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수분·전해질 균형 깨지며 혈중 나트륨 농도 낮아져
질환·약물도 원인…중증 땐 의식 저하·경련 등 증상 나타나
“갈증·활동량에 맞춰 섭취…한꺼번에 많은 양 마시는 습관 피해야”
눈에 보이지 않던 질병의 징후, 생활 속 위험 신호를 X선처럼 투명하게 비춥니다. '엑스레이'는 단순한 건강 정보가 아닌, 예방과 조기 대응을 위한 '생활 속 건강 진단서'입니다.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시그널을 포착해, 오늘의 건강을 과학적으로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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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수분 섭취는 건강 유지에 중요하지만 과도한 물 섭취는 오히려 체내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특히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면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는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가벼운 두통이나 메스꺼움부터 의식 저하, 경련 등 신경학적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저나트륨혈증은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135mmol/L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나트륨은 몸속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유지하고, 세포 안팎으로 물이 적절하게 이동하도록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의 약 60%는 물로 이뤄져 있으며, 이 수분은 세포 안과 밖에 나뉘어 존재한다.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물이 세포 안으로 몰리면서 세포가 붓게 된다. 특히 뇌세포가 부으면 두통이나 메스꺼움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의식 저하나 경련 등 신경학적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나트륨혈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경우뿐 아니라 구토나 설사 등으로 나트륨이 과도하게 빠져나가거나 신장질환, 심부전, 간경변,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이뇨제나 야간뇨 치료제, 일부 항우울제·항경련제 등 약물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류세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저나트륨혈증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것 외에도 여러 질환이나 약물, 체액 상태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며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다고 해서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임의로 수분이나 염분 섭취를 조절하기보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상은 혈중 나트륨 농도가 얼마나 낮은지뿐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떨어졌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가벼운 경우 별다른 증상이 없거나 두통, 메스꺼움, 구토,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거나 중증으로 진행하면 혼란이나 의식 저하, 경련,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진단은 혈액검사로 혈중 나트륨 농도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혈액과 소변의 삼투질 농도, 소변 나트륨 등을 검사하고 환자의 체액 상태와 복용 중인 약물, 동반질환 등을 종합해 원인을 파악한다. 저나트륨혈증은 발생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히 나트륨을 보충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액이 부족한 경우에는 생리식염수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고, 체액이 과도하다면 수분 섭취를 제한하거나 이뇨제를 사용할 수 있다. 특정 약물이 원인이라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약제를 조절하고,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심부전, 간질환 등 원인 질환이 있다면 이에 대한 치료도 병행한다.
의식 저하나 경련 등 심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고장성 식염수를 투여해 혈중 나트륨 농도를 교정할 수 있다. 다만 나트륨 농도를 지나치게 빠르게 높이면 심각한 신경학적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치료 과정에서 혈중 농도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적절한 속도로 교정해야 한다.
류 교수는 “중증 저나트륨혈증은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면서도 교정 속도를 세심하게 조절해야 한다”며 “원인과 중증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는 만큼 의료진의 판단과 관찰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조건 많은 양의 물을 마시기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와 활동량에 맞춰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갈증이 없는데도 의식적으로 많은 양을 마시거나 짧은 시간에 물을 한꺼번에 섭취하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장시간 운동이나 야외활동으로 땀을 많이 흘렸다면 수분과 함께 전해질도 적절히 보충할 필요가 있다.
이뇨제나 야간뇨 치료제, 일부 항우울제·항경련제 등을 복용하고 있다면 임의로 복용량이나 수분 섭취량을 조절하지 않는 것이 권장된다. 신장질환이나 심부전, 간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질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수분 섭취량이 달라질 수 있어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류 교수는 “저나트륨혈증을 예방한다고 해서 물을 일부러 적게 마실 필요는 없다”며 “갈증과 활동량 등에 맞춰 필요한 만큼 수분을 섭취하되 과도하게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마시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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