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고흥 떡집 대신
팝업 스토어형 서울 2호점에 쏟아진 아쉬운 반응
스타의 여행기 또는 식당 운영기를 통해 익숙하지만, 그래서 편안한 재미를 선사하던 나영석 세계관이 흔들리고 있다. 자연스러운 웃음 대신, 제작진의 개입이 부각되고 세계관 구축하기에 열을 올리면서 굿즈 등 부가 사업을 위한 포석을 까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간 소소하지만, 편안한 재미를 선사하던 나 PD에게는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현재 방송 중인 tvN 예능프로그램 ‘우주떡집’을 향한 시청자 반응이 차가워지고 있다. ‘지구오락실’ 시리즈의 이은지, 미미, 안유진, 이영지가 떡집을 여는 전형적인 나영석표 식당 예능으로, 떡을 직접 만들고 떡을 활용한 음식을 판매 중이다. 전남 고흥군에 위치한 떡집은 아름다운 풍경 속, 사람 이야기로 편안한 재미를 선사하던 나 PD의 힐링 예능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전남 고흥을 떠나 서울로 무대를 옮겨 2호점을 영업하면서부터 특유의 매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고즈넉한 마을의 사람 냄새 가득한 이야기 대신 3000명의 예약 대기자가 몰릴 만큼 북적이는 서울의 떡집에 ‘분위기가 급변했다’며 불만을 표했다.
‘우주떡집’ⓒtvN 영상 캡처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2호점은 팝업 스토어 형태로 꾸며진 규모 큰 식당으로, 지난 5월 실제 운영이 되기도 했었다. 결국 오프라인 사업과의 연계를 위한 선택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우주떡집’에서는 서울에 가고 싶다고 했던 이영지의 발언을 놓치지 않은 제작진의 깜짝 발표로 서울 이전을 설명했으나, 그만큼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차가운 반응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무리한 IP 확장에 대한 우려는 전작에서도 제기됐었다. ‘지구오락실’ 시리즈부터 반복되는 ‘토롱이’ 세계관 또한 ‘억지스럽다’는 평이 나오곤 했다. 토롱이는 멤버들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미션을 이끌고, 또 방해하는 캐릭터. ‘우주떡집’ 역시 ‘토롱이의 계략으로 알바생이 된 멤버들’이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떡집 운영이 시작됐다. 다만 토롱이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프로그램 전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해 무리하게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토롱이는 현재 굿즈로 제작돼 오프라인 팬들을 만나고 있다.
나 PD가 지난 20여 년간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화려한 세트나 자극적인 포맷이 아니었다. ‘멤버들의 끈끈한 관계성’을 바탕으로 한 편안한 재미가 나 PD 특유의 강점이었다. 시니어 배우들의 배낭여행을 담은 ‘꽃보다 할배’는 세대를 초월한 뭉클함을 끌어냈으며, 농촌과 어촌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삼시세끼’는 무해한 전개로 힐링을 선사했다. ‘윤식당’, ‘서진이네’, ‘뉴욕뉴욕’ 등 이서진과 나영석 사단의 수많은 변주가 가능했던 배경 역시 억지스러운 설정 없이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케미스트리였다.
콘텐츠 IP를 영리하게 활용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은 오늘날 창작자들에게 요구되는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하나의 잘 만든 예능이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팝업 스토어나 굿즈 판매 등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또 다른 수익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요즘 창작자들의 과제가 되고 있다. 앞서 열렸던 ‘우주떡집’ 팝업스토어 역시, 팬들의 관심 속 성황리에 운영이 됐었다.
그러나 아무리 탄탄한 팬덤이라도 프로그램이 본질을 잃는 모습까지 소비할 수는 없다. 시청자들이 나 PD 예능에 왜 호응을 보내는지, 그들의 니즈를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콘텐츠의 장점을 지키면서 IP를 확장시키는, IP의 영리한 활용 그 다음 과제를 받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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