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선택적 원자 기울기’로 금속·초박막 절연재 한계 극복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10.02 03:01  수정 2026.10.0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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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원자도 배열 바꾸면 새 성질 발현

포항공대·숭실대 연구진 사이언스지 논문 게재

원자층의 조성 배열을 정밀 제어해 금속과 초박막 절연재에 새로운 특성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연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내 연구진이 원소 종류나 배합 비율을 바꾸지 않고 원자를 쌓는 순서만 조절해 기존 소재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포항공과대학교 이대수·이길호·최시영 교수와 숭실대학교 박세영 교수 공동연구팀이 원자층의 조성 배열을 정밀 제어해 금속과 초박막 절연재에 새로운 특성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의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그동안 소재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려면 다른 원소를 섞거나 비율을 변경하는 방식을 주로 썼다. 이 경우 원래 소재가 지닌 고유 특성이 변하거나 사라지는 문제가 따랐다.


전도성을 잃지 않으면서 원자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극성’을 동시에 갖추기 어려웠던 금속이나, 두께가 얇아질수록 전류가 새어나가 절연성이 떨어지던 초박막 절연재가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전자적 성질에 관여하는 원자는 그대로 유지한 채 크기가 서로 다른 특정 원자의 비율을 층마다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선택적 원자 기울기’ 기법을 고안했다.


층별로 원자 비율을 서서히 조절해 원자들의 미세한 편향을 유도함으로써 재료 내부에 극성을 형성하는 원리다. 배열 순서를 반대로 뒤집으면 극성의 방향도 역전됐다. 동일한 원자를 단순 균일 혼합했을 때는 이러한 방향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 공정을 금속 박막에 적용하자 전도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류 흐름 방향에 따라 저항값이 달라지는 특성이 확인됐다. 적층 순서에 따라 저항 차이의 방향 역시 반전돼 제작 단계에서 전기적 방향성을 제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약 5.1나노미터(nm) 두께 초박막 절연재에 적용했을 때도 누설전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정전용량은 높은 상태를 유지했다.


아울러 온도 변화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성능은 비슷한 두께를 지닌 기존 비교 박막 대비 약 100배가량 높게 측정됐다. 이 역시 적층 순서를 뒤집으면 신호의 방향이 반대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설계법은 방향 감응형 전자소자나 누설전류를 줄인 차세대 반도체용 절연막, 고감도 열·적외선 센서 등 다양한 소자 개발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물질의 근본 성질을 파고드는 기초연구가 혁신적인 소재 설계 방식으로 이어진 사례라며, 연구자들이 도전적인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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