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돌연 삭제된 외환보유액 순위…한은 "정부와 사전 논의"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6.09.30 13:49  수정 2026.09.30 13:50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재경부와 의견 교환…별도 공식회의는 안 열어"

지난해 9위→올해 13위까지 하락한 뒤 순위표 삭제

"펀더멘털과 괴리된 해석 우려…재공개 계획 없어"

한국은행이 25년 넘게 공개해온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를 보도자료에서 삭제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사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확인됐다.ⓒ한국은행

한국은행이 25년 넘게 공개해온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를 보도자료에서 삭제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사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별도의 공식 회의 없이 내부 판단으로 삭제를 결정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이 3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은 국제국은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국제 순위표를 제외하기에 앞서 재정경제부 측과 상의를 거쳤다.


한은은 "재경부와 수시로 업무 협의를 하고 있으며, 이번 보도자료 내 순위표 삭제의 경우에도 사전에 (재경부와)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다만 순위 삭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식 회의는 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한은과 재경부 내에 상당 기간 공감대가 형성돼왔다"며 "별도의 대내외 공식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환보유액 순위는 공식 통계 지표가 아니라 단순 부표"라며 "이 순위표를 보도자료에 수록하지 않기로 한 것은 부서장(한은 국제국장)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은 국제국은 지난 3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매달 제공해온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 자료를 별다른 설명없이 삭제했다.


한은이 세계 순위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2001년 2월 말 이후 25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이 제출한 시계열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는 지난해 12월 말 세계 9위에서 올해 1월 말 10위, 2월 말 12위, 5월 말 13위로 떨어졌다.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5년여간 8~9위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컸다.


올해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가 이어진 점 등이 외환보유액 순위 하락 요인으로 거론됐다.


단,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세계 10위로 다시 올라섰고, 7월 말 순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월과 비슷한 순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오랜 기간 정례적으로 제공해온 정보를 별도 안내 없이 갑작스럽게 중단하면서 통계 이용자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은은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외환보유액 순위가 자주 바뀌는 과정에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된 해석이 빈번하게 이뤄졌다"며 "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국 외환보유액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통해 공개돼 있는 통계"라며 "그간 외환보유액을 보도자료로 발표하며 추가 정보 사항으로 IMF 및 여타 중앙은행이 공개한 자료를 취합해 순위를 제공해 왔다"고 해명했다.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매달 외환보유액 순위 발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한은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이종욱 의원실에 "향후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를 다시 보도자료에 수록할 계획은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이 수치가 계속 보도자료에 수록될 경우 외환보유액의 단순 순위 변동이 대외 부문의 펀더멘털 변화로 잘못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별도로, 뒤늦게 보완책도 검토 중이다.


한은은 "IMF에서 외환보유액 통계를 공개하고 있으나, 대만은 IMF 비회원국으로 IMF에서 통계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각국 공시 시점이 서로 다르고 개별 국가 사정으로 공시가 지연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서도 주요국 외환보유액 통계를 간편하게 조회해볼 수 있다"며 "정보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대만을 포함한 입수 대상 국가를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가 급락하자 한은이 25년 넘게 국민에게 제공해온 자료를 공식 회의도 없이 보도자료에서 삭제했고 재수록 계획도 없다고 한다"며 "한은과 재경부는 순위 삭제 경위를 밝히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공표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