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승부처, 물량보단 '디테일'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6.09.18 15:20  수정 2026.09.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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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양보다는 연결의 문제"

성장 단계별 투자 생태계 미흡

초기 투자에 집중된 한국 VC

"민간 주도 '허브 VC' 육성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시장 역할이 중요해진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당초 100조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던 국민성장펀드를 200조원으로 확대하는 등 정책 무게중심이 '물량'으로 기울고 있지만, 공급 방식과 투자생태계 등 '디테일'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자본시장연구원(자본연)이 서울 여의도에서 '생산적 금융 전환 과제'를 주제로 진행한 컨퍼런스에 참여한 한재준 인하대 교수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은 자금을 더 조성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며 "돈의 양보다는 연결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이다.


그는 "국민성장펀드를 처음 공약할 때는 100조원이었던 것 같은데 200조원까지 됐다"며 "시장의 선별 능력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금 공급을 늘리면 잘못된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이 배분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어렵게 유망한 기업을 선별하더라도 스케일업(Scale-up)을 가능케 하는 성장 단계별 투자 생태계가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산적 금융이 첨단전략산업 육성과 연계된 만큼 '초기 투자'에 집중된 국내 모험자본 공급 양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김진영 자본연 연구위원은 "좋은 기업을 많이 발굴하면 된다는 일반적인 벤처 투자의 공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기술 개발 후 산업화로 넘어가는 긴 구간에 적절한 자금이 공급되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이 한국과 미국의 전략산업 벤처투자를 비교·분석한 결과, 미국의 경우 특정 단계에서 다음 단계 투자를 받을 확률이 중·후기에서도 초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한국은 중기 이후로 후속투자 전환율이 급격히 감소했다.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과 미국의 전략산업 벤처투자를 비교·분석한 결과, 미국의 경우 특정 단계에서 다음 단계 투자를 받을 확률이 중·후기에서도 초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한국은 중기 이후로 전환율이 급격히 감소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반도체·바이오·방산·우주 등 첨단전략산업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성 확보가 중·후기 투자에 달려 있는 만큼, 관련 투자가 활성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 연구위원은 "다양한 자본을 결합할 '허브 벤처캐피탈(Hub VC)'과 산업별 후기단계 투자 유인이 높은 투자자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인공지능 에이전트(AI agent) 클로드(claude) 개발사인 앤트로픽은 ▲초기엔 기술특화 VC가 ▲중기엔 전략적 투자자, 벤처 대출기구 등이 ▲후기엔 대형 사모펀드(PE), 글로벌 자산운용사, 글로벌 국부펀드 등이 자금줄을 댔다.


단일 성격의 자본만으로는 첨단전략산업 스타트업이 창업 초기에 겪는 '위기 구간', 소위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극복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위험 선호도, 회수 기간, 사업적 목적이 다른 투자자들이 합종연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다양한 목적의 투자자들을 엮을 수 있는 Hub VC 육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김진영 연구위원은 "운용성과가 우수한 운용사를 선정하고 펀드 대형화를 지원하는 한편, 후속투자 구성 및 주도를 핵심 투자전략으로 하는 VC 펀드 출자 전용 계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과도하게 주도권을 쥐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제준 교수는 "정부가 허브 VC를 만들고 키우자는 쪽으로 가면 안 된다"며 "민간에서도 나오도록 촉진하는 방식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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