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1호 앞두고 커지는 불확실성 [세종 백브리프]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9.11 12:47  수정 2026.09.1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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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쏟아진 보도설명자료…적극 해명에도 시장 불안 여전

실질 출자 비율은 여전히 ‘비공개’…안전판 재점검 필요

‘상업적 합리성’ 검증대 오른 1호 사업…투명성이 해법

한국에서 미국의 원전·가스발전·액화천연가스 사업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투자 경로 곳곳이 장막에 가려져 있다. 대미투자 첫 사업 발표를 앞두고 투자 조건과 손실 분담 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 교환조건이었던 3500억 달러(약 480조원) 규모의 대미투자가 실제 집행을 목전에 두고 다시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국 정부가 당초 합의된 수준을 넘어서는 대규모 사업비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산업통상부는 “총액 기준 합의는 달라진 적이 없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과 산업계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미전략투자공사가 공식 출범한 지 석 달이 지나며 정부가 예고했던 ‘1호 프로젝트’ 발표 시점이 다가왔지만, 정작 확정된 구체적 사업 내역과 투자 조건은 여전히 비공개 장막 뒤에 가려져 있다.


정보의 공백 속에서 텍사스 가스발전, 미국 원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등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고위험 사업들의 이름이 속속 거론되면서, 통상 압박을 피하기 위해 약속했던 대미투자가 오히려 한국 경제의 중대한 재정적·외환적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스발전·원전·액화천연가스 사업 모형을 사이에 두고 투자 관계자들이 밀봉된 사업 문서에 손을 뻗고 있다. 첫 프로젝트 낙점이 임박했지만 구체적인 투자 조건과 위험 분담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첫 사업 낙점 임박했는데…비공개 장막 속 증폭되는 손실 분담 의구심


대미투자 집행 체계는 지난 6월 18일 한미전략투자공사가 공식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공사는 2025년 11월 체결된 한미 전략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라 사업을 발굴하고 타당성을 검토하며 기금을 집행하는 전담 기관이다. 법률 제정과 시행령 정비, 전담 기구 구성까지 완료되면서 대미투자는 외교적 협상 단계를 지나 실질적인 사업 낙점 단계로 전환됐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도 첫 사업의 연내 가시화를 수차례 공식 언급했다. 당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미투자 첫 프로젝트가 8~9월 중 현실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8월 20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협상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며 9월 중 첫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정부가 예고한 발표 시점이 도래하자 불확실성은 오히려 증폭됐다. 지난 7일 언론을 통해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 사업이 1호 프로젝트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같은 날 미국 내에 대형원전 8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투자 대상에 포함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 줄다리기가 가장 치열한 지점은 위험 분담 방식이다. 한겨레는 9월 10일 자 지면을 통해 ‘미국, 한국 2천억달러 대미투자 최종 안전판 깼다’는 제하로 ‘미국 측이 당초 합의를 뒤엎고 복수 사업의 손익을 통합 정산하는 대신 ‘개별 프로젝트별 손익분배’를 요구·관철함에 따라 한국 측이 부실 프로젝트의 손실을 떠안을 위험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당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대미투자 수익배분 구조 등은 현재 한·미 간 협의 중인 사안으로 전혀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산업부가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연이어 네 차례의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진화에 나선 것은 해당 조항이 협상의 최대 쟁점임을 방증한다. 복수의 사업을 묶어 수익과 손실을 교차 상쇄하는 포트폴리오 정산이 배제되고 개별 정산이 채택될 경우, 사업성이 불투명한 인프라의 리스크를 한국 측이 전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최종 계약서상의 손익 배분 명문화가 핵심 검증 대상으로 떠올랐다.



