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어 프로그램 일부만 수정해 4억1000만원 납품 계약
법원 "원본과 90% 이상 동일…영업비밀 해당"
공모한 업체 대표 징역 8개월·법인 벌금 7500만원
법원ⓒ연합뉴스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에서 빼돌린 핵심 제어 프로그램을 일부만 수정해 4억1000만원 규모의 납품 계약을 따낸 전직 팀장과 경쟁업체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납품에 사용된 프로그램은 원본과 90% 이상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4단독 강영선 판사는 업무상 배임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개발팀장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범행을 공모한 경쟁업체 대표 B씨에게는 징역 8개월을, 해당 법인에는 벌금 7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B씨는 합의와 피해 변제 기회를 고려해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A씨는 반도체 식각공정에 사용되는 부품인 실리콘카바이드 포커스링 제조업체에서 장비 개발팀장으로 근무하다 2017년 9월 퇴사했다. 당시 장비의 온도와 가스 투입량 등을 제어하는 공정 제어(PLC) 프로그램을 반환하지 않고 경쟁업체로 가져간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이직한 회사는 자체적인 프로그램 개발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반출한 프로그램을 외부 프로그래머에게 맡겨 일부 통신 모듈만 수정한 뒤 전자장비에 탑재해 납품했다.
재판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피고인들은 피해 회사가 과거 다른 업체의 기술을 모방해 만든 프로그램이므로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 회사가 수년간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자사 장비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점을 인정했다. 파일 접근 권한을 제한하고 임직원들에게 비밀유지 서약서를 받는 등 기술 보호 조치를 취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A씨가 프로그램 수정 작업을 의뢰하면서 보낸 이메일 등을 근거로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강 판사는 "피고인들이 사용한 영업비밀은 피해 회사가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 취득한 자산으로, 기술 유출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방지하고 범죄 유인을 차단하기 위해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서 "피해 회사가 상당한 규모의 손해를 입었음에도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피해 회복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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