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네팔 히말라야 지대 대홍수 발생
빙하 붕괴로 5.2 규모 충격…사망자 최소 160명
끓어오른 지구, 곳곳에서 통제 불능 상황
전문가 “기후 위기, 임계점 곧 도달”
26일(현지 시간) 네팔 누와코트 지역의 트리슐리강을 따라 돌발 홍수가 발생해 가옥과 차량이 파손돼 있다. 현지 당국은 이날 발생한 대규모 돌발 홍수로 마을이 물에 휩쓸리고 최소 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26일(현시시각) 발생한 네팔 대홍수 원인이 빙하 붕괴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지구적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눈으로 확인했다.
외교부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경과 맞닿은 네팔 중북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26일 발생한 대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160명으로 늘었다.
네팔 경찰은 이날 수색 작업을 통해 시신 157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관영 CCTV도 국경 인근 티베트 지역에서 3명이 숨졌다고 보도해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160명에 달한다.
네팔 관광부는 관광객 403명이 현재 실종 상태다. 이 가운데 341명은 외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지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 인근에서 연락이 끊긴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9명도 실종됐다. 정부는 외교부·소방청·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합동 신속대응팀을 현지로 급파할 계획이다.
애초 이번 사건은 규모 4.4 지진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지진관측소, 위성 사진 등을 추가 분석해 규모 5.2의 빙하 붕괴로 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류 고지대 빙하가 한계에 달해 무너진 것이다.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붕괴하며 토석류와 강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격이 규모 5.2 수준 지진파로 감지될 만큼 위력적이었다.
지질조사국은 “네팔과 중국 국경 인근에서 규모 5.2의 지진파 사건이 발생했다”며 “우리는 해당 사건이 빙하 붕괴와 토석류로 인해 발생한 것이고, 이것이 하류에 연쇄적인 재앙적 영향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카트만두에 본부를 둔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ICIMOD) 소속 기후 전문가들도 온난화가 진행 중인 히말라야 지역 빙하에서 발생한 대규모 눈사태가 강을 막았다가 이것이 터지면서 급류가 쏟아져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기후 위기가 임계점을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온난화로 곪아가던 지구가 균형을 잃고 통제 불능의 반응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지구 온도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지구의 제3극’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빙하는 빠르게 녹아내려 왔다. 녹은 물이 고여 형성된 빙하호가 팽창하다 터지거나, 얼음 지지층이 약해져 산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현상은 기후학계가 지속적으로 경고해 온 시나리오다.
빙하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탄소배출, 해수면 데워 빙하 녹인다
이번 일로 ‘종말 빙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남극 서부에 위치한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는 완전히 붕괴할 경우 전 지구적인 재앙을 초래한다는 의미에서 ‘종말의 날 빙하(Doomsday Glacier)’라는 별칭이 붙은 곳이다.
면적이 약 19만2000㎢로 남한의 두 배에 달하는 스웨이츠 빙하는 완전히 녹아내릴 경우 지구 해수면이 약 65㎝ 상승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스웨이츠 빙하는 서남극 내륙에 쌓인 거대한 빙상(Ice Sheet)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스웨이츠 빙하가 무너지면 인접한 남극 빙하들이 연쇄적으로 바다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된다. 결국 전 세계 해수면이 3m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게 기후학자들의 경고다.
네팔 대홍수 사태와 남극 스웨이츠 빙하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기후위기의 구조적 연쇄 파괴를 보여준다.
기후학적 관점에서 이번 사태가 드러낸 기후위기 심각성은 먼저 산악지대 ‘시한폭탄’이 터졌다는 점이다.
히말라야는 남극과 북극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얼음을 품고 있어 ‘제3극’으로 불린다. 이곳은 녹아내린 얼음이 고여 거대한 천연 댐(빙하호)을 형성한다. 이번처럼 얼음 둑이 한계 하중을 넘어서면 일시에 붕괴하면 수억t의 토석류와 강물이 하류를 덮친다.
지진파로 감지될 만큼 거대한 질량의 빙하가 무너져 내린 것은, 지구 온난화가 단순히 기온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각 변동에 준하는 물리적 파괴 에너지를 직접 방출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네팔의 산악 빙하와 남극의 스웨이츠 빙하는 본질적으로 같은 역할을 한다. 네팔 사태가 단기적·국지적인 돌발 재앙의 단면이라면, 스웨이츠 빙하 붕괴는 장기적·전 지구적인 해수면 상승이라는 복구 불가능한 임계점을 가리킨다. 지구의 얼음 방파제들이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 동시에 무너지는 셈이다.
이번 홍수로 네팔 국가 전력망 12%를 담당하는 수력발전소가 마비됐다. 장기적으로 히말라야 빙하가 소멸하면 갠지스강, 인더스강, 브라마푸트라강 등 아시아 10대 주요 하천 유역에 거주하는 약 20억 명의 식수원과 농업용수가 고갈되는 ‘영구적 가뭄’으로 전환된다.
이번 사태처럼 기후위기가 임계점을 넘어선 환경에서는 현대 토목 시설로는 재난을 막아내지 못한다.
에밀리 샤퍼 국제빙하관측네트워크(GIAM) 박사는 지난해 남극 헥토리아 빙하가 두 달 만에 8km 뒤로 밀려났을 당시 “이런 속도의 변화를 단순한 자연 변동성으로 볼 수 없다”며 “인류의 탄소 배출이 해수의 열 함량을 얼마나 빠르게 바꿔놓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라고 경고한 바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헙연장교수단 교수는 “기후위기는 ‘임시 댐의 재료’인 빙하 자체를 점점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히말라야 지역에서 빙하가 원인이 된 홍수는 2000년대만 해도 5~10년에 한 번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한 해에도 여러 차례 발생할 만큼 잦아지고 있다. 위험이 일어나는 빈도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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