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비대위원장, 26일 '2달 임기' 마무리
전한길 논란에 당내 갈등↑…관리 미비 과오
'이진숙 낙마, 특검 압색 저지' 등 투쟁엔 성공
새 대표와 통합 이끌 중책…리더십 시험대에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달여 간의 비대위원장 생활을 마치고 직을 내려놓게 됐다. 대선 패배 직후 관리형 비대위를 표방한 송 비대위원장은 대여 투쟁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데는 아쉬움을 남겼다. 당 안팎에선 원내대표직에 전념할 수 있게 된 송 비대위원장이 새로운 당대표와 함께 더 강렬한 대여투쟁과 확고한 당내통합을 통해 제1야당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26일 국민의힘은 국회도서관에서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결선을 개최한다. 지난 22일 충북 청주 오송 오스코에서 열린 8·22 전당대회에서 최종 2인에 든 김문수 후보와 장동혁 후보 간의 맞대결로 펼쳐지는 이번 결선이 끝나면 송언석 비상대책위원회는 자동으로 해산하게 된다.
송언석 비대위는 지난 6월 30일 임기가 만료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퇴임한 직후 출범했다. 김용태 비대위는 대선 기간인 지난 5월 12일 출범해 약 한 달여간 운영된 바 있다. 이튿날인 지난 7월 1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식 출범한 송언석 비대위는 '관리형'을 표방하며 돛을 올렸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를 임기로 못박은 송 비대위원장은 즉각 4선 박덕흠 의원,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과 원외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화성갑 당협위원장 등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이틀 뒤인 7월 3일엔 3선의 정점식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김정재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하면서 인선을 마무리 하고 전당대회 준비를 시작했다.
송언석 비대위가 전당대회 관리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었다. 원내대표 당선 직후부터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공언한 송 비대위원장은 지도부 인선이 완료되기도 전인 지난 7월 2일 안철수 의원을 당의 새로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며, 당의 혁신 작업을 맡겼다.
하지만 안철수 혁신위는 단 엿새 뒤인 같은 달 7일 좌초하고 말았다. 안 의원이 "인적쇄신안을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했고, 주말 동안 송 비대위원장과 여러 번 의견을 나눴지만 결국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며 "제가 혁신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하며 혁신위원장 사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특히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 선언은 같은 날 오전 비대위에서 혁신위원들이 임명된지 20분 만에 벌어져 충격을 안겼다.
그럼에도 혁신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송 비대위원장은 안 의원의 사퇴 이후 3일 뒤인 같은 달 9일 윤희숙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을 새 혁신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임명 직후 "우리 당원은 어떤 개인에게도 특정인들에게 칼을 휘두를 권한을 준 적이 없다"며 "나는 어떤 칼도 당원들로부터 위임받은 적이 없다"고 인적쇄신이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윤희숙 혁신위는 출범한지 8일 만에 당내에 큰 폭탄을 던지면서 충격을 안겼다. 윤 위원장이 같은 달 16일 간담회를 열어 "과거와의 단절에 저항하고 당을 탄핵의 바다로 밀어넣고 있는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 송언석 (원내)대표는 스스로 거취를 밝히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특히 윤 위원장이 언급한 명단에는 송 비대위원장이 포함되면서 숱한 논란을 낳았다.
이에 송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즉각 "당의 역량 강화와 혁신을 위한 충정으로 요구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 때부터 당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더 증폭됐다는 점이다. 특히 극단 성향 유튜버 전한길 씨가 지난 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난입해 난동을 피우면서 당내 혼란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그 이후 송 비대위원장이 취한 조치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 비대위원장은 전 씨가 난동을 피운 지난 8일 저녁 긴급 지시 사항을 통해 "혼란을 일으킨 전 씨를 포함해 대의원 자격이 없는 인사에 대해 향후 개최되는 모든 전당대회 일정에 출입을 금지시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송 비대위원장은 전 씨를 즉각 윤리위에 회부하며 엄중한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송언석 비대위는) 국민의힘을 회생시키는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강경파와 혁신파의 갈등을 봉합시키지 못하면서 방향성 제시에 실패했다고 본다"며 "전한길 씨 사태를 잘 관리를 못해서 갈등을 부추긴 측면도 있고, 혁신위원장을 제대로 못 뽑아가지고 곤경에 처하는 등 분열과 갈등 관리를 잘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과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송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정부나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의 무차별적인 수사에 즉각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여(對與) 투쟁 측면에서는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속된 공세를 통해 보좌관 갑질 의혹을 받고 있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논문 표절 의혹에 시달리던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이끌어낸 건 송 비대위원장의 대표적인 공적이다. 특히 송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시스템이 오작동하고 있단 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며 여권을 향해 추가 청문회를 요구하는 등 야권의 공세를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아울러 당원 명부 확보를 위해 지난 13일과 18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를 저지한 것 역시 송 비대위원장의 빠른 판단력이 돋보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송 비대위원장은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가 열리던 지난 13일 대전에 있었음에도 즉각 의원들을 당사로 소집해 특검의 압수수색 시도를 무력화 시킨 바 있다. 이후 송 비대위원장은 특검의 압수수색 시도에 대비하기 위해 집무실을 당사로 옮기고 철야 비상대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신없는 상황에서 빠른 판단으로 당력을 집중한 건 분명히 송 비대위원장이 높게 평가 받을 부분"이라며 "장관의 낙마를 이끌도록 여론전을 잘 해온 것도 좋게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송언석 원내대표의 원내대표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대표가 김 후보와 장 후보 사이에서 결정되는 만큼 원내 강경파와 혁신파의 갈등을 조율하고 의견을 일치시키는 리더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주장에서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원래 원내대표가 선거도 어렵듯이 하는 일도 참 어려운데, 소수야당을 이끌어야 하는 송 원내대표의 어깨는 더 무거울 것"이라며 "적어도 지금의 원내라도 잘 통합시키면서 같은 목소리를 내게 해 단 하나의 이익이라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는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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