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톤 무게 믿었다'는 안동시…1209동 긴급보강 책임 공방
291개 안전사업 중 46개 미흡…지표는 실적 위주 ‘속 빈 강정’
재난지원금 의존 악순환…성금 차별 해소 법안도 표류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의 수해와 무더위쉼터 운영 부실로 재난안전망의 허점이 드러났다. 오는 10월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는 임시주택 설치·관리 책임과 미흡 판정을 받은 재난안전사업 46개의 개선 실적, 폭염 취약계층 보호 대책의 실효성이 주요 검증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산불 이재민에게 공급한 임시조립주택이 집중호우에 침수되거나 떠밀렸고, 정부의 재난안전사업 291개 중 46개는 미흡 판정을 받았다. 오는 10월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는 임시주택의 안전관리 책임과 부진 사업의 개선 실적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 대응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도 시작됐다. 야당은 정부가 폭염이 본격화한 뒤 대책을 내놨다고 비판했고,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취약계층 보호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맞섰다. 무더위쉼터 점검에서 1700여건의 미흡 사항이 확인된 만큼 대응 시점과 함께 대책의 실효성도 검증 대상에 오른다.
재난 이후의 회복 체계도 국감의 주요 의제다. 소상공인 상가·공장의 풍수해·지진재해보험 가입률은 4.6%에 머물렀다.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에 따라 달라지는 국민성금 지급 기준을 일원화하는 방안도 아직 구체적인 제도 설계를 남겨두고 있다.
기초공사 생략한 주거 안전…중앙 지침과 지방 행정의 엇박자
지난해 경북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에게 공급된 임시조립주택은 올해 7월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했다. 안동과 의성에서는 주택이 침수되거나 물에 밀려났고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경북도와 행안부의 조사 결과 안동시가 공급한 임시조립주택 641동에는 주택을 기초에 고정하는 앵커볼트가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았다.
안동시는 이재민의 신속한 입주를 우선했고 기초 콘크리트와 조립주택의 규격이 맞지 않아 고정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주택 무게가 6∼7t에 이르러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도 내놨다.
정부는 집중호우 이후 임시조립주택을 전수점검했다. 경북도는 이 가운데 시설 보강이 필요한 1209동에 대해 기초와 구조 여건에 맞춘 보강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행안부도 지방정부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설치·관리 지침을 손질할 계획이다.
지난 7월 경북 안동시 일직면 귀미1리에서 군청 관계자들이 집중호우로 침수된 임시주택 단지를 복구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이재민을 위해 조성된 임시주택 단지다. ⓒ뉴시스
구조물 고정 여부와 함께 입지 선정과 대피체계도 국감에서 다뤄질 사안이다. 일부 이재민은 집중호우 당시 사전 대피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임시주택이 산사태 우려지역이나 저지대, 하천 범람 가능지역에 설치됐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피해가 발생한 뒤 본격화됐다.
박기범 경일대 건축토목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선제 대응의 출발은 위험지역을 미리 가려내는 것”이라며 “공무원과 지역 수자원·방재 전문가가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대피 대상과 시점을 판단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감에서는 임시주택 설치 장소와 구조 안전을 승인한 주체, 전문가 회의의 판단 근거, 중앙정부 지침과 지방정부의 이행 여부가 검증될 것으로 보인다. 보강이 필요한 1209동의 작업 실적과 위험지역 주택의 이전 계획도 확인 대상이다.
교육 횟수 채우면 우수?…피해 못 줄이는 '실적용 지표'의 한계
재난 예방에 투입한 예산의 효과도 국감대에 오른다. 행안부가 22개 중앙행정기관의 2025회계연도 재난안전사업 291개를 평가한 결과 우수 등급은 60개, 보통은 185개, 미흡은 46개였다. 전체 사업의 15.8%가 미흡 판정을 받았다.
