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법인 평가·재지정 체계 개편…경쟁·공공성 강화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6.09.28 11:24  수정 2026.09.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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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하위 10% ‘부진’ 기준

기존 지정 5~10년·재지정 3~5년

신규 공모·수수료 권고로 경쟁 촉진


도매시장 전경. ⓒ뉴시스


정부가 농산물 도매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공공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매시장법인 관리체계를 개편했다.


법인을 한 번 지정한 뒤 운영실적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가 결과를 재지정과 지정취소, 신규법인 공모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독과점·고수익 구조에 제도 개선론 수면 위


그동안 현장에서는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의 독과점 구조와 높은 영업이익률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운영실적이 부진한 법인에 대한 관리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위탁수수료 체계 등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5월 마련한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에 지정기간 내 성과가 부진한 법인의 지정취소 의무화와 신규법인 공모 지정, 재지정 근거 마련, 위탁수수료 조정 권고, 정가·수의매매 전담인력 의무화 등을 담았다. 성과부진 법인의 지정취소 의무화는 2023년 1월 발표한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다.


정부는 이후 도매시장법인의 경쟁력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국회 논의를 거쳐 농안법 개정을 추진했다. 개정안은 2026년 1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고 2월 27일 개정이 완료됐다. 개정 농안법은 지난 8월 28일부터 시행됐다.


평가·재지정 연계…법인 관리의 새 기준


제도 개편의 한 축은 도매시장법인 재지정 체계다. 기존 지정기간은 5년 이상 10년 이하였지만 법률에 재지정 근거를 새로 마련하고 재지정 기간을 3년 이상 5년 이하로 정했다.


지정기간이 끝난 뒤에도 업무를 계속하려는 법인은 도매시장 개설자에게 재지정을 신청해야 한다. 개설자는 농수산물 가격 안정과 농어업인 권익 보호, 농수산물 도매유통 발전을 위한 조건을 부과하고 이를 토대로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신규 지정과 재지정 결정에 이견이 있는 법인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도 신설됐다. 지정과 재지정 기준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법인의 소명 절차도 함께 마련한 것이다.


재지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지정이 취소되거나 운영실적 부진으로 법인의 지정이 취소되면 신규법인은 공개모집을 통해 지정한다. 기존 사업자의 재지정 심사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하나의 관리체계로 연결해 법인 간 경쟁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운영실적 평가와 지정취소의 연계도 강화됐다. 운영실적이 부진한 법인 등에 대한 지정취소를 의무화하고, 취소요건이 되는 부진평가 횟수 기준을 명확히 했다.


하위법령은 ‘부진’ 등급을 도매시장법인과 도매시장공판장, 시장도매인의 운영실적 평가 결과 하위 10%에 해당하는 경우로 규정했다. 평가 결과에 이의가 있는 법인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도매시장 전경. ⓒ뉴시스
수수료·거래 방식까지 공공성 보완


도매시장법인의 주요 수입원인 위탁수수료에도 조정 장치를 마련했다. 농식품부 장관은 도매시장법인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위탁수수료율 조정을 권고할 수 있다.


하위법령에는 위탁수수료 조정 권고 기준과 절차가 담겼다. 해당 연도 영업이익률이 최근 5개년 영업이익률과 비교해 장관이 정하는 비율 이상으로 증가하면 위탁수수료율 조정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도매시장법인 또는 시장도매인이 위탁수수료 수입의 일부를 의무자조금 지원금으로 납부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됐다. 구체적인 납부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위탁수수료 수입 가운데 일부를 지원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의 공시 의무도 강화됐다. 기존 공시사항을 법률로 상향해 규정하고 위탁수수료를 추가 공시하도록 했다. 위탁수수료율이 변경되면 즉시 공시해야 하며 주주와 임원 현황이 바뀌면 15일 이내에 공개해야 한다.


도매시장법인 또는 시장도매인이 위탁받거나 매수한 농수산물을 판매할 때 출하자의 생산비용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의무도 새로 마련됐다. 도매시장법인의 수익뿐 아니라 출하자 보호와 농수산물 가격 안정이라는 공적 역할을 함께 강조한 조치다.


도매시장 전경. ⓒ뉴시스

경매 중심의 거래를 보완하기 위한 정가·수의매매 관련 제도도 강화됐다. 도매시장법인과 공판장은 정가·수의매매 전담인력을 운용해야 한다. 전담인력은 경매사를 포함해 1명 이상 두도록 하되 법인별 거래물량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운용 규모를 업무규정으로 정할 수 있다.


전담인력은 출하처와 수요처 개발, 출하·구매 물량 및 단가 협의, 입하 물품의 거래 등을 담당한다. 경매사와 농수산물품질관리사, 관련 업무 종사 경력이 있는 사람 등이 전담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다.


도매시장법인의 신규 임원과 중도매인 허가자를 대상으로 교육훈련 이수를 의무화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지정과 평가체계뿐 아니라 실제 거래를 담당하는 유통 종사자의 전문성과 책임성까지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개편은 도매시장법인의 운영평가와 재지정, 지정취소, 신규 공모를 연결하고 수수료와 거래 방식까지 함께 손질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은 도매시장법인의 책임성과 공공성을 높이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 기회를 마련해 도매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평가와 재지정, 공개모집 제도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이행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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