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팔레트 재사용해 폐기물 최소화
미로형 주제전·투어 등 시민 체험 강화
22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 서울건축문화제 전시장에 산업용 팔레트를 활용한 전시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
“공부하는 전시가 아니라 경험하고 체험하는 전시여야 기억에 남습니다. 건축문화제에 갔더니 특이한 미로가 있었다거나 팔레트가 기억에 남는 것, 그런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국형걸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과 지하로 연결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 들어가니 약 1000개의 산업용 팔레트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팔레트는 전시관의 벽이 되거나 받침대로 사용돼 색다른 느낌을 줬다.
22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만난 국형걸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은 올해 전시의 가장 큰 특징으로 ‘시민의 경험’을 꼽았다. 건축가와 건축사 중심의 전문적인 행사에서 벗어나 일반 시민들도 쉽게 건축을 접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올해 서울건축문화제는 ‘어셈블링 서울(Assembling Seoul)’을 주제로 지난 15일 개막해 다음 달 11일까지 열린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익숙한 풍경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서울의 모습을 찾아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국 총감독은 “서울의 특성을 우리가 스스로도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을 발견하자는 게 이번 전시의 의도”라며 “멋진 풍경을 찍은 게 아닌 ‘우리가 몰랐던 서울’, ‘이런 모습이 서울인가’에 주안점을 두고 도시 모습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전체에는 물류·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팔레트 약 1000개가 투입됐다. 검은색과 노란색 팔레트를 쌓아 건축상 수상작 전시 공간과 무대, 벽 등을 만들고 관람객들이 머물며 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도 조성했다.
팔레트를 사용하면서 독특한 전시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시에 비용 절감과 친환경 효과도 있었다. 팔레트는 모두 임대한 제품으로 전시가 끝나면 다시 반납해 산업현장에서 재사용된다. 목재 등으로 임시 구조물을 만들었다가 철거하는 기존 전시와 달리 폐기물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 총감독은 “전시나 문화행사를 하면 목공으로 시설물을 만든 뒤 폐기하면서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나온다”며 “팔레트는 전시가 끝난 뒤 다시 사용할 수 있어 사실상 폐기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2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 주제전 작품.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
총감독 주제전 제목은 ‘서울을 발견하다’다. 익숙한 서울 풍경을 전시해 이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서울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의도에 맞춰 전시실은 미로 형태로 꾸며졌다. 관람객의 시야를 의도적으로 제한해 눈앞의 서울 풍경에 집중하도록 했다. 관람객이 정해진 동선을 따라 설명을 읽는 대신 골목길을 걷듯 공간을 돌아다니며 서울의 여러 풍경을 마주하도록 했다.
풍경도 다양했다. 저층 건물과 고층 건물이 한눈에 들어오는 영등포 일대부터 정원에서 쉬는 시민들 뒤로 솟은 고층 건물, 철길과 아파트가 공존하는 구로구 전경까지 서울의 일상적인 모습이 담겼다. 빽빽한 아파트를 담은 일부 사진은 선뜻 아름답다고 표현하기 어려웠지만, 서울 시민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국 총감독은 “서울은 멋있는 건물로만 채워진 도시가 아니다”며 “좋은 모습도 있고 좋지 않은 모습도 있고, 일상적인 모습도 있다”며 “이러한 모습이 혼재돼 있다는 것 자체가 런던이나 파리, 뉴욕과는 다른 서울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22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 서울건축문화제에 전시된 제44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학생 아이디어 부문 수상작.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
전시관에는 제44회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작품도 전시됐다. 올해는 92개 작품이 접수됐으며 현장심사 등을 거쳐 대상을 받은 서서울미술관을 비롯해 서울특별시교육청 신청사 등 10개 작품이 수상했다.
예비 건축가를 발굴하기 위한 학생 아이디어 부문도 올해 처음 마련됐다. 대상은 ‘두 경계 사이_한양도성의 복원과 활용’(한양대 건축학부 조겸)이 받았다.
체험형 소통 및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건축문화포럼’을 비롯해 청년 예비건축가와 전문 건축가의 만남, 건축사사무소 투어 등 시민들이 건축에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행사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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