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보다 원내 역할 커"…MB, 鄭 지지
투톱 신경전에 '힘의 균형' 맞추려는 듯
"예방 사전조율"…당, 확대해석 경계
총선 겨냥 '보수결집' 두고선 '회의적'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월 31일 서울 서초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예방해 이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직 보수 대통령을 잇달아 찾는 '예방 정치'를 펼치고 있다. 6·3 지방선거 지원 유세에 대한 감사 인사 차원이라고 하지만, 전직 대통령들이 자연스럽게 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싣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정 원내대표의 행보가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원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8월 31일 서울 서초구 청계재단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소속 후보의 유세를 지원한 것에 대한 감사와 원내대표 선출 이후 첫인사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다. 특히 지난 1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한 이후, 12일 만에 또다시 전직 보수 대통령을 찾은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정 원내대표와의 비공개 환담 자리에서 오는 2028년 23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당의 단합'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아무리 소수 야당이지만 이재명 정권의 폭주와 폭거에 저항하지 않으면 결국 우린 이길 수 없다"며 "정치는 국민을 보고 해야 하며, 이재명 정권 폭거에 저항하고 견디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정 원내대표는 전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정 원내대표의 초청으로 참석한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국민의힘이 소수 야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힘을 모아 노력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어 다수당이 될 수 있다. 소수일수록 뭉치고 단합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이 거대 여당에 맞설 방안은 '단합'밖에 없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원론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장 대표를 둘러싼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탓에 자연스럽게 당내 분열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갈등설이 불거진 장 대표와 정 원내대표 간 화합을 당부하면서도, 우회적으로 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예방에서 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정 원내대표를 향해 "어려울 때 원내대표를 한다"며 "지금 당의 역할보다는 원내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 더 크다고 본다"고 치켜세웠다. 물론 과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이 어려운 만큼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이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 원내대표의 원내 장악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도 연찬회 비공개 환담에서 당 운영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장 대표와 정 원내대표를 향해 "집안에서도 부모끼리 아이들 문제나 집안 문제로 서로 얘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그게 결국은 집이 잘되고 애들이 잘되기 위해서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환담 자리에 참석한 유영하 의원은 지난달 28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부부간에도 의견 대립이 있을 수 있지 않나. 결국 집이 잘되고 애들이 잘되기 위해서 하는 것 아니냐"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박근혜 전 대통령,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월 27일 경기 고양시 장항동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장 대표와 정 원내대표는 당의 투톱이지만, 사실상 당 운영 전권은 당대표에게 기울어져 있다. 이에 전직 대통령들은 정 원내대표에게 일부 힘을 실어 당과 원내 지도부 간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당 지도부는 이날 장 대표의 쇄신안인 '당협위원장 직선제'를 강행하려고 했지만, 당내 우려를 전달한 정 원내대표의 '중재안'을 사실상 받아들여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섰다.
다만 당 지도부는 전직 대통령들의 발언이 당내 화합에 맞춰진 것은 사실이지만, 장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연찬회 참석과 이 전 대통령 예방은 장 대표와 사전 조율된 사안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보수 결집을 위한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역할 분담'이라고 강조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의 큰 어른으로서, 정 원내대표가 전직 대통령들을 예방하는 것은 국민의힘의 보수 결집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일부에선 장 대표를 패싱했다고 주장하지만 모든 일정이 조율됐고, 보수 결집을 위해 두 지도부가 역할 분담 속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정 원내대표의 전직 대통령 예방 정치가 '보수 통합'을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내각에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 등 민주 진영 인사를 대거 등용했다. 지지율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통합형 인적 쇄신 전략이라는 관측과 함께 제23대 총선을 겨냥한 진보 진영 결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은 전직 대통령을 고리로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결집해 진영 대결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과거보단 영향력이 축소됐지만, 아직도 전직 보수 대통령으로서 진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중도층 표심이 중요한 총선에서 전직 보수 대통령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평가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경우, TK(대구·경북)에서 보수를 결집할 수는 있지만, 이 행보가 오히려 수도권에선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당 관계자는 "당의 분열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화합 메시지를 내는 것은 긍정적이고, 보수 결집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총선에선 역할을 하는 것은 다른 의미인데, 보수 강세 지역은 긍정적일 수 있어도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에선 반감을 가져올 수 있다. 전직 대통령의 지원 유세는 복합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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