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만으로 '위험한 물건' 단정 불가
구체적 생명·신체 위협 여부 재심리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태극기와 법원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뉴시스
주차 문제로 다투던 상대방을 차량으로 들이받아 다치게 한 운전자에게 특수상해죄를 적용하려면 차량이 실제로 상대방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차량을 이용해 상해를 입혔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차를 형법상 '위험한 물건'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사건은 2023년 8월 경기 남양주시의 한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했다. A씨는 주차 공간을 두고 상대방과 말다툼을 벌인 뒤 자신의 차량을 후진해 주차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차량 뒤쪽에 있던 상대방이 차에 부딪혔다. 피해자는 차량에 밀려 6~7걸음가량 움직였고 고관절 부위 등에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입원하지 않고 통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자동차라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피해자를 다치게 했다며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하급심은 A씨에게 상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차량에 후방감지센서와 경고음 장치, 후방카메라 등이 설치돼 있었고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피해자가 차량 뒤에 있는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계속 후진해 피해를 감수할 의사가 있었다는 것.
2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했으나 대법원은 그러나 자동차가 이번 사건에서 특수상해죄의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본 판단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위험한 물건인지 여부를 물건의 종류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용 방법과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고 당시 차량의 속도가 매우 느렸고 피해자가 넘어지거나 튕겨 나가지 않은 채 차량에 밀려 몇 걸음 이동하는 데 그친 점을 주목했다. 피해자의 상해도 전치 2주 수준으로 비교적 경미했고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당시 차량 운행으로 피해자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행위를 특수상해 범행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사건은 다시 의정부지법에서 심리하게 됐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당시 차량의 운행 상황과 피해 정도 등을 다시 따져 특수상해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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