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8㎿·공정률 96.6%…12월 상업운전 목표
연 900GWh 생산…겨울 월평균 이용률 90% 웃돌아
사업비 70% 국내기업에…공급망 첫 실적 확보
지난달 30일 전남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 인근 해역에 조성 중인 낙월해상풍력단지에서 풍력발전기들이 가동되고 있다. ⓒ데일리안 정다운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영광군 오도선착장에서 작업자 수송선(CTV) ‘벤투스 카멜리아호’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육지에서 약 30㎞ 떨어진 낙월해상풍력단지였다.
쾌청한 가을 날씨에 바다도 비교적 잔잔했다. 현장 관계자는 수면을 바라보며 “전날보다 훨씬 좋다. 오늘은 장판”이라고 말했다. 낮은 파도 덕에 배는 속도를 끌어올렸고, 조타실 계기판에는 한때 16.8노트가 찍혔다.
작업선이라는 이름과 달리 선내는 깔끔했다. 푹신한 좌석에 몸을 기대니 항해의 부담도 한결 덜했다.
유니슨이 매입한 카멜리아호는 최대 24명의 산업인력을 태울 수 있는 작업자 수송선이다. 일반적인 12인승 CTV보다 한 번에 더 많은 인력을 실어 나를 수 있어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인 낙월 현장에서는 카멜리아호를 포함한 CTV 3척이 오간다고 한다.
① 지난달 30일 전남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 인근 낙월해상풍력단지에 해상풍력발전설비 설치선(WTIV) ‘한산1호’가 떠 있다. 한산1호는 길이 111.2m, 총톤수 2만9896t 규모로 최대 1800t을 들어 올릴 수 있다. ⓒ데일리안 정다운 기자
수평선 위로 솟은 흰 날개 61기…200m 육박 압도적 위용
약 2시간을 달리자 육지는 자취를 감췄다. 한참 뒤 수평선 위로 희끗한 구조물이 하나둘 솟아올랐다. 처음에는 가느다란 막대처럼 보였지만 가까워질수록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허브 높이는 112m, 날개 한 장은 82.5m다. 날개가 수직으로 올라서면 최고점이 약 195m에 달한다고 한다. 갑판에 올라서자 200m에 육박하는 발전기들이 바다 곳곳에 줄지어 선 장관이 펼쳐졌다.
낙월해상풍력은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 인근 해역에 5.7㎿급 발전기 64기를 설치하는 364.8㎿ 규모의 국내 최대급 해상풍력단지다. 지난달 28일 기준 공정률은 96.6%로 취재 당일에는 61기 설치를 마친 상태였다.
발전기 사이에서는 붉은 대형 크레인을 세운 해상풍력발전설비 설치선(WTIV) ‘한산1호’도 눈에 들어왔다. 길이 111.2m, 총톤수 2만9896t으로 최대 1800t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갑판에서 현장을 설명한 정종영 명운산업개발 사장은 “현재 공사는 안정궤도에 올라왔다”며 “큰 기상 이변이 없다면 12월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설치를 마친 발전기부터 차례로 시운전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부터 계통에 연결해 돌린 결과 겨울철 한 달 평균 이용률은 90%를 웃돌았다. 현재 45기가 계통에 연결돼 시운전 중이다.
64기가 모두 가동되면 연간 약 900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설비용량 대비 연간 이용률은 약 28%다. 약 25만 가구, 인구로 환산하면 약 100만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② 지난달 30일 전남 영광군 낙월해상풍력단지에 투입된 거주용 바지선 ‘라메르’ 모습. 작업자들이 육지로 돌아가지 않고 현장에서 머물며 작업할 수 있도록 침실과 식당 등을 갖췄다. ⓒ데일리안 정다운 기자
용왕님 허락 받아야 공사…작업기간 1년의 3분의 1도 안 돼
이날처럼 잔잔한 바다는 공사 현장에서 흔치 않다고 한다. 2024년 3월 착공해 지난해 5월부터 해상공사에 들어갔지만 실제 바다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사업자 측 설명이다. 특히 11월 말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는 작업이 사실상 어렵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는 거센 물살도 작업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다. 최민석 삼해이앤씨 현장소장은 “조류가 약해지는 정조를 전후해 작업해야 한다”며 “탁도가 높아 수중 시야도 1~2m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저케이블도 단순히 바닥에 내려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선박이나 어구 등에 손상되지 않도록 해저면 약 2m 아래까지 묻는다. 원격조종 무인잠수정(ROV)이 물을 강하게 분사해 바닥을 파고 케이블을 매설한다.
