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 삼성역, 설계 오독에 감리 실패까지…“단순 실수 아닌 불법” 비판도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6.05.22 07:00  수정 2026.05.22 07:00

현대건설, ‘투 번들’ 표기에도 철근 2570개 누락

시공·감리 책임에 방점…서울시, 현대·삼안에 벌점 부과

업계서도 비판의 목소리…건설업계 체계 문제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공사 현장.ⓒ뉴시스

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사태를 둘러싸고 설계 오류보다는 시공·감리 단계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현대건설이 시공 과정에서 설계도서를 오독한 데 이어 감리 역시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도 철근을 빼먹은 것을 단순 실수로 보긴 어렵다며 현대건설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관계부처에 철저한 실태 파악을 지시했다.


전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에 엄정한 실태 파악과 철저한 안전 점검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설계부터 시공, 감리까지 전 과정에서 부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다만 설계상 표기 방식보다 시공사와 감리사의 검증 실패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크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기둥에 주철근을 2열씩 설치해야 했지만, 설계도면에 철근을 표시하는 점이 1개씩 찍혀 있는 것을 보고 1열씩 설치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기둥에 들어가야 할 주철근이 설계보다 적게 시공되면서 80개 기둥 중 50개에 2570개 철근이 누락됐다.


하지만 설계도서에는 투 번들(two bundle)이라는 문구가 명확히 기재돼 있어 현대건설과 감리사 삼안의 잘못이 크게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도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 참석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고개 숙였다.


서울시도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시공사와 감리사에 대한 벌점 부과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련 위원회를 개최해 벌점 부과를 확정할 방침”이라며 “시공사와 감리사가 투 번들이라고 표시돼 있는데, 그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국토부에서도 시공·감리 단계에 방점을 찍고 책임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전망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18일 특별 현장점검단을 꾸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건설공사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이날부터 현장점검단이 1~4공구를 모두 방문해 점검하며, 그 결과를 토대로 건설사업자, 감리자 등에 대한 벌점, 시정명령, 과태료 등 조치를 검토한다.


업계에선 국토부 조사 결과와 별개로 현대건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형 건설현장에서 철근 배근을 설계 오독으로 설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감리까지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품질관리 체계 전반의 문제를 드러낸다는 평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 도면 해석을 잘못했다는 것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도면을 확인하고 작업을 지시하는 사람부터 작업자, 감리까지 다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빠진 철근이 한 두 개도 아니고 2000개가 넘는데 실수라고 이해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고의성이 없는 경우에나 누락이나 실수라고 하는 거지, 이번 사태는 불법 공사”라며 “도면에 굵은 철근 두 개가 표기돼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사가 진행될 때 시공사와 감리사가 회의를 해서 작업 내용을 확인하고 업무에 임하는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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