행안부는 우수 사업을 다음 연도 재난안전예산 사전협의 과정에서 우선 고려하고, 미흡 사업을 수행한 부처에는 개선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김광용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모범 사례는 전 부처에 확산하고 미흡한 사업은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미흡 등급을 받은 사업의 명칭과 예산 규모, 평가 사유, 개선 기한이 공개돼야 예산 조정과 사업 개선 여부를 추적할 수 있다. 같은 사업이 여러 해에 걸쳐 미흡 평가를 받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평가지표의 적정성도 쟁점이다. 교육 횟수나 시설 설치 건수 위주의 지표로는 인명·재산 피해 감소 효과를 파악하기 어렵다. 미흡 사업을 일률적으로 감액하면 장기 투자가 필요한 재난 예방사업에서 안전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행안부가 미흡 사업을 사업 설계, 집행 실적, 예방 효과 등으로 구분해 관리했는지와 평가 결과가 2027년도 예산 편성에 어떻게 반영됐는지가 국감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폭염은 기후재난인데 대책은 땜질…지방정부 대응 편차도 도마
폭염 대응은 야당과 정부가 이미 충돌한 사안이다. 국민의힘 소속 행안위원들은 지난 8월 4일 성명을 내고 “폭염이 시작된 뒤에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는 땜질식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폭염을 상시적인 재난으로 보고 국가 재난관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폭염 대응체계를 단계적으로 강화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행안부는 8월 2일 중대본을 2단계로 격상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8월 10일 이동노동자쉼터를 점검하면서 “현 폭염 상황을 국가 재난 사태로 보고 중앙과 지방의 대응 상황을 촘촘히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감에서는 야당이 제기한 대응 지연 여부가 중대본 가동 시점과 인명피해, 취약계층 보호 실적에대한 공방이 예상된다. 폭염특보 발효 이후 단계별 조치가 매뉴얼에 따라 이뤄졌는지와 지방정부별 대응 편차도 주요 쟁점이다.
무더위쉼터의 운영 실태도 점검 대상이다. 행안부는 지난 4월 17일부터 5월 13일까지 관계부처·지방정부와 전국 무더위쉼터 9만3000여곳을 점검했다. 안내 표지판 미부착과 위치정보 오류, 시설 이용 불편 등 1700여건의 미흡 사항이 확인됐다.
또 야간과 주말에 문을 닫는 시설, 이동노동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쉼터, 냉방시설이 부족한 장소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독거노인과 장애인, 쪽방 주민에 대한 안부 확인 과정에서 누락이 발생했는지도 국감의 자료 요구 대상으로 꼽힌다.
100곳 중 4곳만 가입…풍수해보험, 정부 지원 늘려도 외면받는 까닭
재난 피해를 분산하는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은 낮은 가입률이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5월 말 기준 가입률은 주택 34.9%, 농·임업용 온실 18.1%, 소상공인 상가·공장 4.6%였다. 소상공인 대상 85만348곳 가운데 보험에 가입한 곳은 3만9173곳에 그쳤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보험료의 55∼100%를 지원하지만 소상공인의 자부담과 낮은 인지도가 가입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재청 대구시상인연합회장은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소상공인에게는 보험료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과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구조도 가입 유인을 떨어뜨린다. 국감에서는 정부 지원 비율 조정 이후 가입자가 감소한 원인과 고위험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 보험금과 재난지원금의 관계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난 이후 모금되는 국민성금의 지급 기준도 개편을 앞두고 있다. 자연재난 피해 성금은 재해구호법상 의연금이다.사회재난 성금은 기부금품법상 기부금으로 지급된다. 피해 정도가 비슷해도 재난 유형과 적용 법률에 따라 지급액과 절차가 달라지는 문제가 반복됐다.
행안부는 지난 3월 민간 전문가 14명이 참여하는 재난국민성금제도 개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어 7월에는 한국행정학회와 구호기관, 민간단체,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세미나를 열고 지급 기준 일원화를 논의했다.
그러나 피해 인정 범위와 지급 시기, 기부자의 지정 의사를 반영하는 방식도 남은 과제다. 개선위원회의 논의 결과와 입법 일정, 미배분 성금의 관리 기준이 국감에서 공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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