기상과 조류에 따라 작업 가능 시간이 제한되는 만큼 현장에서는 이동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명운산업개발은 작업자들이 육지와 현장을 오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바다 위에 거주용 바지선 ‘라메르’를 마련했다.
이날 둘러본 바지선에는 약 40개의 침실과 식당이 갖춰져 있었다. 식당에는 제법 잘 갖춰진 한식뷔페가 준비돼 있었고 삶은 계란과 라면, 콜라·사이다도 눈에 띄었다. 작업자들이 현장에서 먹고 쉬며 공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해상 시공 여건과 별개로 중국산 터빈과 해저케이블을 둘러싼 안보 논란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사업자 측은 그동안 제기된 정보 유출 우려가 실제 설비 구조나 통신 체계와는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정 사장은 “평균 수심이 8~14m로 얕아 대형 잠수함이 접근하기 어렵다”며 “해저케이블 센서도 카메라나 음향 정보를 수집하는 장비가 아니라 단선 지점을 확인하기 위한 유지보수용”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가 모이는 통합관제 시스템은 한전KDN이 구축했다. 명운산업개발은 한전KDN이 국가정보원의 암호화 모듈 인증을 받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③ 지난달 30일 낙월해상풍력단지로 향하는 작업자 수송선(CTV) ‘벤투스 카멜리아호’ 갑판에서 바라본 풍력발전기 모습. 낙월해상풍력은 5.7㎿급 발전기 64기, 총 364.8㎿ 규모로 조성 중이다. ⓒ데일리안 정다운 기자
선박 확보부터 난관…83척 동원해 공급망 열었다
공사를 가능하게 만든 또 다른 축은 선박이다. 공정별로 투입된 선박은 모두 83척에 달한다. 설치선과 케이블 작업선, CTV 3척, 통선 5척, 숙소선 1척 등이 바다 위 공사장을 오갔다고 한다.
문제는 국내에서 이런 선박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규모 해상풍력 시공 경험이 많지 않아 전용선박 자체가 부족했다. 유럽 선박은 국내로 들여오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원하는 공정에 맞춰 빌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욱진 명운산업개발 전무는 “유럽에 있는 배는 원하는 시기에 부킹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결국 일부 선박은 직접 매입해 투입해야 했다”고 말했다.
선박뿐 아니라 항만도 해상풍력 확대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대형 터빈과 블레이드, 하부구조물을 보관·조립하고 설치선에 싣기 위해서는 충분한 배후부지와 대형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선박과 함께 항만 인프라 확충도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공사는 국내 기업에도 첫 실적을 안겼다. 터빈과 일부 외국산 기자재를 제외하면 전체 사업비의 약 70%가 국내 기업에 투입됐다. GS엔텍은 모노파일, 3.1CNS는 트랜지션피스(TP)를 공급했고 대한전선도 해저케이블 공급 실적을 확보했다.
정 사장은 “대규모 장치산업은 누군가 첫 주문을 해줘야 공장 투자와 공급망이 따라온다”며 “이런 사업이 이어져야 국내 해상풍력 생태계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계획대로 오는 12월 전체 상업운전에 들어가면 국내에서 가동되는 해상풍력 설비 규모는 현재의 약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거센 서해와 부족한 선박 인프라를 넘어 쌓은 시공·기자재 경험도 앞으로 이어질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의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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