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과 안해”…‘역사왜곡’ 책임자 색출 뒤 남겨야 할 것은 [기자수첩-연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5.22 07:00  수정 2026.05.22 07:00

아이유·변우석부터 감독·작가까지 거듭 사과했지만…

가라앉지 않는 시청자들 분노

최고 시청률 13%를 넘기며 종영했으나, 제작진도, 출연 배우도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역사를 왜곡해 중국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다.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과 각본을 쓴 유지원 작가가 사과하고, 주연 배우인 아이유, 변우석까지 사과문을 게재했음에도 “MBC는 왜 사과하지 않냐”, “다른 배우들은 왜 가만히 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사과는 배우들의 몫이 아니”라는 박 감독의 발언에 “높은 출연료를 받는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반발이 나오기도 한다. 이를 통해 경각심은 확실히 높인 모양새지만, 이것이 추후 또 다른 역사물의 왜곡 논란을 방지하는 길인지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MBC

문제가 된 장면은 15일 방송된 11회의 이안대군(변우석 분) 왕 즉위식이다. 신하들이 “천세”를 외친 장면을 두고, 시청자들은 자주국이 외치는 “만세”가 아닌, 속국이 사용하는 “천세”를 외치고 왕이 황제의 상징인 십이류면관이 아닌 구류면관을 착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 같은 장면들이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아이유, 변우석은 “역사적 맥락을 못 살폈다”라며 사과문을 게재했고, 박준화 감독은 19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과하며 눈물을 보였다. 문제가 된 장면에 대해선 “무지했던 내 탓”이라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21세기 대군부인’이 판타지 로맨스라는 설정에 매몰돼 많은 것을 놓쳤다고 설명했다. 주연 배우, 박 감독의 사과 이후 유 작가 또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역사적 맥락을 세심히 살피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에 제작비를 일부 지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지원비를 회수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사과 대신 재방송을 편성한 MBC를 향해 “시청자들과 기싸움을 벌인다”며 분노 중이다. 공승연, 노상현, 유수빈 등 사과하지 않은 배우들의 목록을 공유하며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물론, 결과적으로 문제가 된 작품에 제작비를 지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경우처럼 해명과 개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다만 사과 여부를 따지고, 사과에도 불구 그의 표정, 태도까지 분석하며 반박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시선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이것이 반복되는 역사왜곡 논란 문제를 해결하는 길로 이어질 수 있을지엔 의문이 따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복된 논란으로 얻어야 할 개선 방안이다. 역사강사 최태성은 이번 사태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나도 가끔 역사 용어를 헷갈린. 배우들이 그런 전문적 용어와 상황마저 이해하라고 요구하기에는 무리”라고 언급을 한 것처럼,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박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전문가 고증도 거쳤지만, 판타지와 역사 사이. 갈피를 잡지 못해 논란을 빚은 것처럼 역사만을 전공으로 하는 전문가 역시 역사물의 완벽함을 보증할 수 없다는 것도 드러났다.


최태성은 “사람을 공격하는 대신 더 단단한 고증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며 고증 연구소 설립을 제안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는 “정부 기관인 국가유산청과 문화체육관광부 예산도 이쪽으로 일부나마 편성해 주시길 바란다”며 “고증 연구소는 체계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검증된 데이터베이스를 영화나 드라마가 필요로 하는 세계관 구축에 제공해 주시길 바란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아직은 최태성의 개인 의견이며, 실현가능성을 점치기엔 이르다. 그러나 논란과 사고를 반복하며 역사물의 제작이 위축되기 전, 논란 ‘이후’를 고민하는 것은 필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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