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문학상 최초의 SF 수상작
"슈퍼 히어로물에 대한 반감…인간 전체의 모습 그리고 싶었다."
제16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오수완 작가가 폐허가 된 세상을 통해 인류를 바라본다.
혼불문학상은 소설 '혼불'의 최명희 작가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문학상으로, 올해로 16회를 맞은 혼불문학상에는 총 300편이 넘는 작품이 출품됐다. 그중 오수완 작가의 '에케 호모'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5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 작가는 "올해로 글을 쓴 지 16년이 됐다. 글쓰기를 포기할뻔한 순간도 있었다.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이번 수상 또한 글쓰기를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로 알고 열심히 써보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에케 호모' 오수완 작가ⓒ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오 작가는 한의사로 일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는 "앞으로 어떤 글을 쓸지, 또 글을 왜 쓰는지는 모든 작가들이 생각하는 부분인 것 같다. 글을 쓰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숨을 좀 더 편하게 쉬기 위해 글을 쓴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글을 안 쓰면, 내가 살아가야 하는 곳에서 떠나 있는 느낌이다. 진짜의 나 자신을 어딘가에 두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 같다. 나 자신이 되기 위해 글을 쓴다"라고 글을 쓰는 이유를 전했다.
'에케 호모'는 인류의 99%가 사라진 세계,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소녀와 그를 돌보는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폐허를 달리는 여정을 담는다. 혼불문학상 최초의 SF 수상작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장르적 재미 위에, 사랑과 인간성, 문명의 의미를 쌓아 올렸다.
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이 이야기가 당선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선은 고사하고, 책으로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반동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해 고민이 많았다. 위태하고 위험한 이야기라고 여겼다. 쓰고 나서도 자신은 없었다. 한국 문학의 저변이 넓어진 덕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폐허가 된 세상을 배경으로 하지만, 재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두 주인공의 여정을 담는 로드무비 형식으로 진행이 된다. 이에 대해 오 작가는 "이 이야기의 버전이 하나가 아니었다. 재난 전까지의 이야기도 구상했었다. 그 서사가 더 드라마틱하고, 결정적인 장면을 보여줄 수 있었겠지만 뻔한 것 같더라. 큰 사건을 통해 주제를 말하진 않는다.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며 여행을 하는 과정을 통해 바라보게 되는 인류, 세상의 모습이 담긴다"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관찰자의 시점에서 인류를 바라보는 이유도 설명했다. 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전, 사이코패스 슈퍼맨의 이야기를 구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상화된 히어로물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정말 초인이 있으면 어떻게 행동할까. 그게 궁금했다. 어떤 행동을 하고, 생각할까. 그들은 인간 세계에선 이방인이다. 인간에게 대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방인이다. 인간에 대해 비판하고, 응징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할까. 그러면서 인간 전체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생각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SF 장르로 성과를 거둔 것도 의미 있었다. '에케 호모'는 혼불문학상 최초의 SF 수상작이다. 오 작가는 "한국 문학에서 SF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그 바탕엔 젊은 여성 독자들이 있는 것 같다. SF가 주류 장르가 될 수 있도록 해 준 선배 작가들의 공도 큰 것 같다. 그 덕에 '에케 호모'가 낯설지 않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다만 '에케 호모'가 정말 SF인지는 저도 한참 생각을 해봤다. 장르 문학의 문법, 소재는 가지고 왔지만 SF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논리를 보여준다면 '에케 호모'는 생물학적 원칙에 따라 생태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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