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평 2026년 하반기 e-세미나서 전력기기 호황 지속 가능성 진단
데이터센터 둔화돼도 노후 전력망·첨단 제조시설 투자 등 수요 이어져
국내 주요 3사 수주잔고 43조원…연환산 매출의 2.6배
글로벌 전력망 투자 국가별 비중 및 미국 전력기기 신규주문 추이. ⓒ나이스신용평가
인공지능(AI) 투자가 둔화해도 전력기기 호황이 당장 꺾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데이터센터 외에도 노후 전력망 교체와 첨단 제조시설 투자 등 전력기기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이 남아 있어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2일 열린 2026년 하반기 e-세미나 'AI 밸류체인 산업 신용위험 심층 분석'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다뤘다.
박현준 수석연구원(기업평가본부)은 '전력기기 호황의 지속가능성과 한국 기업의 경쟁력 점검'을 주제로 미국 전력기기 시장의 수요와 공급 상황, 국내 기업의 경쟁력과 주요 리스크를 발표했다.
박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될 경우 전력기기 수요 증가세에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다"면서도 "이것이 곧바로 전력기기 업황의 다운사이클 진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외에 노후 전력망 교체·현대화와 첨단 제조시설 투자, 발전원 계통 연계 등 여러 수요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전력기기 수요
미국은 글로벌 전력망 투자의 약 28%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제조시설에 데이터센터까지 더해지면서 대규모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데이터센터 설비 규모는 2025년 52기가와트(GW)에서 2030년 100GW로 약 2배 확대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가 24시간 높은 부하로 가동되면서 전체 전력 사용량뿐 아니라 특정 지역의 피크 수요도 끌어올리는 구조다.
데이터센터를 제외해도 미국 전력망에는 투자해야 할 요인이 상당하다. 미국 전력망의 20년 이상 된 설비는 전체의 약 47%를 차지한다. 345킬로볼트(kV) 이상 신규 송전선 건설은 2010년대 초반 연평균 1781마일에서 최근 514마일로 줄었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송전망 확충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대형 변압기 리드타임 및 전력 계통연계 대기용량 추이. ⓒ나이스신용평가
계통 연계를 기다리는 물량도 많다. 2025년 말 기준 약 8200개 프로젝트, 2060기가와트(GW) 규모가 전력망 접속을 대기하고 있다. 신규 전력기기 수요가 데이터센터 투자에만 연동된 일시적인 물량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공급 확대는 더디다. 미국 대형 변압기 시장의 수입 의존도는 2022년 이후 90%를 웃돈다. 대형 변압기는 고객별 사양에 맞춘 주문 제작형 제품으로 고전압 설계와 대형 생산·시험설비, 숙련된 인력이 필요해 단기간에 생산능력을 늘리기 어렵다.
공급 부족은 납기에서도 나타난다. 전력용 변압기 평균 리드타임은 2022년 85주에서 2025년 상반기 133주로 늘었다. 발전기 승압용 변압기도 같은 기간 48주에서 145주로 장기화됐다. 주요 업체들이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신규 생산능력 대부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반영될 예정이고 고객사 인증과 고전압 시험 등을 거쳐야 실제 출하가 가능하다.
국내 3사 수주잔고 43조원…현지화·관세는 변수
한국 전력기기 수출 및 국내 주요 3사 수주잔고·영업수익성 추이. ⓒ나이스신용평가
이 같은 공급자 우위 환경은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주 확대로 이어졌다. 국내 주요 3사의 수주잔고는 2021년 말 5조7000억원에서 2026년 6월 말 약 43조원으로 증가했다. 연환산 매출액의 약 2.6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의 대미 전력기기 수출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4.1% 증가했다. 전체 전력기기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0.9%에서 29.7%로 확대됐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3사 합산 영업이익률은 2021년 2.6%에서 2025년 16.1%로 높아졌고 2026년 상반기에도 15.5%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의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한 데다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등 단가가 높은 고사양 제품 수주가 늘면서 제품 믹스도 개선됐다.
국내 3사는 미국 현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멤피스에서 765킬로볼트(kV)급 변압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HD현대일렉트릭은 앨라배마 제2공장을 통해 현지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LS일렉트릭은 GE버노바와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며 초고압 송전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관세는 업체별 변수다. 최근 행정 재심 결과 한국산 대형 전력용 변압기 반덤핑 관세는 HD현대일렉트릭 0%,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각각 43%로 결정됐다. 현지 생산 여부와 고객사 비용 분담 조건 등에 따라 업체별 수익성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풍력·태양광 지원 축소도 변수다. 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가 줄면 추가적인 송전망 및 계통 연계 수요의 증가 폭이 제한될 수 있다. 다만 나이스신용평가는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노후 전력망 교체 등 별도 수요가 견조해 전력기기 시장의 중장기 성장 방향 자체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봤다.
박 연구원은 "높은 가격 수준과 고사양 제품 비중 확대, 대규모 수주 잔고, 공급 제약이 함께 작용하면서 현 수준에 근접한 우수한 수익성은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업체들의 증설이 본격화되고 신규 수주 가격이 정상화되면 현재의 높은 마진은 일부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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