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원전 가뭄으로 출력 감축·전력값 상승…한수원 수주전 새 과제
삼성SDI·SK온 등 우리기업도 전력 줄여
KIEP “가뭄 대비 설계 중요”…냉각 설계·연료 공급망 경쟁 요소 부상
다뉴브강 수위 저하로 중동부 유럽 원전의 가동 중단과 출력 감축이 이어지면서 냉각수 확보가 원전 수출의 새 과제로 떠올랐다. KIEP는 향후 이 지역 원전 수주에서 가뭄에 대비한 냉각 설계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다뉴브강 수위가 낮아지자 강물을 냉각수로 쓰는 중동부 유럽 원전들이 멈추거나 출력을 줄였다. 전력 가격이 오르고 현지 산업계에도 사용량 감축 요청이 이어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앞으로 중동부 유럽 원전 수주에서 공사비와 공기뿐 아니라 냉각수 확보 방안도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원전 가동 차질에 전력값 상승…한국 기업도 사용량 줄여
KIEP가 최근 발간한 ‘가뭄 위기 이후 중동부 유럽의 원전 주요 정책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7~8월 다뉴브강 등 중동부 유럽 주요 하천의 수위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헝가리와 루마니아에서 원전 발전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 지역 원전은 터빈을 돌린 증기를 식혀 다시 사용하는 과정에서 강물을 냉각수로 쓴다. 그런데 수위가 낮아지면 강물을 끌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구간의 다뉴브강 수위는 6월 15일 정점을 기록한 뒤 8월 하순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헝가리 팍스 원전은 8월 2일부터 원자로 4기 중 3기의 가동이 중단됐다. 헝가리 총리는 팍스 저수보 건설 현장을 방문해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전체 출력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뭄에 따른 원전 가동 차질로 중동부 유럽 도매 전력가격이 위기 이전보다 평균 약 20~27% 상승했다. 헝가리에서는 삼성SDI·SK온 현지 사업장을 포함한 300개 이상 기업이 전력 사용 감축에 참여하며 산업 현장으로 여파가 번졌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도 7월 28일 1호기가 멈춘 데 이어 8월 13일 2호기까지 가동을 중단했다. 루마니아 정부는 8월 한 달간 에너지 부문 국가 경계 태세를 선포했다.
원전 재가동을 위해 강바닥을 파내고 바지선을 침몰시키는 등의 조치도 취했다. 이를 통해 2호기 인근 수위를 4㎝ 높였지만 당시 재가동에는 이르지 못했다.
발전 공백은 전력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부 유럽의 도매 전력가격은 위기 이전인 7월 1~27일보다 위기 기간인 7월 28일~8월 24일 평균 약 20~27% 높았다. 연구진은 부족한 전력을 가스발전과 수입 전력으로 메우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산업 현장도 전력 사용을 줄여야 했다. 루마니아 정부는 8월 4일부터 자동차·철강·비료 분야 기업 약 80곳에 19일까지 가동 중단이나 정비 전환을 요청했다. 보고서에 제시된 감축 규모는 약 200MW다.
헝가리 정부는 대형 산업 수요자에게 저녁 시간대 전력 사용을 자발적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삼성SDI와 SK온 헝가리 사업장, 아우디 헝가리 등을 포함한 300개 이상 기업이 참여했다. 전체 감축 규모는 400~500MW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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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루마니아는 가스·석탄·수력발전의 최대 출력 운전을 권고하고 주변국과 전력 수입을 협의했다. 강 수위 저하로 시작된 원전 가동 차질이 기업의 조업과 전력 조달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원전 확대하는 유럽…냉각 설계·핵연료 공급도 수주 변수
중동부 유럽은 원전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2024년 전력 생산 통계를 보면 원자력 발전 비중은 슬로바키아 60.6%, 헝가리 42.2%, 체코 40.2%였다. 같은 기준 EU 평균은 23.3%다.
보고서 작성 당시 역내 6개국은 원전 20기를 가동하고 있었다. 체코는 이 가운데 두코바니 4기와 테멜린 2기를 운영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두코바니 5·6호기 건설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체코는 2029년 착공과 203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력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발표한 전력화 행동계획에서 최종에너지 소비 중 전력 비중을 현재 23%에서 2040년 46%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KIEP 연구진은 이 계획이 중동부 유럽의 신규 원전 추진에 힘을 실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불가리아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를 도입하고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는 코즐로두이 7·8호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또 폴란드는 발트해 연안에 웨스팅하우스 원전 3기를 지을 계획이며, 루마니아도 체르나보다 3·4호기 증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원전 확대를 추진하는 중동부 유럽에서 공랭식 설비와 냉각탑, 인공 저수지 연계 등 가뭄 대응 설계가 수주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KIEP는 한국이 시공 경쟁력과 함께 현지 여건에 맞는 냉각 설계와 서방 핵연료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이와 함께 연구진은 루마니아·폴란드·체코에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하거나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검토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번 가뭄을 겪으면서 새 원전의 냉각수 확보 방안에도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강물을 직접 사용하는 냉각 방식의 대안으로 공랭식 설비와 대형 냉각탑, 인공 저수지 연계 설비를 꼽았다. 여기에 핵연료 공급 문제도 겹쳐 있다. 중동부 유럽의 러시아형 원자로는 러시아산 연료와 관련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체코와 불가리아는 미국·프랑스 업체와 장기 연료 공급계약을 맺어 공급처를 바꾸고 있지만, 보고서는 전환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수출 전략 역시 시공 능력만으로 평가받기는 어렵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건설 단가와 공사 수행 능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동시에 독자적인 우라늄 농축·재처리 시설이 없어 서방 연료 공급망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에 연구진은 불가리아 사업처럼 미국의 원자로 기술과 한국의 시공 역량을 결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철원 KIEP 선임연구원은 “향후 입찰 시 공랭식/냉각탑 설계를 갖춘 맞춤형 기술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 수주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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