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의존증’ 여자배구, 4강행 욕심이었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8.17 00:33  수정 2016.08.17 00:33

사실상 김연경 하나만으로 이뤄진 공격

최대 약점이었던 리시브 불안, 결국 패인

김연경 하나만으로 메달을 따기란 무리였다. ⓒ 연합뉴스

에이스 김연경 하나만으로는 메달 획득의 바람은 욕심이었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16일(이하 한국시각) ‘2016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8강전 상대로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평가를 받았던 네덜란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랭킹에서도 한국(9위)보다 두 계단이나 낮은데다 역대 상대 전적에서도 10승 6패로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네덜란드의 공격은 매서웠다.

무엇보다 대회 내내 불안요소로 지적된 리시브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네덜란드는 1세트부터 리시브에 약점을 보이는 박정아를 향해 집요하게 서브를 보냈다. 박정아가 흔들리자 곧바로 이재영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한국은 이날 서브 득점을 3개 꽂아 넣은 대신 12점이나 내주며 패인으로 떠올랐다.

강한 서브 대신 낮고 빠른 서브를 택한 부분도 네덜란드의 철저한 준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서 상대의 강서브를 잘 받아내며 분위기를 끌어왔지만, 오히려 모호한 위치에 낮게 깔리는 서브에 애를 먹었다.

세터에게 안정적으로 볼을 전달해야할 리시브가 불안하자 공격이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한국이 어렵게 받아낸 공으로 인해 공격 루트가 쉽게 노출됐고, 네덜란드는 보다 수월하게 블로킹 장벽을 쌓을 수 있었다.

악조건 속에서도 ‘세계 최고의 공격수’ 김연경은 그야말로 불세출의 선수였다. 김연경은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7득점을 올렸고, 공격 횟수에서도 47회로 빈도수가 제일 높았다.

김연경은 한국이 유일하게 따낸 3세트에서 신들린 공격을 퍼부었고, 장신의 네덜란드 선수들이 높게 장벽을 형성해도 소용이 없었다. 큰 키에서 내리 꽂는 강력한 스파이크가 네덜란드 진영 곳곳을 파고들었다.

마지막 4세트는 그야말로 김연경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김연경이 전방에 위치해 있을 때 한국의 공격은 오로지 하나였다. 네덜란드 선수들도 이를 알고 아예 김연경 쪽으로 몰려있었다. 그럼에도 김연경의 공격은 계속해서 성공했다.

하지만 김연경 하나만으로 승리를 거머쥐기에는 무리였다.

특히 한국은 김연경이 로테이션으로 인해 후방에 위치했을 때 이렇다 할 공격 루트를 만들지 못했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김연경의 백어택을 방어하기 위해 선수 1명이 아예 중앙 쪽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종종 비춰졌다.

한국은 김연경이 혼자 27득점을 올리는 사이, 양효진만이 10점으로 힘을 보탰을 뿐이었다. 이와 반대로 네덜란드는 슬뢰체스(23점)를 비롯해 4명의 선수들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자양한 공격 루트를 선보였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지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동메달 이후 40년 만에 메달 획득에 도전했다. 가능성은 상당했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 2012 런던 올림픽서 4위에 오르는 등 세계 속에서 경쟁력을 입증해 나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김연경이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보유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김연경은 터키 리그 이적 후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우뚝 섰고, 전성기를 맞은 이번 대회서 반드시 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김연경은 매 경기 투혼을 펼쳤고, 모든 면에서 월드클래스다운 실력으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배구는 혼자 하는 종목이 아니었다. 김연경을 출중했지만, 이를 받쳐줄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이 들쭉날쭉하다보니 한계가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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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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