미국 측이 제안한 대형 에너지 사업의 막대한 총사업비와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한국 측 출자 규모를 저울로 표현했다. 정부는 투자 한도를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업별 자금 분담 구조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공사비 폭증 우려와 단가 인상 압박…총사업비와 우리 출자금의 괴리


논란을 촉발한 도화선은 미국 측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3대 프로젝트의 규모였다. 연합뉴스 보도 등에 따르면 미국 측이 제안한 가스복합화력발전, 대형원전 8기, 알래스카 LNG 사업의 총사업비 추산액은 총 2103억 달러에 달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미 전략투자 양해각서(MOU)상 한국 정부의 전략적 투자 한도인 2000억 달러를 103억 달러 초과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형 인프라 사업의 금융 구조를 감안할 때 ‘총사업비’와 ‘투자 한도’의 단순 비교는 개념적 혼선에 따른 착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수백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는 설계·시공·금융 비용을 합친 총사업비 중 20~30%가량만 출자자들의 지분(Equity)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과 현지 파트너사 분담금, 미국 연방정부 보증 등으로 충당한다. 세 사업의 총사업비 합계가 2100억 달러를 웃돌더라도 한국 측의 실제 출자액은 수백억 달러 수준으로 분산될 수 있는 구조다.


산업부가 “미국이 전체 대미투자 패키지인 3500억 달러나 전략적 투자 한도인 2000억 달러를 초과하는 투자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반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정부의 해명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총사업비 중 한국이 실제로 부담할 출자 비율과 후순위 손실 부담 여부 등 핵심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비공개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 투자 한도를 유지한다는 총론만 제시됐을 뿐, 미국이 제안한 사업별 총사업비 중에서 한국 측이 직접 분담해야 하는 출자액이 얼마인지, 미국 연방정부 및 현지 민간 투자자의 분담 비율과 금융 차입(PF) 비중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등 핵심 데이터가 일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투자 구조가 국회와 전문가 등의 다층 검증을 거쳐 투명한 구조로 전환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대미투자의 시장 불안을 줄이려면 출자 규모와 수익·손실 배분 조건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의구심 잠재울 열쇠는 정보 투명성…국회 보고와 다층 검증 거쳐야


대미투자를 둘러싼 혼선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법은 제도의 본래 취지인 ‘상업적 합리성’의 엄격한 복원과 투명한 공개에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대미투자는 상업적 합리성 확보를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한미 전략투자 MOU 역시 한미 투자위원회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충분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사업만을 추천하도록 명문화했다.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협의위원회 또한 사업의 전략적·법적 위험을 사전에 걸러낼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철저한 사업성 검증 지표를 제시해야 한다. 가스복합발전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체결과 건설비 상승분 부담 주체가 누구인지 규명되어야 한다.


대형원전은 공사 기간 지연과 인허가 리스크, 국내 기업의 주기기 납품 및 시공 참여 범위가 명확해야 한다. 알래스카 LNG 역시 장기 가스 수요처 확보와 가스관 건설비 상승에 따른 위험 분담 구조가 확정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측 출자 규모, 목표 수익률, 원금 회수 기간, 공사비 초과(Cost Overrun) 책임, 사업 실패 시 손실 배분 조항 등이 명백히 공개돼야 한다.


외환시장 안전장치의 실효성 역시 도마에 올랐다. 한미 전략투자 MOU에는 연간 송금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고, 한국 내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될 경우 자금 납입 시기와 규모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됐다. 정부는 외환보유액 운용수익과 공사의 외화채권 발행을 활용해 국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자금 미납 시 한국 측에 지급될 투자 배당금과 이자를 미국이 대신 수취하거나, 통상 합의를 문제 삼아 관세를 인상할 수 있는 불리한 조건이 거론된다. 이 때문에 단순한 ‘조정 요청권’을 넘어 비상시 미국의 일방적 제재를 차단할 수 있는 객관적 발동 요건과 중재 절차를 사전에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러한 제재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해선 외환시장 불안 발생 시 가동할 납입 유예의 객관적 기준과 절차를 사전에 명문화해야 한다.


3500억 달러라는 막대한 투자가 국익에 부합하려면 첫 사업 발표와 함께 전체 사업비, 한국 측 지분율, 손실 분담 조건, 연도별 송금 스케줄을 국민과 국회에 투명하게 보고하고 객관적 검증을 거쳐야 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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