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함께 살아나야" 위선으로 들리는 이유…추석 대전, 홍보부터 제 살 깎기 [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9.03 17:51  수정 2026.09.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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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스파이더맨’ 장기 흥행 속 한국영화 다시 시험대

경쟁작 시사회·인터뷰 일정 겹쳐…취재 기회까지 충돌

추석 극장가를 앞두고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잇따라 출격을 준비하고 있지만 개봉 전부터 경쟁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 관객 감소와 투자 위축 속에서 영화계가 줄곧 ‘한국영화가 함께 살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과 달리, 비슷한 시기 개봉하는 작품들의 홍보 일정이 겹치면서 취재 현장에서부터 작품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극장가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주도하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일 두 작품은 각각 박스오피스 1위와 2위를 차지했으며, 누적 관객 수는 ‘오디세이’ 923만 1225명,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862만 6315명이다.


두 작품이 장기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앞서 한국영화의 흥행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됐던 ‘호프’는 예상보다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추석 연휴를 앞둔 한국영화로서는 다시 관객의 선택지를 넓혀야 하는 시점이다.


'암살자(들)'·'타짜: 벨제붑의 노래' 포스터ⓒ하이브미디어코프 ·CJ ENM

이런 상황에서 ‘인턴’이 9월 16일, ‘타짜: 벨제붑의 노래’와 ‘암살자(들)’이 23일 개봉하며 추석 시장에서 맞붙는다. 여러 한국영화가 동시에 흥행하며 전체 시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지만, 개봉 전 홍보 단계에서는 벌써 ‘함께’보다 ‘경쟁’이 앞서는 모습이다.


특히 ‘암살자(들)’은 당초 9일 허진호 감독과 박해일 등의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 가운데 박해일 인터뷰는 오후 시간대에만 예정돼 같은 날 오후 열리는 경쟁작 ‘타짜: 벨제붑의 노래’ 언론시사회와 일정이 겹치는 상황이었다.


비슷한 일정 충돌에서도 대응에는 차이가 있었다. ‘인턴’ 한소희 인터뷰 역시 8일 ‘암살자(들)’ 언론시사회와 겹치지만, ‘인턴’ 측은 ‘암살자(들)’ 취재 일정을 고려해 오전부터 점심시간대까지 인터뷰 시간을 열어두며 두 일정을 병행할 여지를 마련했다.


이후 ‘암살자(들)’ 측도 추가 논의를 거쳐 허진호 감독과 박해일의 인터뷰를 10일로 변경했다. 이에 배우 및 관계자들과 조율을 이어간 끝에 날짜를 하루 늦추면서 ‘타짜: 벨제붑의 노래’ 언론시사회와의 일정 충돌은 해소됐다.


물론 추석처럼 여러 작품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감독과 배우들의 스케줄까지 맞춰야 하는 만큼 모든 홍보 일정의 충돌을 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언론시사회는 개봉을 앞둔 작품에 사실상 한 차례뿐인 주요 취재 일정이다. 인터뷰 시간대를 조정해 선택지를 넓히는 것과 경쟁작 취재를 포기해야만 참석할 수 있는 일정을 만드는 것은 차이가 있다.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위한 홍보 일정이 결과적으로 같은 시기 개봉하는 다른 한국영화가 언론에 소개될 기회를 좁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 한국영화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경쟁은 씁쓸함을 남긴다. 상반기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 ‘군체’, ‘눈동자’ 등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극장가에는 모처럼 한국영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 그러나 이 흐름이 한국영화 전반의 안정적인 회복세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한국영화계 역시 그동안 한두 작품의 흥행보다 여러 작품이 함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흐름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한국영화가 부진할 때마다 ‘함께 살아야 한다’고 외쳤던 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홍보 과정에서도 그에 걸맞은 태도가 필요하다.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 과정에서 경쟁작의 취재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을 당연한 경쟁으로 받아들인다면 ‘상생’이라는 말 역시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관객에게 여러 한국영화를 선택해달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영화계 스스로 여러 작품이 함께 소개되고 선택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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