도 있어 보인다"며 "한쪽에서는 공정의 문제도 이야기한다. 어떤 판단을 한다면 빠르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선원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난 1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용 후보자가 해명한 걸 보면 다음 순번이 없는 것처럼 말을 하더라. 순번은 이미 선관위에 등록돼 있고, 그런 면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본인의 전문성,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가 됐다면 (의원직 사퇴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용 후보자를 방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저녁 국회방송에서 "용 후보자는 젊은 장관 후보자로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논란이 제기되긴 했지만, 또 그런 국민적 우려가 있단 것도 알지만 용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본인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설득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민희 민주당 최고위원도 전날 SBS라디오에서 "(용 후보자는) 비례대표를 두 번 할 정도로 실력이 있다. 비례대표가 사퇴하고 장관직으로 가는 건 법적인 구속사항이 아니다"라며 "곧 청문회가 있을 것이고, 그때 국민들이 용 후보자의 해명을 듣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용 후보자를 옹호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 1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DCC) 제2전시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낙선한 뒤 최민희 최고위원의 위로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특이한 점은 용 후보자에 대한 의견이 계파별로 엇갈려 나타나고 있단 점이다. 먼저 친명계는 하나 같이 용 후보자의 의원 겸직을 비판하면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앞서 용 후보자를 강하게 비판한 송영길 의원이나 김민석 지도부에서 일하고 있는 이용우 대변인, 박선원 최고위원은 모두 친명 인사로 분류된다.
반대로 8·17 전당대회에서 팀정청래로 함께 했던 최민희·이성윤 최고위원은 용 후보자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역시 친청계의 대표적인 스피커인 김어준 씨도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에서 용 후보자에 대해 "소수정당인 기본소득당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의원직을 내려놓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 안팎에선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는 것 역시 노선 갈등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친명계와 친청계는 각각 '외연확장'과 '진보결집'이란 기치를 두고 노선 갈등을 빚어왔다. 친명계의 대표 주자인 김민석 대표는 지난달 27일 인천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정청래 의원은 대표적인 '중도는 없다'론자"라며 "(정 의원은) '우리 진영의 단결에 기초해 승리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김 대표는 "(정 의원의 노선과) 절충하기 어렵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며 "현재 선 자리가 다름을 이해하고 갈 방향을 맞춰가는 것이 필요하다. 저나 (이재명)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일 거라 보는데, 원래의 전통적 지지 기반에 중도·보수로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에 "실명을 거론하며 자신의 논리 전개의 도구로 사용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나의 주장은 토론의 주제이지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혼자 일방적으로 '너의 주장은 틀렸다'는 식으로 매도당할 주제가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정 의원은 대표 시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면서 진보진영 결집론을 펼쳐온 바 있다.
또 친청계인 최민희 의원도 워크숍 당일 페이스북에 "당의 중심을 세우고 민주개혁세력과 먼저 통합·연대한 뒤 이재명 정부와 함께 일을 잘해 스윙 보터의 지지를 얻어야 이긴다"고 적으며 정 의원의 주장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용 후보자 옹호 논리가 노선 갈등과 연관되는 것도 같은 의미에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개각을 단행하면서 기본소득당 소속인 용 후보자뿐 아니라 조국혁신당 소속이던 이해민 의원을 청와대 AI 미래기획비서관으로 발탁했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이던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발탁하며 외연확장을 꾀했던 것과 달리 이번 개각은 '진보·개혁 진영'의 내부 결집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청계인 박규환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성평등가족부 장관에 지명된 용혜인 의원에 대한 자칭 친명 진영의 흠집내기와 공격이 도를 더해간다. 이야말로 당청 엇박자 아닌가"라며 "정청래 (전) 대표가 조국혁신당과 합당 제안을 했을 때도 그러했다. 진보·개혁 진영과는 통합이든 연대든 다 불편하고 귀찮은가 보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이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를 친명들이 공격하는 그림이 이상한 건 사실"이라며 "친청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인지, 약속 대련인지는 모르겠지만 노선 갈등과 연관이 있는 건 맞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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